
11일 오후 방송된 MBC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국민배우, 안성기'에는 한국 영화의 역사이자 한 시대의 얼굴로 살아온 안성기의 삶과 그가 남긴 마지막 흔적들이 담겼다. 이 가운데 고인의 영정 사진에 대한 비화가 전해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고인의 영정 사진은 1987년 개봉한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 포스터를 위해 촬영된 사진이었다. 사진을 촬영한 구본창 작가는 이날 방송에서 "정말 찰나의 한 컷이다. 다행히도 이 한 컷을, 이 모습을 내가 간직할 수 있었다"며 사진을 떠올렸다.
안성기의 아내가 해당 사진을 직접 골랐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구본창은 "(사모님이) '그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자기에게 안성기는 바로 그 젊은 시절, 안경을 쓴 풋풋한 모습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 사진을 꼭 영정으로 쓰고 싶다고 하셨다"고 이유를 대신 밝혔다. 이어 "우수에 차 있으면서도 미소가 있는 그 모습이 제 가슴에도 남아 있었는데, 사모님도 같은 마음이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송에서는 안성기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료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고인의 60년 지기인 조용필은 "(안)성기에게서 '용필아, 나 다 나았어'라는 전화를 받았었다. 그러고 나서 이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해 먹먹함을 자아냈다.
안성기가 투병 중에도 촬영 현장을 지켰던 마지막 시기 역시 조명됐다. 2022년 개봉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촬영 당시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었던 그는 병세를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촬영에 임했다. 내레이션을 맡은 변요한은 "투병 중이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한민 감독 역시 "촬영 내내 전혀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마지막 촬영 때 안색이 조금 안 좋아 보였지만, 직업적인 자부심과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하셨다"고 회상했다. 2022년 한 해에만 '카시오페아', '한산: 용의 출현', '탄생'까지 세 편의 영화가 개봉할 정도로 그는 끝까지 배우로서의 자리를 지켰다.
'탄생'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도 당시를 떠올리며 "긴 대사의 첫 문장은 멋지게 말씀하셨는데 두 번째 문장이 막혀 안 나오더라.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다. 다음에 다시 하자'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꼿꼿하게 자리에 앉아 계셨다"며 "그날 정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마지막 작품이 작은 역할이었지만,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연기였다"고 말했다.
변요한은 고인을 향해 "따스한 눈빛과 미소를 잃지 않았던 사람. 그 특유의 따뜻한 미소로 작별 인사를 했다"고 애도했다.
한편 고 안성기는 지난해 12월 30일 자택에서 식사 도중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쓰러진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5일 오전 9시 별세했다. 향년 74세. 장례는 신영균문화예술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5일간 영화인장으로 치러졌으며, 지난 9일 명동성당에서 장례 미사와 영결식이 엄수됐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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