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2025 MBC 방송연예대상'의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었다. 그는 이날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하며 MBC에서만 9번째 대상, 개인 통산 21번째 대상을 품에 안았다. 기록만 놓고 보면 이미 전무후무한 수치지만, 이날 유재석의 수상은 숫자보다 태도로 더 오래 남았다.
유재석은 수상 소감에서 "확률이 49%라고 했는데 51%라고 할 걸 그랬다"며 특유의 유머로 분위기를 풀었지만, 이내 진중한 얼굴로 함께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놀면 뭐하니'를 함께한 하하, 주우재는 물론, 올해 프로그램을 떠난 박진주, 이미주, 이이경까지 직접 언급하며 "고생했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이경의 이름을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대목은 많은 시선을 끌었다. 이이경은 사생활 논란 끝에 '놀면 뭐하니'에서 하차한 이후, 제작진과의 갈등과 저격성 발언, 이른바 '패싱 논란'까지 겹치며 잡음을 낳았던 인물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유재석은 특정 인물을 지우거나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까지 함께하다가 아쉽게 하차한 멤버들"이라고 명확히 짚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름까지 품었다. 이 장면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대상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유재석은 제작진과 스태프를 향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놀면 뭐하니'는 한 주 한 주 상황이 바뀌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맞추기 위해 남은 며칠 동안 수많은 분들이 애써주신다"며 "카메라 뒤에서 고생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 아니겠나.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20번 넘게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논란을 정면으로 마주한 또 다른 인물은 전현무였다. 전현무는 이날 '올해의 예능인상'을 수상하며 무대에 올랐지만, 소감은 축하보다는 사과에 가까웠다. 그는 "시상식을 진행하면서 이렇게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러운 건 처음"이라며 "매년 '나 혼자 산다'가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 저를 포함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최근 '나 혼자 산다'를 둘러싼 출연진 논란과 프로그램 외적인 이슈들이 겹치며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상황에서, 전현무는 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이 상을 '잘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2026년에는 '새롭게 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안84 역시 같은 무대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나 혼자 산다' 작가님들과 PD님들이 고생이 많다"며 "살다 보면 또 좋은 날이 오지 않겠나"라고 말해 동료와 제작진을 향한 위로를 전했다. 논란 속에서도 예능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책임과 연대를 선택한 순간이었다.
침체된 분위기를 환기한 것은 '신인감독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신인상에 이어 올해의 예능인상, 시청자 투표로 선정된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까지 휩쓸며 시상식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는 "선수들이 절실하게 만들어낸 결과"라며 공을 돌렸고, 연출자 역시 "언더독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시상식은 화려한 축하와 웃음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논란을 덮거나 피해 가지 않고, 직접 말하고 책임지는 선택들이 이어졌다. 동료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 끝까지 부른 태도, 프로그램을 대표해 고개를 숙인 장면들은 '방송연예대상'이라는 이름이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예능을 둘러싼 위기 앞에서, 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침묵이 아니라 태도였다.
유재석은 마지막으로 "2005년에 첫 대상을 받았고, 2025년에 21번째 대상을 받았다"며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될 수 있다면 30번까지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2025 MBC 방송연예대상'은 그렇게 품격으로 마무리됐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iMBC연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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