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는 시작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시즌을 흥행으로 이끌었던 핵심 심사위원 백종원이 사회적 논란 이후 첫 방송 복귀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때 '국민 요리사'로 불리던 그는 올해 초 '빽햄' 가격·품질 논란, 더본코리아의 원산지 표시 위반 및 농지법 위반 의혹, 식품 라벨링 문제 등 잇단 구설로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경찰 고발로까지 이어진 사안은 파장이 컸고, 일부 방송은 편성을 늦추거나 내부 조율에 들어갈 정도였다.
그런 그가 다시 등장한 예능이 '흑백요리사2'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시즌1의 히트 포인트였던 '백종원의 존재감'은 이번엔 자칫 역효과로 작용할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백종원을 이야기의 중심이 아닌, '냉정한 심사 구조의 한 축'으로 후퇴시킨 것이다.
백종원의 분량은 놀라울 만큼 절제되어 있다. 농담도, 리액션도 최소화됐다. 그가 입을 열 때는 오직 '맛'과 '조리 논리'에 대한 평뿐이다. 심사평을 제외하고는 백종원의 컷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출연진의 분량에 더 집중했으며 백종원과 안정재는 시즌1를 겪었기에 더욱 깐깐한 기준으로 엄격한 심사를 하는 심사위원으로만 포지셔닝했다. 논란을 의식한 편집이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옳았다. 시청자에게 불편함보다 신뢰를 남긴다.
시즌2의 진짜 힘은 '사람'에 있다. 이번엔 단순히 실력자들의 대결이 아니라, "아는 얼굴들의 진짜 실력 검증"이라는 콘셉트가 작동한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tvN '식스센스',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놀면 뭐하니?' 등의 예능에서 얼굴을 알린 셰프들이 대거 출연해 '방송 하는 셰프'가 아닌 '요리인'으로서 평가받는다. 방송에서 익숙한 그들의 이름을, 요리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은 이번 시즌이 가진 가장 뚜렷한 차별점이다.

여기에 새로운 룰 '히든 백수저'의 등장은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최강록과 김도윤이 백수저로 재도전하며 1라운드부터 흑수저 셰프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구조이며 이들의 생존 여부에 따라 흑수저 셰프들의 생존도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시즌1의 익숙한 판에 새로운 긴장과 균열을 만든 장치다.



하지만 무엇보다 '흑백요리사2'가 살아 숨 쉬는 이유는, 요리인들의 인간적인 서사 덕분이다. '술 빚는 윤주모'가 떨리는 손으로 세팅을 마치는 장면, '아기맹수'가 심사평을 기다리며 긴장된 표정을 짓는 모습, '프렌치 파파'와 '무쇠팔'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로 한순간 시청자들의 눈물을 뽑아내기도 했다. 시즌1에서 거의 결승에 이르러서야 보였던 인간적인 스토리와 감동이 시즌2에서는 첫 공개 회차부터 등장해 시청자들의 몰입을 가속 시켰다. 시즌1이 재야의 고수를 '발견'하는 재미였다면, 시즌2는 이미 알고 있는 이름들의 '아는 맛의 재확인',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흑백요리사2'는 화제성보다 내실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논란의 인물을 품되, 불필요한 소비 없이 콘텐츠로 극복했다. 요리 예능이 다시금 '사람'과 '맛'으로 돌아왔음을 보여준 교본 같은 사례다.
오직 맛으로 계급을 뒤집으려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과, 이를 지키려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이 벌이는 불꽃 튀는 요리 계급 전쟁 '흑백요리사2'는 매주 화요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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