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람: Wish>(이하 바람) 줄거리
모범적인 부모님, 잘난 형, 반듯한 누나와 살고 있는 정국(일명 짱구)은 가족 중 혼자만 인문계가 아닌 상고에 진학하는 걱정거리다. 고등학교에 등교하던 첫날, 짱구는 딱 두 놈만 정리하면 교실을 통으로 먹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교내 불법 서클에 간택되지 못해 내심 실망한다. 담배로 싹튼 우정으로 반 내에서 친구들과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던 짱구는 ‘삥을 뜯긴’ 한 녀석의 밀고로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하지만, 교내 최강 불법 서클 몬스터의 멤버가 되면서 짱구의 고교생활은 점점 순탄해져만 가는데….
★ 애프터 스크리닝
정우라는 배우가 있다. 본명은 김정국으로(<바람>에서 맡은 본인 배역의 이름도 김정국이다) 영화와 TV의 많은 작품에서 적은 분량의 역할을 연기해오다 <바람> 감독의 전작인 <스페어>로 첫 주연을 경험한 오랜 무명 배우다. 이 배우, 주목할 만하다. 그다지 잘생기지도, 뚜렷하게 못생기지도 않았지만 평범하면서도 친근감을 주는 마스크의 정우는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한 <바람>에서 말 그대로 원맨쇼를 보여준다.

<바람>은 <말죽거리 잔혹사>와 <애자>를 합쳐놓은 듯한 영화다. 부산을 무대로 하고, 고등학교 불법 서클이 등장하는 영화지만 보통의 학원액션영화와는 달리 폭력보다는 ‘동물의 왕국’에 비유되는 남자 고등학생들의 권력욕에 대한 고민과 앞날에 대한 걱정거리 등을 세심하고 재치 있게 다루는 영화다. 말하자면 <말죽거리 잔혹사>의 명대사인 “대한민국 학교 족구(?)하라 그래!” 같은 식의 드라마틱한 한 방은 없지만 오밀조밀한 남자 고등학생의 모습을 솔직 담백하게 담고 있는 영화다.
최강희가 주연한 <애자>가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람>은 남자 영화지만 거칠지 않고, 후반은 지나치리만큼 감성적이기도 하다. 아마도 <애자>가 여성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선사했다면, <바람>은 남성 관객들에게 충분한 공감대를 선물한다. 다만 15회차에 촬영을 끝냈다는 저예산 영화답게 매끄러운 상업영화와는 비교되게 다소 투박하고 거친 영화적 성격이 <애자>만큼의 상업성을 담보하지는 못하겠지만, <바람>에는 고등학교에 대한 향수와 남자들의 순수한 권력싸움, 그 속의 개인이 갖는 인간적인 솔직함, 그리고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바람>에서 황정음은 주인공 짱구의 여자친구로 출연한다. 그녀의 영화 데뷔작이라 소개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황정음의 역할은 이미 개봉한 텔레시네마 <내 눈에 콩깍지>보다 훨씬 분량이 적다. <내 눈에 콩깍지>에서는 전형적인 조연을 맡았던 데 비해 <바람>에서는 홍일점이라고 할 만한 주인공의 여자친구지만, 우정출연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캐릭터의 존재감도 분량도 적어 민망할 지경이다. 그러나 어차피 영화의 재미는 떠오르는 스타 황정음에게 기대지 않는다. 전통 악기로만 구성된 독특한 영화음악으로 끌어가는, 과장되지 않은 진짜 남자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다 보면 엔딩에서 눈물도 살짝 흐를 수도 있다. 가끔 일반적인 상업영화와는 달리 자유로운 맛이 나는 영화를 찾아보는 일도 즐겁게 느껴진다. 장석우 기자 │ 사진제공 필름더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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