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계를 위해 애엄마로 위장취업한 싱글녀 고다림(안은진 분)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팀장님 공지혁(장기용 분)의 속앓이 로맨스를 표방하는 '키스는 괜히 해서!'(극본 하윤아·연출 김재현)가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첫 회 로비에서의 충돌, 황당한 가짜 연인 상황, 천재지변급 첫 키스로 이어지는 연쇄적 사건으로 시작부터 강렬한 로맨스의 색채를 확실히 입힌 것. 2회에서는 운명의 장난처럼 고다림은 백마탄 왕자님과도 같은 공지혁과 애타는 이별을 맞이하고, 위장취업을 시도하다 면접장에서 면접관과 지원자로 재회한다. 하지만 애엄마로 위장해 취업한 탓에 공지혁의 오해를 사게되는 고다림. 이후 3회 예고에서 두 사람의 '혐관' 서사가 기대감을 높였다.
서사가 비교적 빠르고 리드미컬하게 전개된 것. 시작부터 키스에 좌충우돌 이별과 뜻밖 재회까지. 이렇듯 '키스는 괜히해서'는 모두가 알고 좋아하는 마치 조미료와도 같은 자극적인 기획과 압축된 전개 덕에 분명한 초반 화제성을 확보했다. 첫 회 시청률 4.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는 박수받을 기록이고, 시청층의 관심도도 높았다. 그러나 2회 시청률은 4.0%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단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첫 회에서 보여준 강력한 자극의 연쇄가 이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 급격한 감정 진전과 위장취업이라는 핵심 설정이 아직 충분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셈.
초반부가 설렘 중심의 로맨스로 출발했다면, 3회부터는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적인 '혐관'으로 전환될 것이 예고되어 있다. 초반의 감정적 끌림이 곧바로 갈등과 충돌로 치환되며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모양새. 이후 다시 로맨스로 회복되는 과정이 핵심 서사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로맨스→혐관→재로맨스' 구조가 작품의 감정 밀도를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향후 시청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특히 두 배우의 연기 톤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이러한 감정 변주가 더욱 설득력 있게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초반 완성도를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축이기 때문. 장기용은 오랜만의 로맨틱 코미디 복귀작에서도 특유의 절제된 감정 표현을 한층 부드럽게 다듬어, 캐릭터의 단단함과 현대적 로맨스 감각을 균형 있게 가져간다. 무표정과 미세한 호흡 변화만으로도 설렘과 긴장감을 만드는 능력이 있는 배우다. 여기에 은근한 코믹까지 적절히 배치하니 여심 확보에 제격이다.
안은진은 생활연기를 기반으로 한 자연스러운 감정 리듬으로 극의 현실감을 책임진다. 일상적인 말투와 조밀한 표정 변화, 큰 리액션 없이도 감정선을 밀도 있게 채우는 능력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작품의 전체 톤을 잡아주는 힘이 있다.
다만 두 배우가 한데 어우러져 커플로 묶였을 때의 시너지는 아직 확고하게 증명된 단계는 아니다. 개별적으로는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만, 로코 특유의 합의 순간, 즉 티키타카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폭발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날렵한 인상의 장기용과 둥근 이미지의 안은진, 얼굴합이 조화로운가 역시 아직까지 미지수다. 향후 관계가 다시 로맨스로 회복되는 국면에서 이러한 응집력이 제대로 드러나야, 초반 화제성에 걸맞은 로코적 완성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발적 기획과 연출만으로 충분히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자극은 시선을 붙잡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작품을 오래 끌고 가기 위한 연료가 되지는 않는다. 이 드라마가 앞으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설정의 설득력을 공고히 하고 전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인물의 감정선이 정교하게 자리 잡고, 두 배우의 개성이 커플 서사 안에서 자연스러운 힘을 갖게 된다면, 흥행 동력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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