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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과 조명 속, 본질 잃은 W코리아 20주년 유방암 캠페인 [이슈in]

기사입력2025-10-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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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인식 향상을 취지로 내세운 패션 매거진 W코리아의 자선 행사가 본래 목적과는 다른 파티 분위기로 논란에 휩싸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20회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는 W코리아가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대표적인 자선 행사다. 여성의 유방암 조기 검진과 인식 개선을 위한 취지로 시작돼, 갈라 디너와 퍼포먼스를 통해 기부금 일부를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해왔다. 하지만 올해 20주년을 맞은 이번 행사는 의도와는 달리 '유방암 캠페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는 역대급 규모의 셀럽 라인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고수, 고현정, 공명, 그레이, 김민하, 김세정, 김영광, 김영대, 김지석, 노상현, 노정의, 덱스, 르세라핌 채원·카즈하, 몬스타엑스 형원·셔누, 문소리, 바밍타이거, 박규영, 박은빈, 박재범, 변우석, 수현, 스트레이키즈 방찬·승민, (여자)아이들 미연·민니·소연·슈화·우기, 아이브 레이·안유진·장원영, 아일릿 윤아·모카·민주·원희·이로하, 에스파 카리나·윈터·지젤·닝닝, 엔믹스 해원·설윤, 엔하이픈 성훈·제이크·정원, 엘리스, 올데이프로젝트 애니·타잔·베일리·영서·우찬, 우원재, 원지안, 이동휘, 이민호, 이수지, 이수혁, 이영애, 이유미, 이준혁, 이준호, 이채민, 임수정, 임지연, 있지 예지·유나, 장윤주, 전소니, 전소미, 전여빈, 정려원, 정해인, 조유리, 추영우, 코드쿤스트, 크리스탈, 키키 지유·이솔·수이·하음·키야, 태양, 하정우, 화사, 효연 등 국내 톱스타와 신예 셀럽이 총출동했다. 이 라인업은 일부 방송국 연말 시상식보다도 화려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사실상 "국내 연예계 전 세대의 총집합"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면면과 달리 현장 풍경은 자선 행사보다는 파티에 가까웠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는 유방암 인식을 상징하는 핑크 리본을 단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고, SNS에는 샴페인을 든 스타들과 SNS 챌린지를 따라 하는 연예인들의 영상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게 유방암 캠페인이 맞느냐", "그냥 셀럽 파티 같다", "술잔을 들고 웃는 모습이 취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무대에 오른 가수 박재범의 공연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 '몸매'를 부르며 현장 분위기를 띄웠지만, 가사 중 "우리의 관계가 뭔지 모르지만 지금 소개받고 싶어 니 가슴에 달려있는 자매 쌍둥이" 등의 표현이 유방암 인식 캠페인 행사로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재범은 다음날 SNS를 통해 "좋은 뜻으로 무페이로 참여했으니 선의가 악용되지 않길 바란다"며 "현장 분위기에 맞춰 평소처럼 공연했지만 불편했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W코리아의 공식 SNS에는 해당 노래가 그대로 배경으로 사용된 영상이 아직 삭제되지 않은 채 게시 중이어서, 진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박은빈은 행사 당일 현장을 일찍 떠난 사실이 알려지며 대조적인 태도로 주목받았다. 그는 행사 직후 자신의 차량 안에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지금 W 행사 마치고 황급히 집으로 가는 중"이라며 "이런 행사는 오랜만이 아니라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좋은 구경했다. 잘 있다 간다. 휴"라고 말했다. 이어 "분위기가 좋아서 다들 잘 즐기고 계시더라. 저는 슬쩍 분위기 맛보고 집에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팬들은 "현장 분위기에 당황한 듯했다", "은빈이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에 참석한 스타들의 화려한 의상과 음주 장면은 유방암 환자 커뮤니티의 분노로 이어졌다. "유방암은 빼고 그들끼리 파티했으면 좋겠다", "유방암이 이용당한 것 같다", "당사자에게는 모욕적인 장면이었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트위터(X)에서는 '유방암 인식', '연예인들' 등의 해시태그가 하루 종일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W코리아 측은 행사 목적에 맞게 자선기금을 조성했다고 밝혔지만, 20년간 누적 기부금은 약 11억 원으로 알려졌다. 연평균 5,500만 원 수준으로, 국내 최대 자선 행사로 불리기에는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이 주최한 시민 참여형 캠페인 '핑크런'은 누적 43억 원을 모금해 비교됐다.


해외의 유방암 자선행사는 셀럽들이 핑크 리본이나 핑크 드레스를 착용하고, 환자 및 연구자와 함께 인식 개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는 유방암 환자나 의료 관계자의 참여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주최 측이 일부 연예인에게 "요즘 유행하는 챌린지를 해보라"며 퍼포먼스를 시킨 점도 비판을 샀다.

다만 일부 스타들은 캠페인의 취지를 직접 언급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아이브 레이는 팬들과의 방송에서 "저도 예전에 아팠던 적이 있어서 유방암 인식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기 전에 공부도 했다"고 말했고, 아일릿 원희는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고 검진으로 시작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행사 직후 인스타그램에 화려한 파티 사진만 올렸고, 유방암 인식 관련 메시지를 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W코리아는 20년간 '유방암 인식 캠페인'을 내세워 패션과 자선을 결합했지만, 올해 행사는 그 상징이 상업화된 이미지 마케팅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선의 본질은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진심 어린 메시지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W코리아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iMBC연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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