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울은 긴 휴가에서 돌아온 뒤 대표가 죽고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거물급 회사들의 스카우트 제의에도 흔들리지 않던 한울은 재이와 함께 새로운 회사를 차려 업계의 1인자가 되기로 결심하는, 천부적인 재능의 A급 킬러이자 ‘사마귀’로 불리는 인물이다.
완성작을 본 소감을 묻자 임시완은 여전히 자신을 가장 냉정한 평가자로 삼았다. 그는 "제 작품을 볼 때 저한테만 시선이 집중된다. 제가 했던 연기와 액션이 저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저는 저에게 혹독하고 냉정한 편이라 만족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 더 잘할 수 있는 지점을 계속 찾게 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아쉬움이 남는 장면으로 와이어 액션을 꼽았다. "와이어를 타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실 와이어 없이 아크로바틱으로도 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아크로바틱 연습도 해봤는데 짧은 시간 안에 완성이 안 되더라. 시간만 충분히 있었다면 와이어 없이 해낼 수 있었을 거다. 그게 제일 아쉽다. 아이돌 시절 동료가 무대에서 했던 걸 보며 '저건 해볼 만한 도전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준비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연습하러 가긴 했지만 '와이어 안 하고 직접 해보겠다'라는 말을 끝내 못 한 게 너무 아쉽다"고 고백했다.
작품을 둘러싼 반응에 대해서도 그는 차분했다. "아직 찾아보진 않았다. 하지만 이 장르 특성상 호불호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 '길복순'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고, 워낙 장르적이고 색이 뚜렷한 작품이라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촬영 전부터 알고 있던 부분이다"고 말했다.
완성도에 대한 질문에도 자책이 담겼다. "저는 완성도도 더 잘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액션이 메인인 장르인데 제가 액션에 더 특화되고 준비가 더 잘 돼 있었다면, 감정선이나 서사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었을 거다. 첫 액션이라 그런지 만족을 못한다. 액션스쿨도 꾸준히 다니고, 복싱·격투기·킥복싱도 몇 년간 배웠는데 그게 제 성에는 차지 않는다. 언젠가 다가올 액션을 위해 준비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임시완은 이번 작품이 운명처럼 다가왔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길복순'에서 사마귀가 지문과 대사로만 존재했다. 처음에 변성현 감독이 목소리 출연을 제안하셨지만 최종적으로 그 장면을 빼게 됐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나중을 위해 아껴두자, 그때 보여주자'고 말씀하셔서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는 사마귀로 점지된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찍게 된다면 기다리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사마귀구나, 운명을 받아들이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아껴둔 '사마귀'는 변성현 감독이 아닌 이태성 감독의 연출로 만들어졌다. 임시완은 "처음엔 청천벽력 같았다. 당연히 변성현 감독이 직접 연출할 거라 생각했는데 새로운 정보를 듣고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변 감독이 설명을 잘 해주셨다. 변 감독과 오래 호흡을 맞춘 조감독이 이 세계관을 이끌어갈 거라고 해서 믿고 하게 됐다"고 전했다.
변 감독은 오히려 임시완에게 개입하지 않으며 온전히 신뢰를 보냈다. "'사마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에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 신인 감독과 제가 호흡 맞추는 데 본인이 개입하면 혼돈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나를 믿고 맡기려는 태도였다. 그것 자체가 더 큰 신뢰였다"고 설명했다.
함께한 이태성 감독에 대해서는 "감정에 굉장히 민감한 분이다. 제가 감정 테이크를 다르게 가면 어김없이 캐치하시더라. 한울과 재이의 감정선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섬세하게 감정을 다루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태성 감독이 인물들의 감정에 민감했다고 한 만큼 '사마귀'에서는 임시완과 박규영이 연기한 캐릭터들 사이의 감정이 미묘하게 작용했다. 사랑인 듯 동료애인 듯, 질투인 듯 이 둘의 감정이 무엇인지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했다. 임시완은 "재이와 한울의 과거가 직접적으로 그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저는 손을 내밀어줬던 그 순간부터 한울이 재이를 좋아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으로 인간적으로 다가온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널 좋아할 거야'라는 마음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 작품은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결국 액션이 생명이고, 서사는 액션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명쾌하게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높은 텐션을 유지하는 캐릭터도 부담이었다. "평소 제 텐션은 그렇지 않은데 일부러 허세스럽고 밝은 척을 해야 했다. 붕붕 떠서 설레발 치고 호들갑 떠는 캐릭터라 찍고 나면 하루가 다 끝나는 기분이었다.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었다. 평소 텐션 좋은 분들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스타일링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조상경 의상감독님이 맡아주셨는데 굉장한 영광이었다. 조상경 의상감독이 저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셔서 더 감사했다. 평소 하지 못했던 실험적인 의상을 많이 입었다. 화려한 디자인, 과감한 패턴이 가미된 의상이었는데 무대의상 같은 옷도 입었다. 한울이라는 인물이 MZ 세대의 킬러라면 이런 의상을 입을 거라는 설정이었는데, 실제로 캐릭터를 살려주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임시완은 자신의 연기 철학을 "분석적"이라고 정의했다. "분석을 통해 운에 기대는 면을 줄이고자 한다"고 했고, 팬들이 붙여준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많이 듣는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임시완은 현재 앨범 준비에도 나서며 배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금발 염색과 리본타이로 변신한 그는 '가수 임시완'의 무대를 다시 보여줄 채비에 들어갔다.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는 현재 스트리밍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