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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염혜란 "'광례'는 잊어라, 이번엔 관능의 '아라'" [영화人]

기사입력2025-10-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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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염혜란이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감독 박찬욱)에서 맡은 '아라' 캐릭터와 관련해 출연을 망설였던 이유, ‘관능’이라는 새로운 이미지 도전, 그리고 박찬욱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염혜란이 연기한 ‘아라’는 예술가적 기질을 지닌 동시에 현실적인 욕망과 이상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오디션마다 낙방하면서도 자신감과 낭만을 놓지 않고, 실직으로 무너져가는 남편 ‘범모’(이성민)를 바라보며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실망으로 반응한다.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시나리오를 받은 염혜란은 시작부터 멈칫했다고 했다. 그 어떤 배우라도 '박찬욱 감독의 제안이기에, 그와 일할 기회라는 데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작품이었지만 고민을 했다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너무 유치하게도 제가 뱀 공포가 있다. 단순하 이유이지만 첫 페이지 보자마자 놀랐다. 그냥 징그러워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진도 못 볼 정도로 심하다. 전작에서 실제 뱀을 써서 연기하는 걸 봐서 이번에도 그럴까봐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박찬욱 감독이 바로 "CG로 처리할 건데"라고 해서 안심을 시켰다고 하지만 그 장면이 촬영 현장에서 구체화되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고 출연을 고민했던 첫 번째 이유를 밝혔다.

이 작품을 고민할 두 번째 이유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캐릭터의 ‘관능’이었다. "그냥 앉아 있는데 관능이 나와야 하는 역할인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스스로의 이미지를 가장 엄격한 기준으로 대하는 배우에게 ‘관능’은 연기 톤의 변화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려고 마음먹었다고 하셨을 때가 제가 '마스크걸'로 ‘감독조합협회’ 상을 받던 때였다. 그래서 더더욱 감독님이 제 최근작을 충분히 보셨는지, 안 보시고 저한테 제안하신건 아닐까 했었다. 그랬는데 보셨다더라. 그리고 '그런 지점은 함께하는 스태프와 배우 연출이 함께 고민을 할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영화를 보신분들이 아라의 관능미를 판단하시겠지만 스태프들이 최대한 노력을 해주셨다. 최종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조금 예상이 되는 배우보다 당신이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저를 믿고 접근해야겠다 싶더라"며 작품 선택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방향이 정해지자, 그는 관능을 ‘태도’가 아니라 ‘디테일의 총합’으로 번역했다. "이 여자는 나이가 있지만 자기를 놓지 않는 사람"이라는 캐릭터 핵심을 정리한 뒤, 외형을 거꾸로 쌓았다. 네일 연장, 속눈썹, 가발과 긴 머리, 의상 톤까지 실험을 반복했다. "예뻐 보이기보다 ‘자기를 사랑하는 현재형’의 느낌이 중요했다. 나이가 있어도 긴 머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여자, 끊임없이 자기를 사랑하는 여자, 현재는 더 사랑을 많이 하는 상태 등 이 사람이라면 놓지 않을 것을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며 역대급 예쁜 염혜란, 아니 아라를 만들어 간 과정을 설명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염혜란 미모 미쳤다'는 평이 많았다. 현재의 모습도 그렇지만 특히 과거 이성민과의 장면은 청순하고 순수한 아라의 모습이 보여지며 인상적이었다. 염혜란은 "감독님이 엄청 신경쓰셨다. 제 과거 사진도 보내드렸고 그걸 3D로 구현하신 것. 그 사진을 토대로 더 통통하게도, 덜 통통하게도 해봤다고. 그 결과 지금의 영상이 나오게 된 것. 감독님이 저와 범모의 젊은 시절 사진을 선물로 보내주셨더라. 범모의 핸드폰 배경화면에 있던 그 사진인데 집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놨다"는 이야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작품 '폭싹속았수다'로 염혜란은 온 국민의 '광례'로 눈물버튼이 되고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면 '광례'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아라'의 얼굴로 자신의 이미지를 한번에 바꾼 염혜란이다. 그는 "사실 이걸 찍으며 우려된건 이성민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 사랑스러움, 그에 대한 믿음이 대단한 분이라 제가 나쁜 여자로 보일까 우려되었다. 찌질하지만 안타까운 인물을 바람나서 죽이기까지 하는 못된 여자로 보일까봐."라며 이미지에 대한 걱정을 조금 하긴 했었다는 고백을 했다.


그래서 만들어 낸 대안이 "범모를 죽이고 젊은 남자와 춤추는 장면에서 원래 대본에는 취해서 춤추고 엉망진창이 된다는 거였는데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저에게 꼴보기 싫은 범모의 종이를 박박 찢자고 했다. 범모에게는 전부였던 종이를 아라 마음의 몸부림 감정을 담아 안무하듯 보이려 했다. 감독님은 '좋아하는 것 처럼 보이면 안되는데'라는 걱정을 하셨는데 얼핏보면 좋아하는 것 처럼 보이긴 하더라. 하지만 그 씬의 진짜 의미는 범모의 좋은 오디오와 범모가 그간 모아온 각종 종이들을 찢고 흩뿌리는 걸로 연기했다."라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염혜란은 "촬영하면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말을 농담처럼 했었다. 실직이 아닌 실직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을 내가 하니, 내가 주제를 다 이야기하는게 아닌가 싶더라"라며 자신의 캐릭터가 전하는 메시지가 컸음도 이야기헀다.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은 분명하다. "연기는 저로 시작해서 그 인물까지 도달하는 과정"이라는 정의. 그는 먼저 자기 안에서 접점을 끌어 올린다. 그 접점이 가까운 길일 때도 있고, 멀고 험한 길일 때도 있다. 이번 역할은 후자에 가까웠다. 관능을 요구받는 중년 여성, 도덕적 비호감으로 기울 수 있는 선택들, 그리고 그 속에서 주인공이 지키는 ‘자기 사랑’의 온도. 그는 ‘나쁜 여자’로 오해받을 위험을 알면서도 장면의 의미를 고집했다.

관객의 수용과 반응은 그가 가장 예민하게 듣는 대목이다. "별점 왜그래요? 깜짝 놀랬어요. 너무 속상해." 그는 다만 ‘싫다/좋다’의 단문 대신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구체적 피드백을 부탁했다. "저는 영화를 한 다섯 번 보니 느낌이 계속 달랐다. 처음엔 주제가 명확하다고 느꼈는데, 회차를 거듭하니 선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영화라는 걸 알았다. 놀라울 정도로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나 싶다. 처음에는 쉬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 번째 보니까 이렇게도 볼수 있네 싶고 다섯번째에는 이게 쉬운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영화를 해석했다. 그러며 "감독님 이름 때문에 더 놓치지 않으려고 들여다보시는 것 같다. 너무 기대치를 높이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싶디고 할텐데 보신걸 여러번 곱씹으면 다른 의미가 읽혀질 것"이라며 영화를 이야기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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