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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이성민 "실직은 단순한 직업 상실 아냐,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문제" [영화人]

기사입력2025-10-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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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이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에서 연기한 '범모'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믿었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후,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 전쟁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성민은 만수의 경쟁자이자 평생 제지 공장에서 일하며 타자기와 LP 음악만 고집하는 아날로그적 인물 범모 역을 맡았다.

이성민은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외적인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내적인 부분은 범모에게 공감이 많이 가서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외적인 부분은 신경이 많이 쓰였다.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늘 막막하다. 예를 들어 그냥 평범한 신문사 기자를 어떻게 외모로 만들어야 하는 게 좋겠나?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평범한 기자를 연기해야 할때 어떤 외모로 표현하는게 좋을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모라는 인물은 평생 제지 공장에서 일만 하고, 음악도 이것만 듣고, 편지도 이것만 쓰는 식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길에서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외모를 만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범모의 처지를 자신과 비교하며 공감했던 순간도 언급했다. "이건 영화를 하면서 떠올린 게 아니라 그전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특히 그렇다. 내가 사고를 당하거나 다쳐서 이 일을 못 하게 된다면 영원히 뭘 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른 건 해본 게 없으니 할 줄 아는 게 없다. 범모에게 제지 공장에서의 일은 단순히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실존과 연결된 문제였을 것 같다. 내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영화 속 아내 아라(염혜란)가 범모에게 "니가 실직이 문제가 아니라 실직을 대하는 태도가 더 문제"라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그는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도피적인 말 같기도 하다. 범모가 종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신념을 전하는 것처럼, 이건 단순히 직업 이상의 문제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문제"라고 해석했다.

실직과 존재의 문제를 연결 지은 그는 "저도 성인이 된 이후 딴 일을 해본 적이 없다. 한 번도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범모와 굉장히 비슷하다. 단순히 직업을 잃는 게 아니라 실존의 문제고 생존의 문제다. 상상하기 끔찍하다. 그래서 어떻게든 건강하게, 사고 나지 않고, 다치지 않게 이 일을 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이 작품을 하면서라기보다는 나이 들면서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이성민은 "저는 완전히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해피엔딩으로 볼 수 없다. 인물들이 우스꽝스럽게 행동하고 장면이 가볍게 흘러간다고 해서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그 밑바탕에는 굉장히 우울하고 암울한 정서가 깔려 있다. 연쇄살인마의 가족이고, 그에 동참한 가족인데, 이건 그들만의 비극이 아니라 결국 우리에게도 닥친 비극"이라고 단언했다.

영화의 미덕에 대해서도 그는 소신을 밝혔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직업을 잃은 사람이 경쟁자를 죽이는 스릴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훨씬 더 큰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나도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우리가 느끼는 어두운 메시지, 불안한 메시지를 관객이 함께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 것 같다. 웃으면서 보다가도 끝에 가면 '이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이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어쩔수가없다'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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