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우의 파격 변신이 인상 깊다. 앞으로 어떤 폭발적인 시너지를 완성해갈 지 기대가 되는 '퍼스트레이디'다.

24일 첫 방송된 MBN 새 수목드라마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에 당선된 남편이 장차 퍼스트레이디가 될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드림하이2', '신분을 숨겨라'와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김형완 작가가 무려 6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집필을 완성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MBN이 '스폰서' 이후 무려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라는 점. 저조한 시청률 등의 여파로 잠시 휴지기를 갖다 오랜만에 유진, 지현우와 함께 안방극장에 복귀하게 됐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이호현 감독은 "부담은 되지만 자신 있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미니시리즈인 만큼, 이 드라마, 돈을 쓴 티가 팍팍 난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제작사 및 방송국의 사옥이나 장면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트를 쓰는 타 드라마와 달리 잠깐 비치고 지나가는 장면마저 그럴듯하게 구성해놨다. 엑스트라의 수도 부족함 없이 풍성하게 채워 넣으며 현실감을 더했다.

짧은 공백을 마치고 돌아와 화면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내비치는 건 유진도 마찬가지. '펜트하우스' 시리즈 종영 이후 약 4년 만에 시청자 곁으로 돌아온 유진은 기존에 보여주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반전을 선사한다. 자신의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판 차수연으로 완벽 변신한 것인데, 서글서글한 외모와는 반대되는 독기를 보여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말없이 손가락과 눈빛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에선 서늘함이 감돌 정도다.

지현우의 경우 칼을 제대로 갈았다. 그동안 주말 연속극에서만 주로 활동하다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 이후 약 5년 만에 미니시리즈로 돌아온 그는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품고 있던 잠재력을 마음껏 터트리며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넘치도록 발휘한다. 특히나 놀라운 건 캐릭터 소화력. 왜 이제야 정치극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대통령 당선인인 현민철을 담백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그려내며 몰입감을 높인다. 눈빛부터 발성까지 완벽히 현민철로 변신한 모습.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기존에 주말 연속극을 할 땐 한 주에 방송이 두 개씩 나가야 하다 보니까 연습 시간이 부족했다. 대본을 분석하는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서 항상 아쉬움을 안고 집에 갔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대본이 많이 나와 있어 천천히 준비할 수 있었다"라는 발언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두 사람의 딸 지유 역으로 나오는 박서경 배우의 연기도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최근 '은중과 상연'에서 상연(박지현)의 아역으로 나오며 극 초반의 서사를 탄탄히 했던 그는 이번에도 아빠의 외도와 엄마의 집착으로 무너지는 딸의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이에 과연 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시너지를 완성해 갈지 기대케 했다.
그런 '퍼스트레이디'의 유일한 아쉬움을 꼽자면 편집 스타일. 과거와 현재를 너무 잦게 이동하는 탓에 집중의 끈을 탄탄히 잡아놓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장면과 장면 사이를 잇는 트랜지션 효과가 다소 투박해 옛 드라마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김규남의 활용도 다소 의문이 남는다. 무게감을 낮추기 위해 '유튜버', '애니메이션'과 같은 소재를 넣어놨지만 현재까지는 현민철-차수연 서사와 다소 겉도는 느낌이 들 뿐이다. 앞으로 이 숙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시선이 모아진다.
한편 '퍼스트레이디'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밤 10시 20분 방송된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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