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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th BIFF] '부국제' 손예진 "결혼, 출산 이후 다시 멜로 할수 있을까 할때 찾아온 '어쩔수가없다'"

기사입력2025-09-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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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는 배우 손예진의 액터스 하우스가 열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어쩔수가없다'를 공개한 손예진은 "어제 아침 7시에 차로 5시간 걸려 부산에 왔고 기자회견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한국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드리는 날이었다. 베니스와 다른 설레임과 기대를 안고 왔고 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 선정된 것도 배우로서 너무 영광이었고 큰 무대, 큰 야외 스크린으로 보는 게 기분 좋더라. 바람도 너무 좋고 언젠가 또 올 수 있겠지만 어제는 한순간, 잊을 수 없었고 행복하게 영화를 관람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손예진은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 경험이 쌓이고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분이 있으시니 가능하고 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시는 분이 있어서 이 자리가 있기에 배우로서 행운이다"라며 액터스 하우스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쩔 수가 없다'로 베니스 영화제에 다녀온 손예진은 "해외영화제는 처음이었다. 3대 영화제라는 것이 엄청나게 설레더라. 나이가 들어서 연차가 쌓이면서 동료들과 박찬욱 감독과 같이 간 것이 엄청나게 크게 다가왔다. 우리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세계에 너무 많다는 걸 몸소 느껴서 감격스러웠다. 이 자리에 경쟁 부문으로 참여해서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게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벅찼다. 극장에서 마지막에 기립손뼉 치고 인사하는데 너무 뭉클했다. 옆에서 박희순은 눈물이 범벅되셨더라."라며 베니스에서의 일화를 이야기했다.


손예진은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인터뷰를 20대에 했었다는 말을 하며 "까도 까도 양파 같은 매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표현이었던 것 같다. 20여 년이 흘러서 아는 표정, 아는 말투, 제 식의 연기 패턴이 생겼다. 그게 스트레스고 극복하고 싶은 것이었는데 결국 가게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인정하게 되더라. 그래서 계속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달라 보이고 싶어서인 것 같다. 달라 보이고 새롭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관객이 저를 지루해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 되는 것 같다."라고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이야기했다.

손예진은 "과거 제 연기를 보면서 '저건 다시는 못할 표정'이라는 걸 느낀다. 그때의 순수한 표정. 저런 눈물, 저런 웃음을 이제는 못할 거 같다는 걸 이제 와서 느낀다.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하며 "예전에는 캐릭터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연기했다. 20대 초반에 제가 뭘 알고 연기했겠냐. 내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연기를 했었다. 그때 정말 열심히 몰입해서 찍었다. 지금 그 연기를 하라 하면 다른 방식으로 깊이 있게 하겠지만 20대의 상상력과 감성으로 해야 하는 연기는 지금 못할 것"이라며 세월이 지나며 할 수 있는 연기가 달라짐을 이야기했다.

손예진은 "연기를 하면서 급변하는 제작 환경을 겪어봤다. 명절에도 일하고 밤샘 작업했다가 요즘에는 시간 제약이 생겼다. 이야기의 소재도 엄청 많이 변했다. 변하는 세상에 저도 적응하며 가고 있다"며 예전과 요즘의 제작환경도 상당히 변했음을 이야기했다.

보통의 여배우들이 선택하지 않는 대범한 작품을 해온 손예진은 "20대를 돌이켜보면 빨리 나이가 들고 싶고 성숙한 연기가 하고 싶었다. 내가 가지는 어설픈 불안함이 아니라 성숙하고 농밀하고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스스로를 자평하면 애늙은이 다운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라며 작품 선택의 이유를 분석했다.


최근 결혼과 출산을 제외하고 데뷔부터 쉼 없이 작품을 했던 손예진은 "연기 욕심, 열정과다"를 연기하는 동력으로 꼽았다. "저는 하고 쓰러지는 편. 정신력이다. 쓰러지고 벌떡 일어나서 열심히 하고 쓰러지는 스타일이다. 왜 그렇게까지 달렸을까 생각하면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즐기지도 못했는데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지금까지 달려왔다."라며 이야기했다.

손예진은 "'어쩔 수가 없다'의 현장은 예전처럼 멋진 모습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많은 여배우들이 작품을 하지만 막상 제가 배우로의 미래를 생각하면 똑같을 거란 생각이 안 들고 불안하고 또 멜로를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찾아줄까 싶더라. 불안함 속에서도 윤여정, 전도연, 김희애 선배들의 발자취를 보면 당연히 나에게도 길이 있을 거고 이때 보여줄 수 있는 나의 연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럴 때 멋진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어쩔 수가 없다'를 만나고 현장에 갔는데 너무 행복하더라. 그전에는 부담과 책임감, 압박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이 이어서 저는 꼽사리로 껴도 문제가 없어서 현장을 즐길 수 있었다. 아이엄마 역할이니까 제가 경험도 했던 것, 그래서 굳이 뭔가 하지 않아도 이미 나는 엄마라 어색하지 않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최근에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도 찍었는데 또 즐기면서 재미를 느끼며 하게 되더라. 너무 행복하게 찍었다"며 공백기 이후 컴백을 하며 어떤 마음이었는지 고백했다.

이병헌과 '어쩔 수 없다'에서 "넌 너무 이쁘잖아" "너도 잘생겼잖아"라는 대사를 주고받았던 손예진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카메라 앞에서 유연하기가 힘들다. 자연스럽게 하라는 말을 감독님이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 자연스럽다는 게 가장 힘들다. 특히나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정해 놓은 나의 연기톤과 행동, 대사가 있는데 계획이 되어 있으면 몸이 유연해지지 않는다. 항상 카메라 앞에서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연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제가 하고 싶은 모습이고 보이고 싶은 모습인데 이병헌 선배처럼 힘을 뺀 와중에 감독이 디렉팅과 자신이 준비한걸 적절히 보여주는 걸 보면 타고난 배우 같다"며 이병헌의 연기를 극찬했다.

손예진은 "박찬욱 감독의 이름이 주는 존재감과 무게감이 배우들을 다 따르게 하고 믿게 하는 분위기 때문에 가능한 것. 박감독의 아우라와 감독만의 색깔, 작품세계는 마땅히 존중받고 지켜줘야 할 존경스러운 것이다. 현장에서 감독님은 클래식을 많이 들으시는데 즉석 해서 대사도 써주신다. 툭툭 나오는 대사가 즉흥적이어서 더 놀라웠다. 무엇을 끄집어 내도 그게 다 보물 같더라. 이미 그 안에 많은 게 있어서 뭘 꺼내도 다 예술 같은 느낌이어서 현장에 있는 게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며 거장 박찬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쩔 수가 없다'에서 미리를 연기한 손예진은 "미리라는 인물은 영화를 보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존재감을 알았다. 단순하게 접근했다. 미리는 훨씬 낙천적이고 상황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사람이더라. 저는 완전 파워 J여서 많은 걸 계획해야 하고 어긋나면 힘들고 최악의 순간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미리는 낙천적이고 비극 속에서 잘 소화를 하고 타격감이 없는 사람이다. 타격감 없는 미리의 모습이 대리만족이 되었다. 울상하면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의 단단함이 큰 매력으로 느껴지더라. 영화를 보다 보니 그런 미리의 그릇의 큼 때문에 만수가 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캐릭터를 이야기하며 본인과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를 설명했다.

배우 인생에서 큰 변곡점이 되어준 작품으로 '작업의 정석'을 꼽은 손예진은 "멜로 여주인공에서 저를 탈피하게 해 준 매개체가 되었다. 코믹 연기를 할 거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고 엉뚱하고 깨는 연기였다. 코믹이 뭔지 모르고 그냥 웃기려고 슬랩스틱도 했던 작품이었다. 그때 용기 있게 하면서 연기가 자유로워졌다. 처음으로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며 울지 않고 웃는 경험을 해봤다"며 이유를 밝혔다.

시청률, 관객수 등 흥행 배우로서 역할을 해온 손예진은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흥행, 시청률을 신경 안 쓸 수는 없다. 저도 어릴 때부터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오래 일하고 싶은데 흥행이 안된다면 다음 기회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다. 한 작품하고 연기도 힘들었는데 개봉할 때 더 힘들더라. 항상 그렇게 보내왔다. 인기만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할 수도 없다. 새로운 캐릭터인가, 도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더라. 비교적 타율이 좋았을 뿐이지 저도 성적이 안 좋은 영화도 있다. 그거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 안 나온 걸 가슴 아프지만 다음에 더 좋은 사랑을 받는 걸 해야겠다 생각하고 계속 일해왔다"라며 스코어와 결과에 신경 쓰며 일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냐는 질문에 손예진은 "슬럼프는 작품으로 극복해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무기력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번아웃 같은 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을 몇 개월 지나며 다행히 또 다른 작품을 함으로써 극복이 되었다"며 답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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