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준 감독은 "'84제곱미터'가 한국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79개국에서 차트인했더라고요. 일본, 홍콩처럼 주거 환경이 비슷한 나라에서 특히 공감이 많았고요. 외국에서 공감한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었습니다."라며 영화의 공개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더 인상 깊었다고 했다. "재밌게 보셨다는 분들도 많았지만, 어떤 분들은 '영화 보고 스트레스 받았다', '기 빨리고 힘들었다'는 얘기도 하시더라고요. 좋게 보신 분, 힘들게 보신 분 모두의 반응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모두 소중한 피드백이고, 공감하며 참고하려고 하고 있어요."
영화를 만들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많이 투영되었다는 김 감독은 현재 무주택자라며 개인적인 상황을 공개했다. 그렇다면 무주택자의 시선이 담긴 영화 아니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서울에서 살고 싶고,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당연하게 있었어요. 당연히 그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했죠. 돈 버는 이유도 결국 그걸 위한 거라고요. 그런데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라며 왜 이렇게까지 서울의 아파트 마련에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는지에 대한 고찰을 이 작품을 통해 해보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김 감독이 '층간소음'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처음 자료조사를 시작할 때가 '영끌'이란 단어가 이슈로 떠오르던 시기였고, 동시에 부실시공 관련 보도도 나왔어요.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인생을 걸고 영끌해서 집을 샀는데, 그 집이 부실시공에 층간소음까지 겹친 아파트라는 게, 너무 이질적이었죠. 그렇다면 층간소음이 있는 부실시공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영끌하는 건가? 그래서 이걸 단순한 오락으로 휘발시키면 안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의 갈등과 소동극의 시선에서 작품 조사를 시작했기에 초기 제목은 '공동주택'이었다고. 하지만 자칫 휘발성 소재로 다뤄지겠다는 생각에서 영화의 제목부터 주제까지 바꾸게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층간 소움이 갈등이지만 부동산 현실을 이 안에서 그대로 그려주겠다는 확장성도 있었다."
영화의 제작보고회때 감독은 실제로 경험한 층간 소음 때문에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쓰던 시기였어요. 첫 장편이 엎어진 뒤 정서적으로 힘든 때였고요. 윗집에서 나는 소음이 너무 스트레스로 다가왔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날 아랫집에서 항의가 왔어요. 조카들이 잠깐 와서 놀았던 건데, 억울하더라고요. 맨날 참았는데, 한 번 낸 소리에 항의를 들으니 더 속상했죠."
결국 김 감독은 직접 윗집을 찾아갔다고. "상황을 알리면 조심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새벽에 올라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뒤로 고의적으로 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짜증이 났다가 '이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겠다' 싶었죠."라며 어떻게 이 영화가 시작되었는지를 이야기했다.
감독의 경험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놀라운 건 그 이후 벌어진 일이다. "초고를 완성한 날, 윗집이 이사를 갔어요. 영감을 주시고 떠났구나 생각했는데, 그날 새벽에 또 그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 윗집이 아니었구나. 그 순간부터 확실히 알았어요. 이건 윗집, 아랫집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요. 처음으로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었고, 그래서 영화에도 '윗집으로 올라가는 에피소드'를 넣게 됐습니다."라며 어찌보면 누구나 겪는 층간소음 피해이기에 그래서 현실 스릴러라는 장르를 만들어낼 수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장편 데뷔작과 신작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다. 스크린 개봉에 대한 갈증은 없을까. "당연히 스크린 영화에 대한 갈망은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넷플릭스와 함께한 두 작품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 없이 풀 수 있었어요.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 몰입감을 그렇게 끝까지 끌어올릴 수 없었을지도 모르죠. 감사한 파트너입니다. 그리고 감독이라면 제작사와 투자사도 정말 중요한 파트너이기에 서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제 작품을 사랑해주는 분이라면 누구든 같이 하는게 맞다고 봐요"
다만 극장 개봉의 감흥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전 시사로 4개 관에서 상영을 했는데, 당황할 정도로 관객들이 너무 반응을 잘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다 같이 웃고, 반응해주고. 극장의 에너지를 많이 받았죠. 그래서 이번 작품도 넷플릭스로 편하게 보시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본다'는 감각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혼자 보지 말고 누군가랑 같이 보기를 적극 추천했다.
흥미롭게도 '84제곱미터'는 최근 화제를 모았던 또 다른 층간소음 소재 영화 '노이즈'와 몇몇 제작진이 겹친다. "저도 '노이즈' 재밌게 봤고, 응원했습니다. 같은 음향감독, 같은 음악감독과 작업했지만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소리를 썼더라구요. 같은 팀이지만 장르에 맞게 소리를 다르게 쌓아가는 걸 보면서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라고 느꼈고,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라고 하면서도 "혹시나 같은 사운드를 쓰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체크해봤습니다"라며 tmi를 공개하기도 해다.
김 감독은 층간소음이라는 소재 자체가 시대성을 반영하고 있다고하며.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딱 맞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성실하게 접근하고 싶었고, 그 결과가 지금 영화에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해요."라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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