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처음 보는 드라마인데 익숙하고 다음 이야기가 예상이 된다. 클리셰와 클래식 사이 그 어딘가에서 갈피를 못잡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착한 사나이'다.

JTBC 새 금요드라마 '착한 사나이'가 지난 18일 첫 방송됐다. '착한 사나이'는 3대 건달 집안의 장손이자 의외의 순정을 품은 박석철(이동욱)과 가수를 꿈꾸는 그의 첫사랑 강미영(이성경)이 펼치는 감성 누아르. 소중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내던진 두 남녀의 뜨거운 사랑을 그린다.
특히 '착한 사나이'는 영화 '파이란' '고령화 가족'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주로 스크린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입증했던 송해성 감독과 '인간실격'의 박홍수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유나의 거리' '서울의 달' 김운경 작가와 '야당'의 김효석 작가가 의기투합하며 기대를 더했다.
'착한 사나이'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어가기 위해 매주 금요일 2회 연속 방송이라는 특수한 편성 방식을 결정했다는 점. 덕분에 안방극장은 빠르게 박석철과 강미영의 재회는 물론, 두 사람 내면 깊숙이 박혀있는 아픔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점은 빠른 전개 속도뿐, 나머지 부분에 있어선 의아함이 남는다. 가장 큰 걸림돌은 첫 방송 전부터 우려를 샀던 설정들. 조폭, 누아르 등 주로 2000년대 초반의 작품들에 많이 쓰인 구시대적 요소들이 주를 이은 만큼 다소 올드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는데, 역시나 이 부분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며 지루함을 안긴다.
박실곤(천호진)이 이빨이 빠져 힘을 잃자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김창수(이문식)와 강태훈(박훈)의 모습부터 "이젠 시대가 달라져서 옛날처럼 하면 안 돼요"라고 하지만 설득이 통하지 않자 주먹으로 상대하는 주인공, 에이스가 조직을 떠나려 하자 위험한 생각을 품는 오상열(한재영)까지, 우리가 과거 누아르 영화에서 지겹게 봐왔던 요소들이 연달아 펼쳐지며 아쉬움을 남긴다.

미장센도 예전 그대로다. 2000년대 작품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도박장과 조직원들의 사무실,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화면 위로 깔리는 색 바랜 시네마틱 필터까지, 너무나도 익숙한 요소들에 과거 작품을 다시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이런 분위기와 송 감독의 디렉션 탓일까, 2회까진 배우들의 연기가 최근 작품들과 비교하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천호진, 이문식 등 이미 깡패 연기를 오랫동안 해온 속칭 '올드보이(OB)' 라인의 배우들은 오래 묵혀놨던 자신의 옷을 꺼내 입은 듯 익숙하게 역할을 소화하지만, 반대의 '영보이(YB)' 라인의 배우들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 일부 장면에선 몰입이 거슬릴 정도로 통통 튀기도 한다. 남은 12부 동안 연출적으로 이 이질감을 해결하는 게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쉬움과는 별개로, '착한 사나이'는 2회 연속 편성이라는 비장의 한 수에 힘입어 준수한 시청률로 첫삽을 푸는 데 성공했다. 1회는 3.0%, 2회는 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엔딩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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