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새 토일드라마 '서초동'(극본 이승현·연출 박승우)이 베일을 벗었다. '서초동'은 매일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출근하는 어쏘 변호사(법무법인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변호사) 5인방의 희로애락 성장기를 담아내는 드라마. 시청률에도 훈풍이 불었다.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유료 가구 기준 5.1%를 기록, 1회 4.6%보다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서초동'은 지난해 방송된 '굿파트너'와 마찬가지로 현직 변호사 출신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지만, 서로 대척점에 위치해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이야기로 인물들의 '불륜 썰'을 도파민 넘치게 담아낸 '굿파트너'와는 달리, '서초동'은 직장인으로서의 변호사 일상에 무게추를 뒀다. 출근 후 자리에 앉자마자 "아, 하기 싫어"를 공허하게 내뱉는 이종석의 모습은 곧 '서초동'의 분위기를 관통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의욕도 능력도 없고 매너리즘만 가득한 직장인은 아니라는 점은, 시청자들을 '서초동'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이 된다. 상해죄 항소 사건 의뢰인 앞에서도 정확한 팩트로 논점을 파고들며 수수께끼로 가득한 사건의 쟁점을 찾아내고, 성소수자였던 의뢰인과 상대 측을 배려한 센스 있는 변론으로 무죄를 이끌어내며 변호사로서의 프로페셔널함을 뽐냈다. 언뜻 평범해보이는 모습에도, 이따금씩 비범한 면모를 드러내며 흥미를 준다. 2화에서는 안주형과 강희지의 밥상 앞 난상토론이 벌어지는데, 이 장면은 슴슴한 평양냉면에 겨자 한 스푼을 더한 재미가 있다.
변호사로서의 비범한 모습을 재판장에서 발휘한다면, 이들에게 평범의 장은 식당이다. '서초동'은 유달리 법보다 주먹, 아니 법보다 밥이 가까운 드라마다. 한 회차에 나오는 식당과 '어쏘 밥모임'의 식사 장면은 족히 수 차례다. 안주형과 강희지가 서로 으르렁거릴지언정, 밥모임에는 꼬박꼬박 참석해 기어코 함께 식사를 하는 걸 보면, 결국 '먹고 사는 문제 앞에 무엇이 대수냐'는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투영하는 듯 하다.

이종석, 문가영을 비롯한 류혜영, 임성재, 강유석의 티키타카 케미도 볼 만하다. 시종일관 시니컬한 이종석부터 유쾌발랄한 강유석까지, 다섯 명의 성격 조합이 적절히 밸런싱됐다. 다만 보는 이에 따라, 이들의 맥락 없는 수다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종석은 단연 '서초동'의 얼굴이다. 그간 극성과 개성이 강했던 작품에서 주로 연기했던 그는 이번 '서초동'에서 힘을 잔뜩 뺐다. 실제로 대사도 행동도 힘이 쭉 빠져있는 인물을 연기하지만, 때때로 드러나는 단단한 존재감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노련한 완급 조절이 엿보인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번엔 같이 어우러져서 연기할 수 있는 편안한 드라마가 하고 싶었다"고 밝힌 이종석. 그의 말대로 '서초동'은 꽤 편안한 드라마고, 도파민 가득한 장르물의 전형을 벗어난 작품이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들의, 잘 만든 유튜브 브이로그 한 편을 보는 듯 하다. 무심한 듯 슴슴한 작품의 성격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겠으나, 개성을 더욱 부각하는 깔끔한 스타일은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모은다.
'서초동'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0분에 방송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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