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빈은 "공포 장르는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장르라 조심스러웠다. 좋아하고 애정하면 오히려 무서워지고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게 있다"며 "디테일을 살리려고 정말 부단히 노력했는데, 그걸 관객이 느껴줄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무섭다는 반응, 좋다는 반응이 더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노이즈'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명확했다. "공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청각적인 요소인데, 오로지 청각으로 시작해 주제가 청각인 공포물은 한국에서 처음인 것 같다. '맨 인 더 다크'도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선 눈이 안 보이는 살인마가 무서웠다면, '노이즈'는 청각장애가 있는 화자라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공포 마니아들도 사운드를 칭찬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설정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그는 "제 외모나 피지컬적으로 공포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내가 공포 장르에 어울리는 얼굴일까 하는 의심도 많았다. 신인 때부터 공포 장르 제안은 꽤 있었지만 대부분 고사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노이즈'는 달랐다.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 공감대가 있어서, 평범한 이선빈으로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피해자일 수 있고 가해자일 수 있다는 주제의 힘이 저를 용기 내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관객 수준에 대한 부담도 고백했다. "요즘 관객들의 시각이 너무 높아졌다. 그게 결국 K-콘텐츠를 만든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부담됐다. 작품을 대할 때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게 뭘까, 가장 주의할 점과 보여주고 싶은 건 뭘까를 스스로 짚어야 했다. '노이즈'는 인간 본성에 대한 드라마적 요소가 많이 녹아 있다. 공포영화를 보러 왔다가도 어느새 자기 사연에 빗대어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는 영화다."라며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연기를 해내기 위해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기다려 왔음도 알렸다.
이선빈은 자신이 연기한 주영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많이 신경 썼다고 한다. "초반과 후반의 톤이 완전히 다르다. 너무 피폐해진 명분을 쌓기 위해 감정 디테일을 많이 잡으려 했다. 자연스럽게 관객을 속일 수 있게끔 연기하고 싶었다."며 드라마적인 서사의 힘으로 장르적 쾌감을 더 느낄 수 있게 신경 썼음을 이야기헀다.
공포 장르 특성상 기술적 연기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선빈은 "언론시사회 때도 말했지만, 가장 어려운 게 '모른 척하기'였다. 0.1초 차이로 진짜 몰랐던 것처럼 보여야 한다. 몇 초 뒤 어느 방향을 봐야 하는지, 어느 지점에 뭔가 있는지를 철저히 계산해야 했다. 클로즈업이 많다보니 눈동자 움직임까지 예민하게 신경썼다. 사실 시나리오도 보고 현장의 준비를 모두 알고 있는 배우로서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연기는 정말 어려웠다"며 "다음에 공포 장르 기회가 또 온다면 정말 신중하게 고민할 것 같다.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그는 "부끄럽긴 하지만 있다"며 "마이크선을 뽑으면서 주민 앞에서 포효하는 장면이다. 그 씬에 모든 걸 담았다. 이 장면이 완성돼야 주인공이 경찰 없이 지하실로 들어가는 명분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어설프게 연기 했으면 관객도 '뻔하네. 공포영화니까 또 여주인공 혼자 지하실을 가는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분노를 표현하면서 액션이 들어가니까 힘이 생기더라. 목소리도 갈라지고, 평소 보기 힘든 제 모습이 나왔다. 이 장면이 주인공에게 전환점이 되는 신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영화 '노이즈'는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나선 주영이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인 공포와 미스터리한 사건에 마주하게 되는 스릴러로, 오는 6월 25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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