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훈현은 이날 방송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온 '무뚝뚝한 이미지'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허영만이 "TV나 사진에서 늘 입을 다문 모습만 보였는데 오늘은 참 말씀을 잘하신다"고 말하자, 조훈현은 "사진이나 방송에서 자꾸 험한 모습만 찍힌다. 승부가 목숨이 걸린 일이니 웃을 수 없는 건데, 사람들은 그 모습만 보고 '인상이 험하다', '더럽다'고 말하더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실 바둑 끝나고 나면 생각보다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 겪었던 서러움도 회상했다. 만 10세에 세고에 겐사쿠 스승의 내제자로 들어간 조훈현은 "어느 날 점심시간에 밥을 안 주길래 달라고 했더니 공기밥 한 그릇에 반찬 하나 줬다. 억울해서 화를 냈더니 '쌀은 농민들이 땀 흘려 만든 거고, 세계적으로 굶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그 다음부턴 무조건 주는 대로 먹었다. 맛있다, 없다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조훈현의 커리어 하이라이트인 1989년 응씨배 우승에 대한 이야기 또한 소개됐다. 조훈현은 지금까지 받은 대국 상금 중 최고액에 대해 "아무래도 응씨배 우승 상금"이라며 "40만 달러였다"고 밝혔다. 당시 환율로 약 2억 7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강남 아파트 세 채 값이었다. 조훈현은 "그 돈 생각 때문에 대국 중에 집중을 못 했다. '이걸 이기면 세계 1등에 40만 달러다',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그런 생각만 들더라"고 고백했다. 이에 허영만이 "50평 아파트가 30평으로 줄어든 거냐"고 농담하자 조훈현은 "그래도 그때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이후엔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웃어 보였다.
조훈현은 영화 '승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맡은 배우 이병헌의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전 바둑 영화에서 고수라는 인물이 이상하게 바둑을 두더라. 손 모양부터 티가 나더라. 그래서 '제발 프로처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목포가 고향인 조훈현은 "5살에 바둑 공부를 하러 서울로 올라가서 목포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며 "죽동 20번지 근처에서 살았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차 타고 옆을 지나간 적은 많지만 두 발로 온 건 처음"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은 허영만이 소박한 동네 밥상에서 진정한 맛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일요일 저녁 7시 50분 TV조선에서 방송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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