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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멋만 부린 소지섭표 '광장'VS이름값 헐값된 원작 '광장'★☆

기사입력2025-06-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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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느와르 아닌 잔뜩 멋만 부린 스타일리쉬 액션에 가깝다.

iMBC 연예뉴스 사진

6일 오후 4시 공개되는 넷플릭스 '광장'(극본 유기성·연출 김용완)은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광장 세계를 떠났던 기준(소지섭)이 조직 2인자였던 동생 기석(이준혁)의 죽음으로 11년 만에 돌아와 복수를 위해 배후를 파헤친다. 큰 틀을 원작에서 그대로 차용하여 드라마화한 '광장'은 소지섭을 필두로 허준호, 공명, 추영우, 이범수, 조한철, 차승원, 이준혁 등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평점 9.95점에 육박하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기반해 큰 기대를 끈 작품. 취재진에게 3화까지 미리 공개했다.

'멋' 하나는 제대로다. 멀끔한 소지섭이 길쭉한 팔로 내지르는 주먹 한방에 열댓 명이 알아서 나가떨어져 준다. 추영우부터 이준혁까지 대세란 대세는 다 모아둬 여심 자극은 따놓은 당상. 단, 원작 고유의 재미를 맛본 팬들은 단단히 각오하고 시청할 것을 권한다.

안타깝게도 그놈의 '멋'이 패착이었다. 원작 '광장'은 그럴싸한 멋이 아닌 지독한 맛이 제대로 통한 작품이다. 액션, 느와르, 조폭 세계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은 차고 넘친다. 그중에 리빙레전드로 손꼽히며 평점이라는 수치로 가치를 입증한 수작이 바로 '광장'이다. 달랐기 때문이다. 주인공 기준은 강력하다. 소지섭처럼 단순 무식하게 주먹의 세기가 강력한 것이 아닌, 비열한 수싸움을 해내는 사냥개에 가깝다. 그 기개가 하늘을 찔러 싸움 서열 1위에 오른 것.


iMBC 연예뉴스 사진

원작 속 기준이 일대다 싸움에 정통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 이유는 열댓 명이 달려들겠다 싶으면 첫 번째 상대를 그야말로 피칠갑을 해두는 방식 덕분이다. 잔혹무도하리만큼 첫 상대를 굴복시켜 기개를 떨치는 식, 먼저 달려든 내편의 동맥이 끊어져 선혈이 낭자해 나뒹굴자 오금이 얼어붙어 감히 덤빌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을 전개시킨다. 혹은 1대 1로 붙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 역전시키고, 온갖 것을 무기로 활용해 상대를 불구로 만든다. 이것이 더욱 현실 싸움에 가깝고 일대다 싸움이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겠다는 현실성을 부여했다. 이에 원작 팬들은 웹툰 '광장'에 몰입했고 납득했고 열광했다.

처절한 생존 싸움 서사를 가져오고 싶었다면, 단순히 액션의 멋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비열한 싸움 방식도 고스란히 녹였어야 마땅하다. 소지섭이 한방에 상대를 날려버리는 동작은 마치 마동석의 액션과 흡사하다. 마동석은 가히 압도적 피지컬을 지녔기에 '원펀치' 액션이 가능한 인물이다. 이에 따라 작품 속 설정도 강력하게 묘사, 설정되었고 이 조화로움이 관객들을 단번에 납득시켰다. '아저씨' 원빈과 비교해도 앞뒤 안 맞는 '광장'이다. 원빈은 작중 존재 자체가 비밀인 정보사 공작원 출신으로 묘사됐다. 특수살상무술 교관으로 복무했다는 전사가 원빈의 칼부림 액션에 현실성을 부여한 것.

소지섭의 비주얼도 의아하다. 원작 속 주인공 기준은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절름발이 신세가 됐다. 이후 복수를 위해 다시 싸움을 시작했을 때는 이러한 제약 탓에 이전보다 더욱 야비하고 잔인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상대를 물어뜯었다. 동생의 죽음과 직면했기에 그 복수심은 잿빛으로 드리워 기준을 잠식시켰다. 11년 은둔 생활이라는 서사 역시 고스란히 기준의 외양에 묻어나 남루한 행색에 퀭한 눈빛으로 표현됐다. 잘나고 멋져 여심을 자극한 주인공이 절대 아니란 말이다. 반면 '광장' 소지섭은 자신의 전작 '회사원'의 우월한 비주얼로 등장한다. 그리고선 예나 지금이나 초인적인 힘으로 멋들어진 액션을 구사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광장'은 이러한 중요한 디테일들을 차치하고 소지섭의 멋, 원작의 고유 설정과 통쾌한 액션까지 세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다 뒤범벅 모순 투성이가 된 모양새다. 3화 이후에 바로잡아 더 나아질 것인가, 이 역시 미지수다. '광장'의 근간이 되는 역할 설정은 도입부에 이뤄져야 의구심을 지우고, 몰입에 집중할 수 있었을 터.


창작자의 각색이 자유라 따진다면, 원작팬의 훈수 역시 고유권한이다. 역린처럼 건드려서는 안 될 침범 금지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는 셈이고, '광장'은 그 선을 넘은 아슬아슬한 모양새다. IP의 은혜를 입어 뚜껑을 열기 전부터 탄탄한 팬층의 기대감이라는 막대한 스코어를 얻고 시작하는 작품이기에 더욱 신중하고 노련했어야 한다. 이름값을 얻었으면 그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셈. 그 누구보다 연출자는 원작을 읽고 보고 복습해 니즈를 파악하고, 영상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 싱크로율 높은 인기 스타들을 거대 자본으로 섭외한 후 '찰떡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받고 얼기설기 매듭짓는 것은 상당히 소모적인 행위이며 원작 명성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원작이 없었다면 킬링타임에 제격인 스타 총집합 액션물로 별 세 개를 받기에도 충분한 작품이겠다. 하지만 전설적 원작을 마음대로 주물러 흐려놨기에 괘씸죄가 더해져 반타작된 별 한 개 반짜리 '광장'이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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