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를 하는 이들의 최종 목표가 저일 수도 있어요. 물론 너무 기회를 갖지 못한 배우들이 많은데, 그런 점에서 저는 대성공을 한 거죠. 남을 탓해본 적이 없어요. 어떤 상황도, 사회도, 정부도. 항상 저 자신에게서 이유를 찾았어요. 할 만큼 했고 오래 살았죠."
이혜영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대해 "부족한 점은 있지만,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는 것"이라며 담담하게 웃었다. "나름대로 잘해왔다고 생각해요"라며 만족감도 드러냈다.
얼마 전 최민식은 MBC '질문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혜영과 멜로를 찍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알고 있다는 이혜영은 "사실 저는 로맨틱한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최민식이 바라는 건 따뜻한 홈드라마에 가까운 멜로인데 저는 오히려 부부 간의 증오가 가득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요."라며 자신의 취향을 밝혔다.
그러며 "최민식과 연기는 편하게 나오지 않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예전에 연극도 같이 했었고 최근에 '카지노' 촬영할 때도 느꼈지만, 최민식은 만만한 배우가 아니에요. 묘한 힘이 있어서, 제 연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더라고요."라며 다른 배우처럼 만만하게 호흡을 주고 받을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이혜영은 또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홍감독님과는 세네 작품 정도 함께 했는데, '당신 얼굴 앞에서'를 찍을 때의 자유로움과 행복은 정말 특별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홍상수 감독님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영화도 딱히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요. 그런데 감독님을 직접 만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죠."

특히 어린 시절의 인연도 영향을 미쳤다. "저희 아버지 이만희 감독과 홍상수 감독님의 어머니 전옥숙 여사가 함께 영화를 한 적이 있었어요. 어린 시절 전여사를 직접 뵌 기억도 있고요. 그런 인연 덕분에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 영화까지 하게 됐어요. 홍감독님과의 촬영 과정은 그 자체가 예술이에요. 대본도 없이, 설명도 없이 그 순간을 만드는 거죠."
이혜영은 최근까지도 연극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뽐내왔다. "입센의 '헤다 가블러'를 다시 하게 됐어요. 초연 때 제가 했던 작품인데, 이번에도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워요. 지금은 돌아가신 김의경 선생님이 저를 배우로 뽑아주셨던 인연도 있죠. 이 작품이 사실주의 연극이라 대사도 어렵고 연기도 녹록지 않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있어서 이 작품을 한다'고 해주셨어요. 그 신뢰가 지금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배우계의 레전드로 살아가는 힘이 뭐냐는 질문에 이혜영은 "제가 착각 속에 살았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세상을 다 알지 못하니까, 저만의 세계를 지킬 수 있었어요. 그게 저만의 수수께끼 같은 힘인지도 모르겠어요."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아온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로, 오는 4월 30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NEW, 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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