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악역, 비호감 캐릭터로는 부럽지 않은 필모를 쌓아온 김의성에게 '로비'는 비호감으로 최고 중의 최고라는 수식어를 또 안겼다.
김의성은 "현장에서부터 모니터 보면서 '이게 뭐지' 싶더라. 생각이 많았다. 시사회 때도 말했지만, 이 사회에서 아저씨로 살아간다는 게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는데 크게 악의를 갖지 않더라도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너무 부정적인 결과를 낳더라. 배우로서는 항상 캐릭터는 사랑한다. 남들이 손가락질하더라도 내가 내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하겠냐. 사랑해야 이해하고 연기하니까. 이번 역할도 비극적인 결함이 있지만 그래도 나머지 부분에서 긍정적인 사람이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멋지게 보이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나타난 결과물이 너무 심각하더라. 평소에도 조심해야겠다. 남들에게 함부로 멋있어 보이려 하는 것도 끔찍한 결과가 나오겠다 생각되었다. 담백하게 살아야겠더라."라며 영화 속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유머러스하게 밝혔다.
최실장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냐는 질문에 김의성은 "진프로라는 프로골퍼의 영상을 무려 10 테라 분량이나 본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진프로는 얼마나 가깝고 친밀하고 안타까운 관계겠느냐. 그래서 이 사람과 실제 물리적인 거리가 있는 관계라는 걸 머릿속에서 잊어버렸을 것 같다. 최실장은 선의라고 생각하는데 선의가 객관화될 때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라며 진프로를 향한 무례함이 어떤 이유였을지를 해석했다.
김의성은 "제가 연기했던 어떤 캐릭터보다 재미있는 사람, '부산행'의 캐릭터도 좋아했는데 뒷부분에서 사람을 밀어낼 때부터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실장은 끝까지 이해할 수는 있는 인물이었다. 용서는 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면 안쓰러운 인물"이라며 안쓰럽다는 말도 했다.
그는 "선의나 호의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충분히 고려되고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이 캐릭터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 너무 싫어' '너무 꼴 보기 싫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최실장이었다. 김의성은 "현장에서 연기할 때까지는 약점 있는 긍정적인 사람을 연기하겠다고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너무 징그럽더라. 오죽하겠나. 리딩할 때는 잘 소화할 수 있을까의 걱정이 많았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같이 있는 배우들이 내가 대사를 하면 많이 웃기는 하더라. 하정우 감독도 그냥 그대로 하시면 될 거 같다고 했었다"며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는지를 이야기했다.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어프로치 포즈를 선보인 김의성은 "골프를 칠 줄 몰라서 사실 연습도 꽤 많이 했다.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으니 구력은 오래돼서 잘 치는데 폼이 안 좋은 아저씨가 많다고 하더라. 골프공이 날아가는 건 CG로 처리가 될 테니 항상 이런 식으로 쳐 왔다는 느낌을 주려고 포즈에 신경을 썼다. 실룩실룩하는 어프로치는 감독이 시켜서 한 것이다. 어떤 골프 채널에서 고등학교 동문들이 골프대회를 하는 영상을 참고하며 연습했다"며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음을 이야기했다.

영화 속에서 탱고도 잘 춘다며 진프로에게 집적거렸던 최실장이다. 김의성은 "골프, 탱고 다 열심히 연습했다. 둘 다 레슨을 엄청 받았는데 탱고는 너무 적게 나오고 심지어 이상하게 코믹한 것만 나왔더라. 마지막에 최실장이 탱고를 추는 에필로그가 있었는데 그 장면이 안 나와서 안타깝다"며 의외로 탱고도 실제로 연습하고 준비했음을 알렸다.
하정우식 개그코드가 맞다면 이 영화는 너무 웃기고 재밌는 장면이 많을 텐데, 김의성은 "연기할 때는 코미디 연기를 한다는 생각을 거의 안 했다. 그런데도 찍는데 너무 웃겨서 NG를 많이 냈다. 이렇게 웃으면서 촬영한 영화는 처음이었다."며 하정우, 이동휘의 연기를 보며 자꾸 웃음이 났다고 했다.
빌런은 아니지만 빌런의 역할을 했던, 관객들의 모든 미움을 샀던 최실장의 최후에 대해 김의성은 "그렇다고 염산을 뒤집어쓸 수는 없지 않나. 적합한 처벌이라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수치스러운 상황을 당하고, 자기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이 새끼, 저 새끼' 소리도 들었으니 이 사람의 세계가 일정 부분 무너지고 부서졌을 것이다. 그 정도면 적당한 벌을 받았다고 생각했다"며 최실장의 결말에 만족스러워했다.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로비'는 4월 2일 개봉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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