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어느 날, CIA 암호 해독가 찰리 헬러(라미 말렉)의 사랑하는 아내가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찰리는 진실을 요구하지만 CIA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프로 킬러도, 현장 요원도 아닌 그는 홀로 답답한 상황에 놓인다. 그렇다고 가만히만 있을 순 없는 노릇. 이에 본인의 탁월한 두뇌와 기술로 거대한 테러 집단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동안 조직만을 위해 암호를 해독하는 일만 해왔던 찰리는 이젠 복수를 설계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 비포스크니링
'아마추어'는 2019년 '보헤미안 랩소디'로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존재감을 입증한 배우 라미 말렉이 주연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작품. 그간 '오펜하이머'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의 작품에서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그의 최신작인 만큼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더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시리즈로 2018년, 2019년 2회 연속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레이첼 브로스나한, '매트릭스'와 '존 윅' 시리즈로 국내 관객에게 친숙한 로렌스 피시번이 참여해 관심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블랙 미러', '설국열차' 등의 작품으로 뛰어난 연출력을 입증한 제임스 하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존 스파이 스릴러 장르와 차별화되는 신선한 재미를 예고했다.
작품 공개에 앞서 제임스 하위스 감독은 특별한 비주얼의 향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위스 감독은 뻔한 관광지 느낌에서 벗어난 장소들을 고심해서 선택, 런던, 파리, 마르세유, 마드리드, 이스탄불 등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기보단 영화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 애프터스크리닝
분명 기존의 첩보 영화와는 다르다. 칭찬이 아니다. 첩보물이라면 당연시 지니고 있던 클리셰들을 비껴가려 노력했지만, 색다름보단 엉성하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첩보 액션'이라면 의례적으로 등장해야 할 시원시원한 액션과 빠른 전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연출을 최소화하고 '아마추어' 킬러가 겪을 내면의 고통과 망설임만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의 첩보물과 비교하면 전개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아내의 죽음, CIA와의 갈등, 복수를 결심하고 훈련에 돌입하는 과정까지 무려 1시간여의 러닝타임이 소요되고, 우리가 '첩보 액션' 장르에서 기대할 만한 장면은 영화의 중반부쯤에야 겨우 등장한다. 하지만 '아마추어'답게 계획과 결말이 어설퍼 실망감을 안긴다.
다행히 찰리의 복수 방법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발전하지만, 시놉시스에도 실린 '탁월한 두뇌와 기술'이라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비상한 아이디어를 이용한 암살이라 하기엔 한국 영화 '데시벨'이나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영화 '메카닉: 리크루트' 등 작품에서도 봤던, 기시감 넘치는 기술들만 연달아 펼쳐지기 때문. 마지막 타깃에게 복수를 선사하는 방법조차 메시지적으로는 생각할 거리가 많지만 볼거리는 없어 아쉬움을 안긴다.

오스카상 주인공 라미 말렉의 연기에도 물음표가 그어진다. '싸움을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암호 해독가'라는 외형적인 이미지만큼은 100% 부합하지만 아내를 잃은 슬픔, 살인 앞에서 고뇌하는 면모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며 찰리의 서사에 공감할 수 없게 한다. 영화 초반에 충분한 시간이 부여됐음에도 불구, 러닝타임 내내 비슷한 표정 연기만 선보이며 도대체 찰리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한 점이 특히나 섭섭한 부분이다.
이토록 잔잔하고 심심한 맛의 첩보물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였다면, 액션보단 인물들의 입체적인 감정선을 담아내는 게 목표였다면 차라리 긴 호흡을 지닌 시리즈물로 제작하는 게 나을 뻔했다. '아마추어'는 오는 9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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