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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의 향연 '승부' 김형주 감독 "'월간바둑' 잡지 20년치를 보며 연구" [영화人]

기사입력2025-03-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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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이창호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제대결의 이야기를 담은 '승부'를 연출한 김형주 감독을 만났다. 제자로부터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스승과 스승을 꺾어야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제자 간의 치열한 승부를 그린 이 영화를 김형주 감독은 2021년 개봉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의 마약 투약으로 인해 2025년 3월에야 개봉을 하게 되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감독은 "처음에 넷플릭스 공개가 결정되고 극장에서 볼 기회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내부 시사를 했었다. 한동안 넷프릭스용으로 보다가 극장용으로 보니까 배우들의 연기 디테일이 보여서 좋았다. 포맷에 맞는 작업(믹싱이나 DI)만 추가로 해서 개봉했다"며 극장에서 작품을 마주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감독은 "바둑을 소재로 했지만 바둑을 설명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더라. 두 사람의 드라마가 주된 이야기라 생각했고 거기에 끌렸다. 바둑을 모르는 분을 위해서 친절한 설명과 흐름만 잡고 갈 수 있게 한다면 인물의 감정에 따라올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었다"며 바둑 소재의 영화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초기에 블라인드 시사를 했을 때도 바둑이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시더라. 그래서 초반에 바둑용어와 관련된 자막을 넣었다. 그런데도 바둑의 흐름을 디테일하게 짚어 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설명할수록 극의 흐름에 발목을 잡아서 최소한의 이해를 돕는 정도만 가기로 선택을 했다."며 바둑이라는 소재가 대중에게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크랭크인을 며칠 앞두고 넷플릭스에서 '퀸즈갬빗'이라는 체스 드라마가 공개되었다. 체스의 룰을 몰랐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더라. 그래서 용기를 냈고 우려를 내려놨다. 메인 대국이 영화의 큰 축이지만 바둑의 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격렬한 감정 시퀀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생각했다"며 다른 작품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조훈현, 이창호 두 사람의 이야기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했다. 감독은 "더 극적으로 각색하거나 바꿀 필요가 없더라. 사실 기반이니 이미 결과는 다 알려져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대국의 결과나 과정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승부를 마주하는 두 사람의 감정을 충실하게 담고자 했다. 이야기의 중심은 조훈현에게 있지만 그럼에도 승패가 갈리는 순간에는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고루 감정의 공감이 이뤄지면 좋겠어서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연출했다"며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들까지 실제 인물들을 빼다 닮은 듯한 캐스팅에 놀라움을 표했다. 감독은 "사실 실존 인물들이 캐릭터가 특이점이 있는 분이라 사람들이 기억하는 포인트를 살리려고 했다. 두 분의 존함을 너무 쓰고 싶어서 기획단계부터 허락을 구하고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고민했다. 조훈현, 이창호 두 분은 클래식한 외모를 가지신 분으로 굳이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그 시대의 신문이나 잡지를 뚫고 나오는 분들이다. 두 분뿐 아니라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 등이 연기한 인물들도 비주얼적으로 비슷한 캐스팅을 했으며 감정적으로 따뜻한 인물로 그려내었다."며 외모뿐 아니라 내면적인 모습까지 고려한 캐스팅이었음을 알렸다.

영화 '승부'에는 너무 멋진 명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기세' '정석' '포석' '착수' '표수' '승부수' '초읽기' 패착' 등 우리 일상용어 속에도 바둑 용어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바둑용어뿐 아니라 대국의 형상을 놓고 하는 말들도 마치 우리 인생을 빗대어하는 말처럼 함축적이고 인상적이었다.


김형주 감독은 "'월간바둑'이라는 잡지 자체가 명언의 향연이었다. 이 잡지를 20년 치를 읽으며 자료조사를 했다. 70년대에는 세로 쓰기와 한자어도 많아서 일일이 찾아가며 읽었는데 이 잡지에 나온 글귀들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한건 아니지만 머릿속에 박혀 있다가 어떤 상황에서는 문구들이 튀어나와 조합되기도 했다.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느낌이 드는 잡지더라. 바둑 관전기를 쓰신 기자분들이나 프로기사들도 필력이 너무 좋아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며 영화 속 명대사들은 '월간바둑'이라는 잡지에서 읽었던 글귀들이 많이 차용되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조훈현의 마지막 내레이션으로 '창호, 또 너냐'라는 것이다. 실제 '월간 바둑'의 표지에도 있었던 문구이고 제가 E스포츠 중계를 좋아하는데 그런데에도 '또 너냐'라는 밈이 있다. 또 남기철과 조훈현이 나누는 대사 중 '당신이 나한테 꽃은 칼이 수백 개'라는 말도 공들여 만들었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대사와 공들인 대사를 공개했다.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3월 26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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