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키17'(감독 봉준호) 푸티지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이 원작인 SF 영화다.
아카데미를 휩쓴 '기생충'(2019) 다음으로 봉준호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미국 내에선 올해 가장 기대되는 영화 중 하나로 꼽히며 이목을 끌었다. 내달 독일에서 열리는 제75회 베를린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이날 봉 감독은 "'미키17'은 SF영화이지만, 동시에 인간 냄새가 가득한 인간적인 SF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미키는, 평범하고 힘없고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왜 불쌍한가 하면, 이 친구 직업이 반복적으로 죽는 직업이다. 죽는 임무를 부여받고 죽기 딱 좋은 현장에서 일하고. 17번 죽었다는 뜻은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다. 죽을 때마다 새롭게 프린팅된다. 복제인간이나 클론하고는 상당히 다르다. 프린트에서 서류 뽑듯이 인간이 출력이 된다"며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지 않나. 극한의 처지에 있는 노동자 계층이라고 해야 하나, 계급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고 본다. 영화가 거창하게 계급 간 투쟁을 다루는 정치적 깃발 들진 않고, 이 친구가 얼마나 불쌍한가 하는 미키의 성장영화 같은 측면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논두렁에서 경운기를 타고 찍다가 이런 영화를 찍으면 갭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봉 감독. '미키17'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외계 행성도 나오고 큰 우주선도 나온다. 그런 것들을 다 찍어보니까 신기하기도 했는데 25년 감독 일 최초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미키와 나샤의 러브스토리가 있다. 인간이 출력되는 와중에 그런다. 정재일 씨가 만든 멋진 사랑의 테마가 있다. 이 영화가 멜로 영화라고 하면 뻔뻔하겠지만 사랑의 장면들이 있고 그게 제일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주연은 영국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다. 영화 '트와일라잇'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테넷', '라이트 하우스' '더 배트맨' 등에서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로 연기력을 입증한 그와 봉준호 감독의 만남은 단연 화제였다. 이 밖에도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로버트 패틴슨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극본 자체가 정말 재밌었다.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심플하고 크레이지하고 빨리 읽을 수 있는 극본이었다"며 "이런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런 규모의 거대한 영화에선 보기 힘든 캐릭터다. 감독님께서 유머를 잃지 않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봉 감독님 같은 분은 4~5분 밖에 없다. 모든 배우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감독님"이라며 "봉 감독의 영화를 보면 세계관이 굉장히 특별한데 말이 된다. 굉장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선을 건드리신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형언하기는 어려운데, 퍼포먼스적으로도 그렇다. '살인의 추억'을 오래 전에 봤었는데 영화에서의 퍼포먼스를 보면 그 기억이 떠오른다. 굉장히 말도 안되고 심각한 상황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또 관객 간 장르의 구분이 없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고, 봉 감독이 날 생각한다고 했을 때 빠르게 손들었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한국에서 로버트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굿 타임스'나 '라이트 하우스' 등 미국의 뛰어난 인디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었다. 미키는 사실상 1인2역을 해야 하는 인물이자 멍청한 17부터 예측불허하고 기괴한 18까지 커버해야 한다. 로버트 패틴슨은 소심한 미키부터 광기 어리고 폭발적인 미키를 연기했다. 처음부터 로버트를 생각했고, 캐스팅이 순조롭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미키17'은 오는 2월 28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 iMBC연예 DB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