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 기능이 팩트 체크의 도구로 각광받던 시절은 지나갔다. 대다수의 이용자가 내 연예인의 궁금한 이슈가 생기면 첫 번째로 찾는 곳은 유튜브가 된 지 오래다.
안타깝게도 신식 생태계 오염도는 심각하다. 유튜브는 가짜뉴스가 넘쳐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포털의 경우 실명제가 철저해 이슈에 대한 진위 여부를 논할 때 매체 혹은 작성자가 신중을 기해야 하는 판이 마련되어 있다. 뉴스 매체에 등록하기 위해 수많은 검증 절차와 충족 요건을 갖춰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만약 가짜뉴스가 생산되었을 시 피해자는 이를 수정, 삭제, 처벌하기 용이할 수밖에. 반면 유튜브는 손쉽게 계정 여러 개를 만들어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수익 창출까지 가능하니, 너도 나도 자극적 이슈를 짜깁기해 무한 생산해 낸다. 이 과정에서 애먼 연예인은 가십의 재료가 되어 타들어간다.
2024년에만 하더라도 수많은 연예인이 유튜브 가짜뉴스에 당했다. 고령의 배우 이순재는 치매, 별세, 혼수상태 등의 키워드로 얽혀 이미 고인 취급을 받고 있다. 그가 과거 동료 연예인들의 장례식 조문을 갔던 모습까지 짜깁기해 자극적 썸네일을 칠갑해 둔 상태다. 뿐만 아니다. 김영옥은 출연 드라마 속 병실에 누워 연기하는 모습을 캡처해 썸네일로 만들어 '긴급이송 화장실서 넘어져'라는 제목의 가짜뉴스 영상이 버젓이 존재한다. 이는 무려 29만 회 조회수를 차지했다. 조인성은 결혼설에 김동건 아나운서와 나훈아는 사망설에 휘말리게 만들기도 했다.
연예인들을 유튜브 가짜뉴스를 이용해 괴롭히다 잡힌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탈덕수용소' 운영자 A 씨가 있다. 그는 2020년 7월 개설해 2023년 6월 채널을 폐쇄하기까지 여러 연예인에 대한 영상을 올렸다가 다수의 형사소송 및 민사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제기한 1억 원의 손해배상소송건에 대해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하고 약 2억 원을 추징해 달라고 했고, 오는 18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8월엔 BTS 뷔‧정국도 A 씨에게 9000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며 형사 고소도 경찰 접수된 상태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엑소 수호, 에스파 등 역시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송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 전언에 따르면 탈덕수용소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송사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됐다. 단, 유튜브 정책 변화의 긍정 신호탄은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모여 신원 특정에 성공했기 때문. 또 수년째 지속되어 기승을 부린 유튜브 가짜뉴스를 상대로 법조인들 역시 노하우가 쌓인 결과다. 처벌 형량과 벌금의 단위가 큰 이유도 마찬가지로, 협회 등의 공문과 언론의 기사가 여론을 움직인 덕분이다.
하지만 영세한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혹은 매니지먼트 없이 홀로 활동하는 연예인에게는 여전히 언감생심이다. 한 관계자 B 씨는 iMBC연예에 "탈덕수용소라는 판례가 생긴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유튜브 플랫폼의 정책이 인권 보호에 앞장서는 변화가 생겨 나온 결과물은 아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천문학적 비용을 써가며 1초 단위 캡처를 확보하는 수고로움을 거친 결과다. 구글, 트위터 등 나라별로 협조 정책이 너무나도 판이하다. 사실상 요지부동이기에 직접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려가며 자신의 사망설 가짜뉴스를 움켜쥐고 뛰어다녀야 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 C씨 역시 자신의 소속 연예인의 가짜뉴스 탓에 골머리를 썩었다. 그는 iMBC연예에 "악플러 신고와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너무나도 고통받는 과정이다. 법조 대리인이 없다면 피의자와 직접 대면해 자신을 음해한 영상을 함께 시청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게 별 거 아닐 거라 느낄 수 있지만, 연예인 입장에서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연예인은 중간에 고소 고발을 포기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탈덕수용소의 경우 언론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론을 움직여줬다. 다수 협회가 공문을 보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모든 연예인과 기획사가 그런 움직임을 도모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인 C씨는 근본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매달 들어가는 천문학적 송사 비용과 이미 깎여버린 연예인의 이미지는 어찌할 건가. 30초짜리 숏츠 영상이 끼치는 막대한 피해를 연예인의 가치인 돈으로 환산하면 엄청난 숫자다. 탈덕수용소의 벌금이 상당하다고들 하지만, 그에게 당한 연예인들이 입은 피해를 숫자로 매겨보면 비교도 안될 적은 금액일 것"이라며 "가짜뉴스를 발견했을 시, 피해자가 직접 수정 및 삭제 요청을 했을 시 플랫폼 자체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움직여줘야 하는 문제다. 플랫폼은 어찌보면 그 가짜뉴스 유포 과정에 하나의 역할을 하는 셈이니 윤리,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iMBC연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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