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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리모콘을 돌려라] <아이리스>를 성공시킬 핵심은 이병헌이 아니라 김영철과 김승우다

기사입력2009-10-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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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작된 <아이리스>를 보고선 좀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사실 1회는 불만이었다. 단독 저격 임무를 맡고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과도한 슬로우 모션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배경음악이 계속 거슬렸다. 요원 하나 때문에 공대지미사일까지 등장하는 순간엔 어이없는 실소까지 나왔다. 물론 영화로 치자면 클라이맥스 부분을 1회 시작하자마자 등장시킨 과감한 편집은 기개를 인정할 만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식상한 점이 있었다. 거칠게 말하면 80년대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어떤 장면들 같았다. 게다가 속도감을 위해서 과감하게 생략된 편집이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저격 장소에 왜 북한 요원들이 미리 앉아 있는지, 그리고 이병헌이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임무를 마치고 빠져나가는 이병헌을 어떻게 알아보고 무작정 총을 쏘는지, 이병헌의 은신처를 북한 요원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말이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회상 장면에서도 연병장을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순간도 잘 이해가 안 된다. 젊음과 패기, 뭐 그런 걸 연출하고 싶었겠지만 그럴수록 리얼리티는 자꾸 멀어져간다. 훈련 중에 딴 생각하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정준호와 이병헌이 그렇게 젊어 보이지도 않고. 하지만 소소한 재미들이 있었다. 술집에서 이병헌이 메뉴판을 다 외우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2회는 1회보다 나았지만 NSS 사무실이 너무 <24>의 CTU 사무실처럼 보여서, 게다가 그 공간에서 인물을 잡는 기법, 포커스가 맞으면 바로 클로즈업으로 당겨버리는 기법이 <24> 스타일이라서 좀 불편했다. <24>가 그런 기법을 사용한 건 그게 리얼타임으로 진행된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강조하기 위한 수법이었는데 <아이리스>의 NSS 사무실에서는 그저 김태희와 이병헌의 미묘한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었다.

 



물론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앞서 얘기한 메뉴판을 다 외우는 에피소드는 이병헌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했고 그 능력이 나중에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복선으로 보이기도 했다. 물론 부럽기도 했고. 하지만 진짜 재미있었던 건 바로 2회 도입부에 등장한 이병헌의 대사다. 이병헌은 NSS 부속건물로 이동해서 고문을 당하고 온갖 약물을 투여 당한다. 그게 NSS의 최종 관문이라는 설정은 뭔가 박봉성 식의 대본소 만화를 떠올리게 했지만 부국장인 김영철과 대면한 자리는 왠지 모를 기시감에 시달리게 했다. <달콤한 인생>에서도 김영철과 이병헌은 그렇게 마주섰다. 그때 이병헌은 “우리한테 왜 이러세요”라는 대사를 내뱉었다. 맙소사,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그런 대사를 내뱉다니.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은 김영철에게 끝없이 묻는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순간, 그때 깨달았다. <아이리스>에는 그 어떤 깊이도 내용도 없으리라는 것을.

 


이야기의 핵심은 디테일이다. 장르의 핵심은 묘사다. 그러니까 그 어떤 장르물이든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몰입하게 되는 순간은 그럴듯한 상황이다. 아, 저 녀석은 국내 최고의 비밀요원이야, 라는 건 말이 아니라 영상으로 보여줘야 한다. 탄탄한 복근과 빠른 몸놀림과 강한 체력과 번득이는 두뇌회전 등은 화면에서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1회에서 이병헌이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깡패를 제압하는 순간은 반짝였다. 빠른 손놀림과 완벽한 타이밍이 돋보인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에서든 주인공이 돋보이는 순간은 악역이 완벽하게 악역일 때다. <아이리스>에서 김영철과 김승우를 눈여겨본 건 그 때문이다. 과연, 그 두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이병헌을 괴롭힐까. 어떤 욕망으로 이병헌을 이용할까. 어떻게 그를 버릴까. 그 수법이 악랄하면 악랄할수록 이병헌과 <아이리스>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글 차우진(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 필름마케팅 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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