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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돌아온 벤, '본업 천재'가 음악 갈증을 느끼니 벌어진 일(인터뷰)

기사입력2024-07-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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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음악을 가장 잘하는 인재가 타는듯한 갈증을 느낀 후 원 없이 쏟아내니 마치 '한편의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iMBC 연예뉴스 사진

1일 가수 벤이 새 디지털 싱글 '한편의 영화 같은 널 사랑했어'로 돌아왔다. 지난 2022년 3월 발표한 싱글 '벚꽃이 피면 우리 그만 헤어져' 이후 2년 3개월 만에 선보이는 곡으로, 벤 고유의 짙은 감성은 물론, 한층 성숙해진 보이스와 깊어진 무드를 느낄 수 있는 이별 발라드 노래다. 제목에서도 그려지듯 한편의 영화처럼 흘러가는 사랑과 이별의 장면, 복잡한 감정들을 오롯이 담았으며, 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노랫말과 감각적인 선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감성을 고조시킨다.

벤은 iMBC연예와 만나 "2년3개월이라니, 숫자로 들으니 체감이 된다. OST 작업이나 리메이크, 커버는 해왔지만 오롯이 내 노래를 발매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새로운 소속사에서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며 "정말 떨리고 긴장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덤덤하기도 하다. 개인적인 일도 많았고, 새로운 경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앨범을 발매하니 그런 거 같다"고 전했다.

그룹에 이어 2012년 '오늘은 가지마'로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펼친 벤. '열애중', '180도', '헤어져줘서 고마워', '지금 뭐해' 등 다수의 히트곡을 지닌 그다. 이별 감성 장인이라는 발라더에게는 소중한 수식을 지닌 그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특유의 쨍한 고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티스트다. 벤의 히트곡은 여성들의 노래방 18번 곡으로 손꼽히며, 대다수의 리스너가 전주만 들어도 벤의 음색을 떠올린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칭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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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2년3개월이라는 긴 시간 공백을 두었다가 다시 돌아온 것. 벤은 "슬럼프였다. 쉴 새 없이 달려오다 '한 달만 쉬고 싶다'고 말했다. 정신적으로도 맑지 못한 시간이었다. 결혼도 했고, 때마침 아기도 생겼다. 지치고 치이던 중 잠깐의 휴가를 받았는데 찾아온 새 생명이었다. 13년 만에 생긴 아주 큰 변화였다. 결혼에 육아에 이혼까지. 정말 많은 변화들이 내 인생에 찾아온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평생을 노래하는 재미로 살았고, 노래를 업으로 삼아온 그다. 제일 잘하는 걸 내려두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몸부림치다 문득 음악에 대한 갈증이 사무쳤을 법도 하다. 벤은 "맞다. 아주 목이 마르더라. 우리 산업이 워낙 순식간에 바뀌고 진화하지 않나. 정말 빠르다. 내가 잠시 쉬면, 남이 나와 자리를 채운다. 난 내 음악도 많이 듣고, 남의 음악도 많이 듣는 편이다. TV를 보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다시 노래하는 스스로를 상상했고, 너무 다시 노래하고팠다"며 "사실 갈증이 조금 필요한 시점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기계처럼 노래한다는 생각에 환멸이 느껴지더라. 음악이 아쉽지 않은 나의 모습은 낯설고 이질감이 들었다. 싫더라. 갈증을 느끼며 한곡 한곡 소중하게 다루는 예전의 내 모습이 그리워졌다. 때마침 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아기도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의 영화 같은 널 사랑했어'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이다. 심사숙고 끝에 벤이 가장 잘하는 건 남기고, 모난 부분은 덜어낸 명곡이다. 그는 "몇십 곡을 받아 듣고 모조리 불러보며 찾아낸 노래다. 사실 좋다 싶으면 모두 불러보고 녹음해 보며 내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과정 끝에 발견한 보석 같은 곡"이라며 "이번에는 고음에 대한 욕심은 조금 내려놓고 성숙해진 목소리에 집중했다. 오래 쉼을 겪고, 환경도 달라지고, 나이도 들었다. 하던 대로 하고 싶지만은 않더라"고 말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벤의 곡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이다. 그는 "듣고 흥얼거리기만 했는데 눈물을 글썽이게 되는 노래가 '한편의 영화 같은 널 사랑했어'였다. 이전 내 히트곡들과 비교하자면, 서정적이고 드라마 대사 같은 가사다. 현실에서 정말 쓸 법한 구어체로 가사가 이루어져 있다. 제목부터 그렇지 않나. 예전처럼 너무 직설적이고,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가사는 조금 피했다. 리스너들과 공감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한편의 영화 같은 널 사랑했어'의 가사에 집중해 주시면 좋겠다. 1인 연극을 하는 느낌이다. 술에 취한 여자가 스스로의 마음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슬퍼한다. 진짜 현실적인 이별 감정 아닌가. 누구라도 진한 사랑 해봤다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사와 멜로디에 녹여뒀다"며 "가사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특히나 집중해 곱씹어가며 녹음했다"고 밝혔다.

기가 막힌 고음이 주특기인 벤이 더욱 색채 짙은 감성까지 더해 호소하니 '한편의 영화 같은 널 사랑했어'의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별곡 장인이라는 수식에 걸맞은 정공법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정면 돌파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장르로 뛰어놀고 싶었다. 청자들 역시 이런 걸 기다리지 않으셨을까"라며 "오랜만에 나와서 시원하게 긁어드리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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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둔 업적이 많을수록 왕관의 무게는 더해진다. 벤은 수많은 이별 히트곡을 지닌 가수다.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청자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잣대는 갈수록 엄격해질 수밖에. 그는 "부담이 많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피하지 않는 편이다. 부담을 더 느끼려고 한다. 무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부르는 내가 너무 덤덤하면 티가 나더라. 이번 발매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나라는 가수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부담을 지워버리지 않고, 책임감으로 받아들여 애를 쓸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부담을 이기는 법은 스스로를 채근하는 것뿐이라고. 벤은 "스스로를 엄청 지지고 볶는 수밖에 더 있나. 선곡부터 녹음까지, 그리고 앞으로 설 무대에서 나에게 가혹하게 채찍질을 하는 게 정답이다. 이번 녹음도 아주 오래 걸렸다. 녹음실에 들어갈 때마다 그런 거 같다. 공동 작업이니 모두가 만족해야지 듣는 이들도 느껴주신다. 한 번에 OK 사인이 떨어지면 너무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은 고통스럽지만, 증명된 방식이자 지금의 벤을 만든 정답이기도 하다. 그는 "녹음실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디렉터가 만족하더라도 계속해서 더 여쭙고 파고든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다시 불러보고 싶다고 강력하게 요청드린다. 그동안 그렇게 작업했고, 더 나은 결과물들을 얻어봤기에 놓을 수가 없더라. 나름 증명된 작업 방식이고, 불안감을 떨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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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에게 목소리는 고유의 지문과도 같다. 특히 벤처럼 독특한 음색의 소유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청자들은 그의 목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였고, 하나의 장르로 그리고 한 카테고리로 생각해 찾아 듣는다. 벤의 이별 발라드 컴백이 유난히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벤은 한때 스스로의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고. 그는 "내 소리가 싫어 꾸며서 소리를 낸 적도 많았다. 스무 살에 선배님 한분께서 '몰입을 방해하는 목소리'라고 혹평하셨던 게 정말 충격이었다. 스스로도 콤플렉스였던 부분이기에 크게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었고, 무르익지 않은 열매였기에 시간이 해결해 줬다. 벤은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고, 세월이 흐르며, 연습을 통해 나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낸 느낌이다. 그때부터 한둘씩 내 목소리를 찾아 들어주시는 걸 느꼈다. 그리고 대중에 내 이름보다 목소리가 알려져 벤이라는 가수가 인식되는 계기들이 생겼다"며 "지금은 콤플렉스 아닌, 나의 주특기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나의 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들이 사랑을 줄 때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더라. 이걸로 먹고사는 나니까 더욱 가다듬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느덧 15년, 이제는 여성 발라더의 계보를 잇는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그다. 하지만 절대로 안주하지 않는다. 벤은 "자부심보다는 의심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씀 주시는 건 참 감사하지만 아직 부끄럽고, 겸손하고 싶다. 갈길이 멀다"며 "욕심 없고 느긋한 성격이다. 큰 욕망 없이 주어진 기회마다 조바심 내지 않고 나름의 최선을 다해왔더니 그런 평가를 해주시더라.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다. 하지만 너무 귀담아듣지 않고, 하던 대로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노래할 것"이라며 겸손을 표했다.

한편 벤은 지난 2010년 그룹 베베 미뇽 첫 싱글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으로 가요계 데뷔한 이후 2012년 '오늘은 가지마'로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펼쳤다. '열애중', '180도', '헤어져줘서 고마워', '지금 뭐해' 등 다수의 히트곡부터 '또 오해영', '화유기', '미스터 션샤인', '호텔 델루나',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인기 드라마 OST 가창까지 다양한 음악 행보를 이어가며 '국내 대표 보컬리스트'의 자리를 견고히 하고 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BRD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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