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 합작 드라마가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일본 안방에서 한국 톱배우의 연기를, 한국 안방에서 일본 톱배우의 연기를 손쉽게 볼 수 있게 된 것.
한일 합작 드라마의 시작은 2002년 방송된 MBC, TBS의 기념비적인 작품 '프렌즈(Friends)'였다. 배우 원빈, 후카다 쿄코가 주연으로 나왔고, 월드컵 공동 개최를 축하하고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힘을 합쳤다. 이 드라마는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던 배우들을 캐스팅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한일 합작 작품은 아니지만, 2002년 방송한 '겨울연가'는 한류 드라마 열풍에 불을 붙인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은 그간 '겨울연가'와 같이 한 드라마를 놓고 열광했는데, 이젠 열광하거나 방영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과 손발을 맞춰 함께 제작에 나섰다.
2024년 1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3월 26일 인기리에 종영한 TBS 'Eye Love You(아이 러브 유)'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모토미야 유리(니카이도 후미)가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와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러브스토리다. 여기서 윤태오 역은 배우 채종협이 맡았다.
채종협은 '아이 러브 유'로 단숨에 차세대 한류스타 반열에 올랐고, '겨울연가'로 '욘사마'라는 수식어를 얻은 배용준의 후계자로 당당히 자리매김, '횹사마', '횹군'으로 불리며 사랑 받고 있다. 드라마에서 채종협은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가며 대사를 소화했는데, 일본 현지 팬들은 서툴지만 애쓰는 점과 회차를 거듭할 수록 일본어 실력이 점점 늘고 있는 점 등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평을 보냈다.
채종협의 매력과 노력이 빛을 발해 '아이 러브 유'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CJ ENM 출신인 차현지 PD가 일조한 것. 차 PD는 윤태오, 모토미야 유리 캐릭터 등 인물 관계를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 한국의 일상과 문화를 세밀하게 분석, 현실성을 높여 재미를 더했다. 드라마 중반부에 윤태오(채종협)와 유리(니카이도 후미)는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태오는 유리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라는 대사를 날린다. 술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는 건 '호감의 표시'라는 걸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유리는 태오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부끄러워한다. 문화적인 차이가 새로운 재미 포인트로 작용했다.
넷플릭스 등을 통해 '아이 러브 유'를 시청한 일본 누리꾼들은 채종협과 제작진들의 노력, 눈부신 활약을 펼쳐 해외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아이 러브 유' 보고 채종협 호감 됐는데, '무인도의 디바 재밌나?", "'아이 러브 유'로 채종협 처음 보는데 진짜 귀엽고 잘생겼다", "'아이 러브 유' 입소문 타서 더 흥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채종협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일본이랑 콜라보 해서 그런가 더 응원하게 된다", "난 전 작품인 '무인도의 디바' 보고 호감 되어서 '아이 러브 유' 보는데 너무 만족하고 좋다ㅎㅎ", "외국어로 연기하는 거 어려울 텐데 잘 해주고 있어서 정말 응원하게 되네.. 대사도 많아서 외우는 거 고생했겠다" 등 타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채종협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드라마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채종협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아이 러브 유' 측은 큰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을 위해 지난 3월 20일 일본 도쿄에서 팬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는 채종협을 비롯해 니카이도 후미, 나카가와 아타이시 등 주연 배우 모두 참석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현장을 방문했던 한 네티즌은 SNS에 "채종협이 팬미팅 장소에 나타나자마자 일제히 '횹사마', '횹짱'을 외치며 그를 반겼다. 실제로 보니 더 잘생겼고 매너도 좋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이 러뷰 유'는 끝났지만, 그 여운은 쿠팡플레이 새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채워 줄 예정이다. 이 작품은 한국 여성과 일본 남성 사이의 국경을 넘어선 사랑을 풋풋하게 그린 작품이다. 공지영, 츠지 히토나리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배우 이세영과 사쿠구치 켄타로, 홍종현, 나카무라 안이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독보적인 로맨스 연기를 펼쳐왔던 이세영과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사카구치 켄타로가 만난 작품이라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 원작자 츠지 히토나리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직접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드라마화를 알려 일본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효주는 오구리 슌과 함께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로 호흡을 맞춘다. 오구리 슌은 2005년 일본판 '꽃보다 남자'에 출연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다.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일상에 불편을 느낄 만큼 지나치게 소심하지만 천재적인 솜씨를 가진 쇼콜라티에가 작은 초콜릿 가게에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프랑스 장 피에르 아메리스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연출한 츠키카와 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촬영은 이미 지난달에 시작했다고 한다. 한효주와 오구리 슌의 연기 호흡이 어떻게 그려질지 양국 대중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한국과 일본이 합작해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소식에 한국 누리꾼들은 "옛날에 한일 합작 드라마 '프렌즈' 기억나냐. 이세영이랑 사카구치 켄타로가 나온다고 하니 갑자기 원빈, 후카다 쿄코가 생각났다. 설레고 재밌었는데 이 드라마처럼 재밌었으면 좋겠다", "요즘따라 한일 합작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채종협이 나온 드라마 재밌게 잘 봤는데, 이런 드라마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현지에선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일본 누리꾼들은 "예전부터 기대하고 기다리던 드라마다. 대본 읽기가 시작됐다고 하는데 촬영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걸까. 어른스러운 러브스토리가 될 것 같다. 너무 기대하고 있다", "사카구치 켄타로가 드디어 한국 작품에 출연하는구나. 그가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한국과 함께 작품을 한다고 하니 기대되고 설렌다", "지금 아시아권에서 사카구치 켄타로, 사토 타케루 등 일본 배우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일본과 한국 배우가 오가며 드라마, 영화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기대하고 있겠다"라며 설렘을 드러냈다.
이 같은 제작 환경 속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iMBC연예에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적 현상들이 심리적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문화 교류가 일방향을 넘어 쌍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을 기점으로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디즈니+ 등을 통해 양국의 콘텐츠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에 한일 합작 드라마 제작 소식은 새로운 한류 문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의 제작 시스템과 다양한 IP를 적극 협업한다면 '오징어 게임', '무빙'을 뛰어넘을만한 동아시아 콘텐츠 열풍의 동력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 제작사는 한국 시장을 넘어 일본 시장으로 수요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예상된다. 한류를 좋아하긴 해도 자국 콘텐츠를 우선시했던 일본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한국 제작사들과 협업하기 시작했다. 뜻을 모은 한국과 일본.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와 세계관을 가진 독보적인 오리지널 작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눈부신 활황(活況)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iMBC연예 장다희 | 사진 iMBC DB, 트라이스톤 엔터테인먼트, 쿠팡플레이,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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