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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중심M] 연애해서 사과한 카리나…부끄러운 K팝 자화상

기사입력2024-03-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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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스타들은 압박이 심하기로 악명 높은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사생활 폭로는 까다로운 일이 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그룹 에스파 카리나의 '열애 사과문'을 두고 외신이 내놓은 논평이다.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한 뒤 일부 팬들의 거센 항의에 맞닥뜨린 카리나. 이를 '배신'으로까지 규정하며 분노한 사람들과, 그들의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는 대중들 간 의견은 어떻게 다를까.

7일 카리나는 팬 소통 플랫폼 버블로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밝혔다. '열애 사과문' 공개 이틀 만이었다.

카리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걱정도 많이 하고 선뜻 메시지를 보내기가 어려웠다"며 "내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지는 않을지 고민이 많이 됐다"고 자필 편지 게재 후 심경을 이야기했다.

걱정하는 팬들을 안심시키기도. "마이(팬덤명)와 보낸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에, 이 버블을 읽고 보내는 것도 나한테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예쁜 말들 너무 고맙다. 밝은 지민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이었던 카리나와 이재욱의 열애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양측 소속사는 "알아가는 단계"라며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축하와 응원만 받은 건 아니었다. 열애 인정 후, 카리나의 일부 팬들은 온라인 상에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걱정과 아쉬움을 빙자한 각종 악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뒤덮였고, 이재욱은 '환승연애설' 등의 황당한 루머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결국 이재욱 측은 "인격권 침해행위에 법적대응을 하겠다"며 엄포를 놓았으나, 여전히 카리나를 향한 비난 세례는 끊이지 않았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들불은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선 중국 팬이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트럭 시위가 펼쳐졌다. 트럭 전광판에 적힌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냐", "직접 사과해 달라", "너에게 주는 사랑이 부족했냐" 등 협박성 발언이 포함된 문구는 카리나를 향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압박에 시달린 카리나는 결국 SNS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많이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그는 "그동안 응원해 준 마이들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전했다.

'연애해서 죄송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과문을 두고, 사과를 종용한 일부 팬들과 카리나를 응원한 팬들 사이 의견 충돌도 벌어졌다.

카리나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아이돌도 사람", "연애가 왜 죄가 되냐", "사과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부 팬들의 사고방식을 문제 삼았다.

반면 "카리나의 열성 팬이었다"고 주장한 이들은, 카리나를 향한 항의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항변했다. "열애는 그룹에 피해를 준다", "돈은 팬이 쓰고 용서는 머글(팬이 아닌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이 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외신은 미성숙한 팬덤 문화를 지적했다. 영국 BBC는 "한국과 일본의 팝스타는 압박이 심하기로 악명 높은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사생활 폭로는 그들에게 까다로운 일"이라며 "10년 전만 해도 K팝 기획사에서는 신인의 연애와 개인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 관례였고, 지금도 열애를 인정하는 건 팬들에게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악성 팬덤을 키우는 K팝의 기형적인 산업 구조를 꼬집기도 했다. K팝 기획사들의 셀링 포인트가 아이돌과 팬덤의 '유사 연애'와 궤를 같이한다는 주장이다.

'버블'을 비롯한 팬 소통 창구가 활발해지고, 영상통화 팬사인회 등 팬들과의 직·간접적인 스킨십 기회가 많아짐으로써 팬들이 아이돌을 '유사 연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커졌으나, K팝 기획사들이 이를 부추기거나 묵인해 왔다는 것.

이에 더해 날이 갈수록 치솟는 콘서트 티켓값, 더 많은 앨범을 팔기 위한 상술로 매출을 올렸던 기획사들이, "아이돌에게 소비한 만큼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일부 팬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1명에게 상처받은 팬심이 수천수만 명의 악플에 멍이 드는 아티스트의 상처보다 깊을 수 있겠냐"는 한 누리꾼의 발언은, 2024년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속할 K팝 소비자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iMBC 백승훈 | 사진 iMBC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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