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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물농장' 동물원 현실, 이대로 좋은가…새 인생 얻은 사자

기사입력2023-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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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동물농장'에 열악한 환경의 동물원이 공개됐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한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한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화제가 된 바가 있었다. 특히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비쩍 마르고 털은 다 빠진 채로 연신 쉰 목소리로 기침하는 사자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학대 의혹과 함께 구조를 바란다는 제보를 TV 동물농장 제작진으로도 보내와 해당 동물원을 찾았다.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맡아지는 코를 찌르는 악취는 곧 보게 된 각 사육장들의 상태를 짐작게 했다.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고, 벌게가 기어 다니고 있으며, 식수는 언제 갈아줬는지도 모를 정도로 더러운 상태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각 사육장에 머물고 있는 동물들 역시 하나 같이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리고 건너편 좁은 사육장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사자 한 마리. 2004년 서울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나 2016년 이곳 동물원으로 왔다는 녀석은 사방이 시멘트벽으로 막힌,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이 좁고 어두운 방에서 7년 동안 한 번도 밖에 나가지 못한 채 지내왔다고 했다. 녀석의 일상은 하루 종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거나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것일 뿐. 사자의 보폭으로 15걸음이 채 안 되는 방에서 지내나 보니 건강도 좋을 수가 없어서 사자는 맹수의 포효 대신 거친 기침만 연신 해댔다. 단순히 나이 때문만으로 보이진 않았다. 현장을 찾은 수의사는 "이렇게 좁은 방은 인간으로 치면 감옥의 독방과 같다. 이 정도 공간에 이 정도 기간이면 체념 상태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지며 관리가 소홀했음을 인정한 해당 동물원 대표는, 계속되는 논란에 결국 사자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한 동물단체의 도움으로 사자는 충북의 청주 동물원으로 이송이 결정되었다. 청주 동물원은 산에 위치하고 있고, 자연생활에 적응하게 되면 방사도 가능하도록 되어 동물들에게는 최적의 생활 공간처럼 보였다. 곧 사자도 이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케이지에 들어가는 훈련이 시작되었다. 나이가 너무 많아 마취제 사용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고기로 유인해 케이지로 들어가는 연습을 하는 동안 사자답지 않게 겁을 내고 조심성을 발휘하는 덕에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조금씩 적응해 갔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그리고 2주 뒤 우여곡절 끝에 마취 없이 스스로 케이지 안으로 들어간 사자는 무진동 차에 옮겨져 무려 5시간을 달려 청주 동물원에 도착했다. 천천히 케이지 문이 열렸지만 선뜻 발을 떼지 못하는 녀석. 숨죽이고 녀석이 첫 발을 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다림 속에 드디어 발을 내디딘 녀석은 땅을 밟으며 구석으로 몸을 숨기기 바빴다.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태어나 처음으로 밀폐되지 않은 공간에서, 좁은 창살 틈을 통해서가 아니라 뻥 뚫린 하늘을 그냥 바라본 사자는 아련한 눈으로 한참을 그렇게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청주동물원의 수의사는 "오늘부로 녀석의 이름을 '바람'이라고 지었다' 원하고 바라는 대로 살다가 가라고 바람이라고 지었는데, 땅도 밟아보고, 비도 맞아보고, 바람도 맞아보고, 하늘도 바라보고, 그렇게 느끼고 살았으면 좋겠다"라며 바람이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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