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직접 자료 모은 70년대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캐릭터 완성" [인터뷰M]

기사입력2023-07-20 13:00

류승완 감독의 호쾌한 해양 범죄 액션 오락영화 '밀수'에서 화끈한 '조춘자'를 연기한 김혜수를 만났다. 열 네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춘자'는 아버지가 선장인 '엄진숙'과 함께 동네 해녀들과 함께 밀수판에 가담, 본격적으로 큰 판을 키우게 되는 인물이었다.

넷플릭스의 시리즈 '소년심판'의 촬영 일정 때문에 다른 배우보다 뒤늦게 현장에 합류했다는 김혜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과 내밀하게 작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류승완 감독에 대해 이야기했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어서, 그가 그려내는 캐릭터가 너무 흥미로와서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김혜수는 "감독님이 많은 생각을 하고 써낸 시나리오 일 텐데도 불구하고 제가 의견을 내면 진지하게 고민하되 빠른 시간에 열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제가 프리프로덕션 과정에 투입되지 못하다 보니 저는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보며 감독님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굉장히 대화에 열려있는 분이셨다. 그러다 보니 감독님과 맞닿아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라며 류승완 감독의 유연성을 칭찬했다.

또한 "스태프들도 대단했다. 류승완 감독 현장의 막내들은 웬만한 현장의 헤드같이 굉장한 준비가 되어 있더라. 70년대 시대를 재현하고, 장소의 제한이 많았는데도 현장에 가면 안정감을 가지고 역할에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라며 류승완 감독의 리더십이 현장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밝혔다.

류승완 감독은 언론시사회 이후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수는 작품 준비를 연출부처럼 하더라. 엄청나게 많은 자료조사를 하고 그걸 공유해 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김혜수의 열정을 칭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자료 전달은 큰일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대상이 생기면, 그게 시대건 사건이건 인물이건 아트이건 무조건 자료를 모으는 게 취미다. 그 순간 몰두할 수 있는 게 좋아서 계속 정보를 수집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제가 70년대를 너무 좋아해서 그때의 자료가 많았다. 헤어, 의상, 음악 등. 의상의 경우는 제가 갖고 있는 자료가 워낙 많아서 '춘자'의 의상뿐 아니라 '장도리' '진숙'의 의상까지도 제 자료로 만들었다. 디자인만 참고한 게 아니라 소재까지도 직접 확인하고 결정을 했다. 서울에서의 '춘자' 헤어스타일은 70년대 헤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었다. 패셔너블하고 트랜디한 여성, 특히 서울 여성의 스타일로 가장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0년대의 분위기를 가장 많이 보여주는 게 '춘자'였어서 분장팀에도 의견을 전달했었다. 그때의 거리 풍경, 해녀들에 대한 자료 사진도 공부하고 시간 날 때마다 감독님께 보냈다."라며 자신이 갖고 있던 자료와 조사한 것들이 영화에 어떻게 녹여졌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감독님이나 분장팀에서 처음에는 고마워하셨는데 너무 많이 보내니까 나중에는 답도 안 하시더라. 내가 '너무 많이 보내서 미안해'라고 써서 보냈다"라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다.

평소에 자료 모으는 게 취미라던 김혜수는 "메모가 습관이다. 누구랑 이야기하건 '요즘 어떤 전시가 좋대요. 어떤 작품이 좋대요. 어디가 맛집이래요'라고 하는 것들은 다 메모하고 그걸 다시 직접 확인해 보고 공감이 되면 주변에 많이 추천도 한다."라며 생활습관을 공개했다.

그러며 "영화나 드라마, 공연을 보더라도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있으면 이름을 적어 놓는데 '마녀 2'를 보며 고민 시의 이름을 적어놨었다. 처음에는 김다미의 눈이 너무 좋아서 메모했다가 고민 시의 연기에 눈길이 계속 가서 누군지 찾아봤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잊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옥분이'를 연기했다."면서 눈여겨 본 후배 고민시와 함께 연기를 했던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너무나 영리하게 잘 하는 배우였다. 역할이 작으면 한번 보일 때 잘 해야 한다는 욕심으로 전체의 흐름을 다 못 느끼고 완급 조절이 힘들 수 있는데 '어쩜 저래?' 싶게 연기를 너무 잘 하더라."라며 고민시를 칭찬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함께한 배우, 스태프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표현을 끊임없이 하는 김혜수였다. 왜 이렇게 표현을 많이 하냐고 물으니 그는 "어려서부터 표현을 많이 해와서 저는 이런 게 자연스럽다. 고맙다,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제가 좋다.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저도 누군가의 솔직한 감정을 받을 때가 너무 좋고 따듯하다. 그래서 뭔가 느껴지면 바로 말을 하는 편이다. 내가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좋고, 상대가 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한 번 더 느끼는 것도 좋다."라며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선하고 긍정적인 답을 했다.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밀수'는 7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