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김태준 감독을 만났다. 이 영화는 현실 밀착 스릴러로 2월 17일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2위에 랭킹, 지금까지도 글로벌 TOP 10안에 자리를 지키며 전 세계적인 공감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영화를 한다는 김태준 감독은 "많이 봐주셨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큼인지는 실감이 안 난다. 오랜만에 연락 오는 친구들은 많고 주변에서 잘 봤다는 이야길 해줘서 큰 힘이 난다. 오랫동안 영화 준비하며 갇혀 살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쉽게 안부도 전하지 못하며 조심스러워했던 거 같은데 이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것 같다."라며 글로벌 랭킹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고 2 때 '메멘토'를 보고 영화에 매료되었다는 김태준 감독이 첫 장편 상업영화를 내놓기까지 꽤나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대학 진학도 하지 않고 영화를 하겠다는 김태준 감독에게 그의 부모님은 '대학 가면 영화 하게 해주마'라는 약속으로 달랬고, 재수까지 해서 대학에 진학한 그에게 부모님은 또 '전공은 무난한 걸로'라는 조건으로 경영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단다. 그 정도면 포기할 줄 알았던 영화에 대한 꿈을 김태준 감독은 접지 않았고 결국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영화 현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 관련 공부를 하지 않았던 그에게 영화 현장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영화 아카데미의 졸업 작품 현장에서 무보수로 일하며 어렵게 얻어낸 인연의 끈을 잡고 상업 영화에서 조명부를 거쳐 조연출로 경력을 쌓으며 현장에서 영화를 배웠다고 한다.
어쩌면 관객들은 2017년 영화 '심증'으로 김태준 감독의 이름을 더 빨리 알 수도 있었다. 조여정, 서예지 주연의 스릴러 영화를 준비했고 촬영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중단되는 바람에 또 오랜 시간을 지나 이제서야 김태준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나리오, 캐스팅, 프리프로덕션까지 마쳤던 영화가 엎어졌을 때 '세상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는 김태준 감독은 그때 이후 시나리오 하나만 들고 매달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엄청나게 많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이야기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였다.
김태준 감독이 처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접하고 느낀 매력은 여러 가지였다. 원래부터도 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를 느꼈던 그였는데, 일상을 소재로 하였고 자극적이거나 피가 난무하지 않아도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여서 너무 흥미로왔다고. 그는 일본 소설 원작이 재미있어서 처음에는 원작을 살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고, 소설의 심리 묘사를 영상화하는 것이 힘들어 조금씩 변형하고, 한국 정서로 바꾸는데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에 시나리오의 버전은 25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말 많이 쓰고 스스로를 많이 괴롭혔다는 김태준 감독은 원작을 모티브로 하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결정적인 차별점을 "소통과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고 밝혔다. 보통 스마트폰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개인 정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그는 여기에 더해 소통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고 한다. "소통이 부족해서 어긋난 관계를 설정하고 싶어서 원작의 형사와 달리 아들이 범인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아버지를 만들고, 그의 직업을 형사로 했다. 소통은 상호작용도 있지만 일방적인 것도 있다.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는 소통도 문제가 되지 않나. 뒷광고의 경우 거짓된 소통을 의미하고, SNS나 비대면으로 하는 소통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 이 시대의 것을 많이 녹여내고 싶었다. 요즘 사람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소통하는지도 보여주려 했다."라며 면대 면의 대화를 통한 소통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소통과 그로 인한 문제를 작품 속에 녹여내려 했다는 의도를 밝혔다.
한번 입봉의 기회를 놓친 뒤잡게 된 기회여서인지 김태준 감독의 준비는 너무나 꼼꼼했다. 배우들에게 촬영 전에 엄청난 두께의 콘티북을 주며 신뢰감을 안겼다는 그는 "입봉 감독이다 보니 배우들에게 어떻게 찍겠다고 말하는 소통이 어렵기도 했다. 또 제가 조수 생활을 하며 겪어보니 프리프로덕션에서 콘티 없이 준비하는 게 비효율적이더라. 그래서 현장에서 이런 게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고, 투자 심의를 받는 시간 동안 콘티 작가를 붙여 달라고 요청해 미리 콘티를 준비했다. 그래서 프리프로덕션을 시작하고 몇 주 안 돼서 콘티가 완성되고, 저도 스태프에게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콘티북이 미리 나왔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준비성 때문에 배우나 스태프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는데 정작 김태준 감독은 아쉬웠던 부분이 먼저 기억이 나는 모양이었다. "콘티를 미리 그려 놓으니 헌팅을 할 때 여기에 맞추느라 공간이 제한적이더라. 콘티의 제약이 없었다면 더 좋은 공간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원하던 공간을 잘 찾아주셨다. 초반의 제 모습을 스태프들이 열심히 한다고 좋게 봐줬던 것 같다."라며 자신의 상상력을 실현시킬 수 있게 도와준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영화 속에는 휴대폰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듯한 독특한 앵글이 많이 등장했다. 이런 앵글들은 이미 콘티북에 표현되어 있어 천우희의 경우 직접 카메라나 휴대폰을 들고 촬영도 했었다고. 김태준 감독은 "스마트폰도 인물이라 생각하고 그 시점에서 인물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찍었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가 궁금하더라. 저도 항상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우준영'과 일치시키면서 초반의 '나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라며 독특한 앵글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 앵글은 영화 초반에 특히 많이 집중되었다. 그는 "후반부에서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해야 했다. 대신 스마트폰은 옆에 놓여있는 걸로 한 번씩만 보여주어도 이미 관객들은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화면 속에 휴대폰이 어딘가에 노출되도록만 했다."라며 후반부에는 스마트폰의 존재만으로도 공포와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게 연출했음을 이야기했다.
피 한 방울 없이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현실 공포를 안기며 문신처럼 지니고 다니던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게 만든 김태준 감독은 "원래는 센걸 좋아한다."라며 개인 취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이 소재는 이런 방식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고'를 떠올리실 때 노출이나 자극적인 걸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소재의 장점을 흐트러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최대한 자극적인 전 배제하고 칼이나 총보다 스마트폰이 더 무섭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며 깊은 고민과 생각 끝에 새로운 장르의 공포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의 마지막 컷은 제가 찍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범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고 '나미'에 대한 정보만 남아 세상에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게 현실 같았다. 우리는 모두 '나미'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준영'이 될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관객의 시선에서 '나미'를 찍는 엔딩을 만들었다.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제가 끝까지 고수했던 장면이다."라며 엔딩의 비밀도 밝혔다.

원래는 극장 개봉용 영화였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게 된 소감으로 김태준 감독은 "많은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장점 같다. 다른 나라의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지금까지 4번 봤는데 더빙된 게 신기해서 다른 언어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며 "텍스트 정보가 너무 많은 작품이라 자막 번역은 한정적일 것 같다. 온전히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건 한국 관객이지 않을까 싶다. 매체에 맞는 연출법이 따로 있는데 그게 좀 아쉽다."라며 범인의 깨알 같은 메모들을 해외 시청자들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움도 전했다.
김태준 감독은 "OTT로 공개하고 나니 극장에서는 헷갈리는 장면을 돌려볼 수 없지만 OTT로는 돌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 노란색 노트를 캡처해서 블로그에 정리해 두신 것도 봤는데 너무 감사했고, 제가 장면마다 심어 놓은 힌트들을 조각조각 찾아내시는 모습이 감사했다. 재미있게 감상하시는 것 같더라."라며 관람평을 일일이 찾아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음 작품은 전작보다 조금씩 좋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되게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떤 의견이건 귀 기울여 들으려고 한다."라며 영화에 대한 어떤 리뷰이건 소중하게 찾아보는 이유를 밝히는 김태준 감독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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