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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뭣이 중헌디"…이보영, 세상의 '고아인'들에게 묻다 [인터뷰M]

기사입력2023-03-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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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고아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뭣이 중헌디?'"

iMBC 연예뉴스 사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지방대 출신 흙수저에서 굴지의 기업 대표까지, '대행사' 고아인은 세찬 바람에 흔들리며 핀 들꽃이었다. 배우 이보영의 연기도 그렇게 활짝 피어났다.

최근 이보영은 iMBC연예와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극본 송수한·연출 이창민)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드라마 '대행사'. 이보영은 극 중 돈과 성공에 집착하는 일명 '돈시오패스' 고아인 역을 맡았다. 스스로를 엄격하게 채찍질하면서도 과거의 아픔을 갖고 있는, 연약한 내면의 소유자다.


'대행사'는 고아인의 성공기이자 성장담이다. 매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광고 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를 거쳐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상무, 대표에 이르기까지 굴곡진 그의 삶을 조명한다. 그 과정에서 내부 견제와 외부 위협을 극복해 내며 비로소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열렬한 응원이 쏟아졌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보영은 고아인에 대해 "혼자 잘난 줄 알고, 사람들과 협업하지 않던 고아인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변화하며 사람이 되어간다"고 표현했다. 이기적이고 소시오패스적인 면모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움을 사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렇진 않았다는 그다.

시청률로도 증명이 된 '대행사'.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17.3%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제공, 유료 가구 기준) 이보영은 "시청률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면서도 "나이가 있는 배우로서, '예전처럼 해도 된다'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이보영의 부담과 걱정은 언제나 기우일까. '마더', '마인'에 이어 '대행사'까지, 그가 원톱 여성 배우로 나선 작품은 시청률 측면에서 모두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보영은 "최근 운이 좋았는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연달아 찍었다. '다음번에도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행운이 또 올까'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는 않다"고 자신이 받는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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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영광을 안겨준 고아인은 이보영에게 연민의 대상이기도 하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고아인에게도 어느 정도 투영했다는 그다. "얘(고아인)도 이렇게 버티고 있고, 나도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고, '앞으로도 잘 버터야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가는데, 어느새 내 삶을 내가 책임지는 순간부터 큰 짐을 어깨에 메고 살아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보영은 신인 배우 시절을 회상했다. 2003년 MBC 시트콤 '논스톱3' 단역으로 연기에 발을 딛은 이보영은 드라마 '적도의 남자', '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신의 선물-14일', '귓속말' 등의 작품에서 굵직한 주연을 맡아왔다.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땐,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도망치고 싶었고, 현장이 무서웠다. 감독님에게 혼나기도 했다. 얼굴 근육이 내 맘대로 안 움직이기도 하더라. 아인이의 사회초년생 시절을 보면, 내 생각이 많이 난다. '맞아, 이렇게 깨졌었지', 나 참 잘 버텼다."

시간은 약이 됐고, 간절함을 원동력 삼아 20년을 버텼다. 이보영은 "끌려다니면서 일을 하다 보니까, 재미도 없고 무섭고 현장에 가면 바보 같고. 그러다가 일을 쉬게 됐는데, 일이 없어야 간절해지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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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다음부턴 현장에서 누군가 날 찾아주는 게 감사했다. 지금도 현장에 가면 설레고 좋다. 누군가 날 필요로 하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보영은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드라마 '적도의 남자'를 꼽았다. '대행사' 속 커리어우먼 고아인에게 반한 시청자들은 이보영을 '전문직 전문 배우'로 손꼽지만, 사실 '대행사'는 그에게 첫 오피스 장르 드라마다. 그런 점에서 '적도의 남자'는 이보영에게 씌워진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청순한 매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이보영은 원톱 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는 그 시간을 잘 버텨왔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보영의 세상이 고아인의 세상과 달라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보영은 "세상의 고아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힘줘 말했다. 성공과 성취에 매몰돼 자신과 주변을 돌보지 않는 세상의 고아인을 향한 외침이었다. "아인이를 연기하며, 현장에서 '뭣이 중헌디' 혼잣말을 자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아인처럼 살고 있을 거다. '얜 왜 이러고 살까' 싶었다. 행복한 줄도, 즐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제는 뭐가 중요한 지 알아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보영의 카리스마가 빛난 '대행사'는 지난 26일 16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 제이와이드컴퍼니,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하우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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