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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협, 맘껏 빚어본 30점짜리 '사장님을 잠금해제' [인터뷰M]

기사입력2023-01-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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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을 잠금해제'는 채종협이 처음으로 손수 빚은 결과물이다. 대성할 조짐이 넘실대는 신예를 발견한 연출진은 '툭'하고 재료를 던져줬고, 채종협은 사활을 걸었다. 다만, 자평하기에 결과물은 조금 아쉽다며 스스로에게 30점짜리 다소 혹독한 성적을 매겼다. 왜 그리 야박하냐 되물으니, 숫자보다 더 값진 경험이라는 본질을 짚은 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채종협은 ENA 수목드라마 '사장님을 잠금해제'(극본 김형민·연출 이철하)를 통해 주연 반열에 자리매김했다. 수상한 사건에 휘말려 스마트폰에 갇힌 사장(박성웅 분)과 그 스마트폰을 줍고 인생이 뒤바뀐 취준생(채종협 분)의 공조를 그린 코믹, 스릴러 작품으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극중 채종협은 답 없는 취업 준비생에서 하루아침에 기업의 사장이 된 박인성으로 변화무쌍한 얼굴을 보여줬다. 급변하는 상황에 처한 어설픈 주인공의 처지를 입체적으로 그렸으며 난생 처음 도전하는 코믹 연기는 능숙했다. 러브라인 정세연(서은수)과의 능란한 로맨스 열연 또한 놓치지 않고 챙겨 호평을 이끌어낸 그다.

채종협은 "종종 작품을 끝마치고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을 하곤 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 단어가 서운할 정도로 '사장님을 잠금해제'와 이별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드는 요즘"이라며 아쉬워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소중하다. 채종협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자유롭게 연기한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 줬다. 동선을 상상해 제안드리고, 더 좋은 각도를 계산해 녹여내 봤다. 내 손으로 캐릭터에 입체감을 살려본 귀한 경험이었다. 믿음을 주신 감독님,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표현했다.


준비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그를 대세 반열에 올려준 작품은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다. 순박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지닌 투수 유망주 유민호를 연기한 그는 시청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당시 채종협은 실제 야구 선수의 폼을 본뜨기 위해 전력투구 연습에 매진했다. 이후 배드민턴을 소재로 한 작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주연에 발탁됐다. 다시 한번 몸을 풀고 배드민턴 연습으로 촬영 전 부담과 긴장을 덜어낸 그다. 이번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조금 달랐다. 어리바리한 취업준비생, 정의를 쫓는 기업의 사장 역할이었기에 야구, 배드민턴 등 외양을 꾸미고 에너지를 쏟을만한 또렷한 준비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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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협은 영민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여태 작품들은 뭐 하나라도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 소재나 시간들이 주어졌다. 운동선수 역할을 많이 해왔으니 운동을 미리 연습하고 준비하면 마음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작가님, 감독님께서도 '그렇게만 해달라'는 무한한 신뢰를 주셨다"며 "고민이 많았다. 결국 찾은 건 내 역할 박인성이 연기자 지망생이라는 포인트였다. 나도 아직 어찌 보면 연기자 지망생이나 다름없다. 늘 연기에 목말라 연기하고 싶어 하지 않나. 다만 관련 학과, 극단 생활 등의 경험이 없으니 주변을 둘러봤다. 자문을 참 많이 구하고 최대한 이입해보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박인성은 판타지적인 상황에 의해 취준생에서 사장님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채종협은 완전히 변모하며 폼을 잡는 1인2역 극적 열연 대신, 인물의 본성 그대로를 이어갔다. 그는 "시작부터 중점을 둔 부분이다. 치열한 세상 속에 던져진 취준생이지만, 약은 행동을 하면서 살지 않는 박인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느릿하고 어딘가 어설프지만 곧은 심지를 가진 그런 인물 말이다. 이름대로 인성 하나는 본받을 수 있는 성장사를 지닌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었다. 사장이라는 자리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굴고 싶지 않았다. 어딘가는 어벙한, 그럼에도 바른 인성을 갖춘 박인성 사장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은 '답답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박인성'이라고 아우성쳤다. 채종협의 작전이 제대로 통했다는 반증이다.

'사장님을 잠금해제'의 까다로운 숙제는 또 있었다. 극중 박인성은 스마트폰에 갇힌 진짜 사장 김선주와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실물을 마주한 게 아닌, 스마트폰 CG를 통해서 말이다. 이에 채종협은 눈을 보고 주고 받으며 시너지를 내야 할 선배 박성웅과 실제로는 대면하지 못하고 크로마키 소품을 상대로 열연해야 했다. 그는 "박성웅 선배와는 호흡이 딱 한번 있었다. 참 아쉽고 걱정이었다. 고민도 많았다. 감독님께 매번 여쭤봤다. 어찌하면 핸드폰 공기계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어떤 방식으로 티키타카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참 많았다. 현장에서는 제작진께 부탁해 대신 대사를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채종협이 어찌하든 박성웅이 맞춰줄 거니 마음 편히 하라'고 안심을 시켜 주셨다. 그래픽을 덧입힐 크로마키 소품을 들고 화도 냈다가, 울었다가, 소리도 질렀다가, 진지하게 대사 했다. 혼잣말 연기가 참 어려웠고, 아마 나의 연기를 보고 연기하는 박성웅 선배는 더욱 힘드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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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너에게 맡길게'라는 기대는 혹자에게 덜컥 겁이날 수도, 어깨가 무거워질 수도 있는 디렉팅이다. 여백만 가득한 요구에 채종협은 부담과 책임을 느꼈다. 그는 "어깨가 무겁고 부담도 컸다는 표현이 사실이다. 뒤를 이어 책임감이 아주 크게 따라오더라.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 많이 묻고 애를 쓰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보이더라. 내가 그린 박인성을 향한 감독님의 믿음직스러운 눈빛, 내가 연기하는 인성이를 누구보다 예뻐해 주는 스태프들의 눈빛 말이다. 항상 연기에는 답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 잠시 잊고 있던 그 말이 머리를 스쳤다. 신뢰를 얻었고, 내가 하고 있는 이 연기에 대한 의심을 거두니 원동력이 됐다. 성적을 떠나 잊지 못할 경험치와 추억, 기억이라는 선물을 해준 작품"이라고 기뻐했다.

채종협은 이번 연기의 만족도를 물으니 3할뿐이 못 채웠다며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다가도, 앞으로 쌓아갈 게 7할이나 남았다며 미소를 뗬다. 그는 "만족도를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30%정도다. 시작할 당시에는 120%을 목표했으나, 내 모난 점은 내 눈에 가장 잘 보였기에 거짓말할 수는 없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나의 모습이 확실히 보이더라. 확 벗겨내고 싶었다"며 "화면 속 채종협이 느끼고 있는 한 톨의 부끄러움을 덜어내고 다시 하라 말하고 싶더라. 항상 아쉬움만 남는다. 조금 더 과감하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다시 촬영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웃었다. 그럼에도 이내 "우여곡절 통해 성장사를 완성한 '사장님을 잠금해제' 박인성처럼, 내 연기자 인생에 이 따끔한 기회는 경험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긍정하는 그다.

발판이 된 '스토브리그', 그 이전 단역 생활을 하던 때와 달라진 마음가짐을 묻자 채종협은 "원래 내 것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모든 걸 다 생각해야 한다. 캐릭터를 모두 아울러 바라봐야 한다는 게 참 다르더라. '스토브리그' 안에서는 내 역할 유민호, 유민호와 마주하는 인물들만 바라봤다. 지금은 고개를 높이 들고 1~10까지를 살피려 노력한다"고 표현했다. 반대로 그때와 지금 변치 않는 점을 물으니 "'만약 이게 레코드판이면 절대 내 실수로 흠집을 내지 말자'는 생각이다. 튀지 않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내 역할과 나에게 거는 기대가 커지니 오히려 더 뚜렷해진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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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협은 아직도 자신을 찾아주는 작품이 신기할 따름이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바라는 바와 해답을 얻고 싶어 쉼 없이 질문한다고. 그는 "너무 감사할 뿐이다. 난 항상 바삐 일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매일 일이 고팠다. '데뷔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연기를 하면 어떨까?' '바쁘면 어떨까?' 상상 속에 갈증을 느끼던 나였다. 단역을 연기해보니 너무 재밌었고, 계속 하고 싶었. 그러니 지금 상황이 신기할 따름이다. 꼭 여쭤본다. 만나보면 '왜'냐고 자꾸 여쭤본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답을 주신 대부분의 감독님들께서는 '채종협이라는 배우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런 평을 들으면 '새롭다'는 장점에 취하지 않고 또 한 번 반성하고 되새긴다. 채종협이 남긴 또렷한 느낌이 없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해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채종협은 "이철하 감독님께 시집을 선물 받았다. 글귀를 보니 '나는 머물기 좋은 장소입니까'라고 적혀있더라. 머물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현장에서 연기자로 사람으로 누구나 머물기 좋은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채종협을 떠올리면, 따뜻한 감성을 주고 싶다"며 "그렇게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계속 잔잔하게 꾸준하게 묵묵히 채종협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게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아이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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