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에서 한 통의 전화로 살인 용의자가 된 형사 '김택록'을 연기하며 관록과 신뢰를 보인 배우 이성민을 만났다. '김택록'은 모두가 마다하는 악질 범죄만을 쫓으며 타고난 직감으로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해 내는 베테랑 형사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가족과 떨어져 고시원에서 홀로 보내며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공황 장애를 앓는 속에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작품이 잘 나와 다행이고, 의도대로 봐준 거 같아 또 다행"이라는 이성민은 "시청자들이 함께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가 있을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게 이 작품이 가지는 특징적인 힘이다"라고 작품의 매력을 꼽으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진짜 살을 하나도 안 붙이고 1편을 읽고 난 뒤 쉬지 않고 바로 2편을 읽었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더라"라며 흥미로운 전개에 매료되었음을 밝혔다.
단순히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이 작품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이성민은 "처음 받은 시나리오의 제목은 '늙은 형사'였다. 그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얼마 전 공개된 영화 '리멤버'를 하면서 할아버지 역할을 연기해 봤지만 이번에도 늙은이의 연기인데 이 '늙음'이 단순히 나이가 들어 노쇠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의미가 담겨 있어서 굉장히 마음에 들더라."라며 연기적인 매력을 느껴 선택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늙은 형사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할아버지도 아니고, 퇴직을 준비하는 나이이면 저도 비슷한 나이여서 어떻게 극적으로 늙음이 표현될지 부담되더라. 그 고민은 감독님과 함께 했었고 결국 제목을 '형사록'으로 바꾸면서 부담은 많이 줄었지만 외모나 옷을 다르게 준비하는 걸로 방향을 잡았다"라며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던 부분을 이야기했다..
이성민은 "늙음이 뭔지 궁금하더라. 단순히 나이가 든 사람의 상태가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보다 스마트한 형사였던 사람이 지방에서 말년을 맞이하려는 심정은 무엇일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지, 그 사람이 유능한 젊은 형사들보다 어떤 능력이 있을지,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많은 고민을 했다."라며 캐릭터 준비하는 과정에서 품었던 의문을 이야기하며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서 두드러지게 올드해 보이고 과거에 정체된 인물로 표현하기 위해 빳빳하고 짧은 직모로 헤어스타일을 변경하고 옷도 정말 올드 한 스타일로 입었음을 덧붙였다.
작품 속 '택록'을 극한으로 몰고 간 '친구'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끌고 간 이번 작품에 대해 이성민은 "저한테도 다들 '친구'가 누구냐고 물어보던데 감독님도 '친구'의 정체를 물어보는 전화를 많이 받으셨다고 하시더라. 이 작품에서 '친구'의 정체가 정말 중요하다 보니 촬영 당시에 대본도 보안에 부쳤었다. 스태프들은 결말을 모른 채로 작업을 했었다."라며 현장에서조차 '친구'의 존재는 특급 비밀이었음을 알렸다.
그러며 "저는 처음에는 '서서장'(김홍파 분)을 의심했었다. 그런데 2부쯤에서 생각이 바뀌었고 3부에는 '국진한'(진구 분)이라고 확신을 했다. 그런데 자동차 사고가 나더라. 그때 멘붕이 와서 어쩌라지 싶었다. 6부에서 '손경찬'(이학주 분)가 CCTV를 보는 모습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이후에는 '천사장'(윤제문 분)이라 확신을 했는데, 자꾸 마음이 왔다 갔다 하더라. 아마 이 작품을 본 시청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을 것이다."라며 본인도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기 전에는 매 회차마다 주요 용의자를 바꿔가며 추리하고 이야기를 따라갔었음을 밝혔다.
이성민은 "'형사록'은 매번 등장하는 배우 자체가 가지는 에너지를 활용해야 시청자들이 그 배우를 의심할 수 있기에 감독님께서 캐스팅할 때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고 배우들에게 엄청난 공을 들이셨다. 그래서 새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헷갈리고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부에 뭔가 결정적인 게 나오는 거 같으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지 걱정한 시청자도 있었을 거 같은데 이런 걸 허투루 놓치는 작품이 아니니 그런 건 걱정 않으셔도 된다"라며 더 거대한 배경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며 깊은 세계관을 기대하게 했다.
시즌 2를 기대하게 하는 결말에 대해 이성민은 "콘텐츠 중에 초반은 장대하고 후반이 초라한 게 많은데 우리 작품은 그런 작품이 아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결로 7,8부가 정리되었기에 이후의 더 큰 이야기도 기대해 달라. 결말은 마음에 든다"라며 개인적인 소회를 밝혔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성민은 "이제부터 앞으로 뭐가 될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를 생각할 때다.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할 때 중점을 둔 건 작품의 완성도였다. 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거기에 내가 얼마나 충실했는가가 중요했다. 그런데 최근 '리멤버'를 개봉하고 나서는 많은 생각이 들더라. 옛날에 제가 어릴 때는 너무 작은 화면으로 '말괄량이 삐삐'를 보다가 점점 더 큰 화면으로 콘텐츠를 보는 데서 쾌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더라. 극장도 있고 TV도 있는데 오히려 더 작은 휴대폰으로 콘텐츠를 보더라. 관객의 취향이 빨리 바뀌고 관객들이 선택하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관객이 찾아올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며, 약간 겁도 난다. 시대를 못 읽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소재나 표현, 장르 등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라며 20~30대 때 꿈꿨던 배우의 길과 지금이 완전히 다른 길이라며 방대해진 플랫폼과 매체의 발달 때문에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음을 이야기했다.
한 통의 전화와 함께 동료를 죽인 살인 용의자가 된 형사가 정체불명의 협박범 ‘친구’를 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쫓는 이야기를 다룬 '형사록'은 지난 16일 마지막 회차까지 모두 공개되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거침없는 서스펜스의 종지부를 찍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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