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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촬영중 햄스트링 파열, 영화 연출에 체력 필요하더라" [인터뷰M]

기사입력2022-08-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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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로 영화감독 데뷔를 할 뿐 아니라 조직 내 침입한 스파이로 인해 주요한 작전이 실패하자 그 실체를 맹렬하게 쫓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를 연기한 이정재는 감독과 배우, 두 역할 모두에서 놀랄 만큼 대단한 성과를 보였다. 이 영화가 과연 신인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의 스케일과 디테일뿐 아니라 1980년대 대한민국의 어지러운 정세와 그 시대의 고민을 두 인물의 대립을 통해 담아낸 스토리도 인상적이었다. "다들 영화를 보고 놀랬다. 이게 정말 이정재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 맞냐고 할 정도"라고 하자 이정재는 "이거 참, 증인단을 꾸려야 하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헌트'도 많은 우여곡절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이정재는 '헌트'의 시나리오 작업을 7년 전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영화 '대립군'을 할 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계속 시나리오에만 전념했다면 더 빨라질 수 있었겠지만 연기는 연기대로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속도가 크게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1년에 한번 꼴로 전체적인 스타일을 다듬어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헌트'를 쓰며 작품 7개를 했었다. '신과 함께 1,2' '사바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보좌관 1,2' '오징어 게임'까지 연기는 연기대로 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각색 작가도 찾고 연출할 감독도 찾고... 그러다 결국 제가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까지 하게 되었다"라며 연기만으로도 바빴을 기간 동안 쉴 새 없이 작품을 위해 시간을 쏟아왔음을 이야기했다.

중간에 한재림 감독에게도 시나리오가 전해졌고, 연출을 위해 4개월 정도 고민했지만 결국은 포기했다고 하며 "그러다 '사나이픽처스'와 인연이 되어서 결국은 직접 연출을 해보라는 응원에 힘입어 하게 되었는데 정우성을 섭외하는 것도 힘들었다. 1년에 한 번씩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그때마다 거절을 했다. 저희 둘이 나오는 작품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실 거고, 그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과연 그 기대치 이상의 시나리오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거절을 하게 되고 저도 '그래도 하자'라는 이야기를 못 하겠더라. 그래서 다시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그걸 연속으로 3번을 겪고 나서 4번째서야 함께 하게 되었다."라며 연출을 자신이 하기로 결정하고, 정우성의 합류가 어렵게 확정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정우성은 왜 그렇게 이정재의 시나리오를 까다롭게 검토했을까? 이정재는 "처음에는 첩보 장르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주제를 잡는 게 너무 고민스럽더라. 지금의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로, 게다가 현재를 배경으로 쓰다 보니 계속 이야기가 겉돌더라. 그러다가 실제 시대상을 배경으로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건 또 어마어마한 부담이 오더라. 잘못했을 경우의 비난과 혹시나 제가 연기를 할 때도 안 좋은 영향으로 오지 않을까에 대한 공포감이 생긴 정도로 역사 장르와 스파이 장르를 결합시키는 건 꽤 어렵더라. 셀 수 없을 정도로 글쓰기를 중단했던 적이 많다. 굳이 내가 뭐라고 이 영화를 해야 하나, 유명한 감독들도 다 못하겠다고 했는데 내 아집으로 하겠다고 하는 건가 싶어 포기한 적도 많다. 그런데 5년 전 탄핵 사건이 있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과정을 보면서 과연 누가 우리를 갈등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신념은 과연 옳은 것인가? 왜 우리는 대립하고 분쟁해야 하는가?라는 주제가 잡히고, 그때부터는 좀 더 용기를 내서 과감하게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라며 19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을 그려내게 된 과정과 이유를 밝혔다.


이정재는 "제 영화를 혹시나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저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더 이상 나와 다르다는 것 때문에 싸우지 말자는 게 주제였고, 그래서 밸런스를 잡는 게 저의 초목 표였다. 그 밸런스를 위해서 주변 여러분들에게 모니터 하며 의견을 많이 들었다"라며 시나리오 작업 중을 비롯해 촬영 중에도 어느 한쪽의 편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늘 귀를 열고 있었음을 강조했다.

일상의 소소한 드라마가 아닌 시대극이면서도 스펙터클한 액션이 있는 첩보물을 첫 데뷔작으로 연출하는 건 대단히 힘들었던 듯 이정재는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체력이 정말 많이 떨어졌다. 촬영이 끝나고 승합 차에 올라타는 것도 힘들 정도더라. 태국씬에서 달려가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갑자기 다리에서 뚝 소리가 났는데 햄스트링이 파열돼서 열흘 정도를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다. 모든 배우와 모든 스태프가 처음부터 연기자가 연출하는 작품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 작품이라 제가 거기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을 꽤 느꼈다. 촬영 끝나고 집에 가면 저녁에는 시나리오를 고치고, 며칠 후 촬영이 잡혀있는 배우가 오기 전까지 대사를 수정하고 보내주고 하는 일을 밤낮으로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버티기 힘들었다"라며 이야기만 들어도 엄청났겠다 싶은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작 극 중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정말 모를 정도로 이정재는 배우로서도 완벽하게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배우와 감독을 같이 하는 게 장점은 있더라.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수정까지 현장에서 하니까 좀 더 작품에 많이 빠져있게 되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상황에 따라 빨리 수정되고 진행되는 게 장점이었다. 연기자로서는 연기에만 집중할 수가 없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이 나 감정을 뒤로하고 약속된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놓고 대화하다 보니 그런 아쉬움은 좀 덜해지기도 하더라."라며 배우와 감독을 병행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며 "현장에서 배우로서는 다시 찍고 싶은 장면도 많고, 연출로서는 더 준비를 했어야 하는 게 많아서 데뷔작이니까 양해 부탁드린다는 말을 정말 자주 했었다"라며 신인감독으로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을 공개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아직 개봉 전이라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얼마나 볼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언론시사의 반응만 보면 기대 이상의 수작이었다. 첫 작품이 이렇게 완성도도 높고 심지어 칸 국제영화제에 초대도 받는 등 큰 성과를 보였는데 감독으로서 다음 작품을 또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은 없을까? 이정재는 "아유~ 다시는 안 한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주변에서 다들 다음 작품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때마다 '당신이 하세요' '나도 하는데 당신은 왜 못하냐'라는 이야기 많이 했다. 연출 생각만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온다. 시나리오 쓰는 건 퍼즐게임하는 거 같이 너무 재미있다. 내 생각과 대화하다가 또 제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대화하는 시나리오의 공정 과정이 재미있다. 그러다 보면 또 하나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 것. 어떤 게 흥미 생겨서 또 써볼까라는 에너지가 있다면 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며 당장은 떨어진 체력부터 다시 보충하는 게 시급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너무 힘들어서 다음 작품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정재지만 지금 하고 있는 '헌트'의 홍보 활동을 보면 매사에 너무나 진심이다. 영화를 공개하고 신나게 파티하는 모습이 아니라 잠시라도 짬이 나면 관객들에게 선보일 최종본의 수정, 보완에 매달려 있고 좀 더 진심을 전하는 홍보활동이 뭘까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일례로 며칠 전 있었던 VIP 시사회만 하더라도 유명 셀럽들이 포토월 앞에 사진만 찍던 행사가 아니라 이정재, 정우성이 호스트로 무대 위에서 일일이 게스트들을 맞이하는 인상적인 모습도 선보였다. 그는 "정우성과 제가 잘 맞는 게 많은데 그중의 하나가 패턴화되어 있는 일을 새롭게 해보는 것이다. 칸 프리미어 시사회 때 현장에서 그날 보여줄 영화의 음악을 틀어주는 것처럼 VIP 시사회 때도 우리 영화의 음악을 틀자는 아이디어를 정우성이 냈고, 저는 셀럽이 올 때마다 호스트 역할을 하자고 해서 행사를 그런 식으로 해봤다. 좀 더 반응이 좋았고, 뒤풀이 장소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라며 이색적인 장면의 연출 비하인드를 밝혔다.

또 이정재는 "대본집도 출시 계획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너무 열중해서 계속 대사를 바꾸다 보니 제본도 못할 정도였는데 초고 시나리오도 같이 내서 인물 간의 관계, 갈등, 영화에서 사라진 인물, 그래서 캐릭터별 명분을 영화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생각 중이다"라며 특별한 이벤트도 예고했다.

어릴 때부터 독특하고 실험성이 강한 것에 호감을 많이 가졌다는 이정재는 "제가 젊을 때 많은 걸 시도해 보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던 게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팬들이 '저런 건 왜 했냐'라고 하시는 작품들도 당시로는 도전할 만한 이유가 있었고 기대만큼 되지 못한 상황이 있었다. 이 모든 경험들이 저만의 데이터로 쌓여서 시나리오를 고를 때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작품을 보는 관점을 이야기하며 "처음 만든 영화 '헌트'에는 제 모든 능력치를 다 썼다. 불안한 긴장감보다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질문을 할까라는 즐거운 긴장을 하고 있다"라며 관객을 맞이하는 심경을 밝혔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헌트'는 8월 10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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