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건한 신념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로운 성정을 지닌 조선 최고의 장군이자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전라좌수사 '이순신'으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을 그려낸 박해일은 "처음에 감독님께서 '이순신'을 제안하셨을 때 '정말 제가요? 제가 왜요? 제가 장군감입니까?'라고 몇 번이나 진심으로 물어봤었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의아함과 당황스러움이 너무 컸다. 그 질문을 하고 고민을 했던 소중한 시간이 이 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아주 좋은 영향을 줬다"라며 처음 역할을 제안받았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과연 김한민 감독은 박해일은 '장군감'이라고 봤던 걸까? "감독님께서는 '니가 최민식 선배 같은 그런 장군감은 아니다'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니가 최민식 같은 용장은 아니지만 이번 '한산'에서 보여줄 이순신은 지혜롭고 주도면밀하게 전략을 짜서 수군과 함께 압도적인 승리의 쾌감을 보여줄 수 있는 지혜로운 장수의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서 너에게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라며 박해일은 이 작품에서 감독이 의도한 캐릭터의 성향을 전했다.
신중하고 사려 깊게 작품에 임하는 박해일은 "'이순신'을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눈에 보이지도 않고 부담이 뭔지도 모르겠는 구체적이지 않은 기분부터 떨쳐내려 했다."라며 심리적인 부담이 상당했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료 조사를 하고 알면 알수록 제가 너무 초라해지더라. 최민식 선배가 '명량'때 "이 분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촬영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걸 저도 기억하는데 저도 딱 그런 마음이 들었다. 감독님께서 저를 앉혀놓고 몇 시간 동안 꽤 방대하게 이순신 장군과 당시의 전투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이 여기를 들으면 머릿속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 제가 연기를 하는 동력은 안되더라. 제가 알아 본 바, 이순신 장군은 수양을 쌓은 군자이자 도인 같은 부분이 있었다는 자료가 있어서 마음 수양부터 하자 싶어서 절에 가서 마음 수양을 많이 했다. 앉아서 염불과 목탁, 풍경 소리도 들으며 마음을 많이 비워내려 했다. 촬영장에서도 숙소에서 자세를 바로하고 마음 자세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라며 오죽했으면 저랬을까 싶은 나름의 캐릭터 구축 과정을 밝혔다.
박해일은 왜 그렇게 마음 수양에 공을 들였을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야가 좁아지고 욕심이 생기더라. 이 작품 속 이순신은 전체를 봐야 하는 시야가 있는 인물인데 자꾸 내 것만 하고 내 연기만 보게 되더라. 그걸 가장 경계했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며 "'명량'에서는 이순신이 절대적인 존재로 보였지만 '한산'에서는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존재였다. '명량'은 한 인물이 역전극의 드라마 상황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절대 부러지지 않을 존재로 일대 다수를 버티며 끌고 가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한산'은 이순신이 단단한 산처럼 버티고 있으면 그 위에서 의병은 전쟁을 하고 산 앞 바다에서는 제각각의 캐릭터들이 학익진을 위해 단결한다. 이게 '명량'과 '한산'의 가장 큰 차이다."라며 전작과 캐릭터와 구도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며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가지는 게 왜 캐릭터 구축에 중요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랬기에 박해일은 "제가 감독님과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이 감정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이번의 이순신은 최대한 정중동 하는 자세로 견뎌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감독님도 하셨다. 이순신이 등장하는 장면도 중요하지만 등장하지 않는 첩보전이나 전법 장면에서도 이순신의 그림자가 느껴지도록 했다."라며 존재감이 강렬한 인물을 위해 "한 장면에서의 표정, 눈빛, 서 있는 자세만으로도 대사를 대신해 많은 걸 전달할 수 있게 하려 했다. 절제하는 연기에 대해 참 많은 걸 느끼고 배웠던 작품이다. 배우가 호흡을 내뱉는 것과 눈빛 등 대사가 아닌 방식으로 다양하게 대사를 전달하는 느낌을 주려다 보니 참 어려웠다"라며 온몸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엄청난 규모의 오픈 세트에서 해전 장면 촬영을 했다는 박해일은 "해전을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다. 제 앞에 '와키자카'라는 적장의 부대가 있고, 그들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데 파도는 어떻고 수세는 어떤지, 어떻게 진군할 타이밍을 찾을지를 계속 머릿속에서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촘촘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가는 건 매력적이면서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대사가 적어서 눈빛으로만 표현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마치 다시 무대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극은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제작진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연기가 있어야 CG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라며 그린 스크린 위에서의 연기 소감을 밝혔다.
거의 대부분 배를 타지 않았지만 간단한 장면을 위해 한 번은 탔다는 박해일은 "워낙 CG의 분량이 많아서 그 장면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못 찾겠더라. 저는 대부분 실내 세트와 여수의 오픈 세트에서 촬영을 했다. 최민식 선배의 '명량'때는 실제로 바다에 배를 띄워서 한번 올라가면 나올 수 없었다고 하셨다. 생리적인 문제나 식사, 휴식 등을 생각해 보면 '명량'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이 계속 흔들리니까 효율적이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저희는 '명량'에서 많은 부분을 소스로 가져왔기 때문에 업데이트된 환경에서 혜택을 많이 누렸다."라며 '명량' 이후 8년 동안 제작 환경에서 많은 기술의 발전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박해일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을 비롯해 이 작품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보시겠지만 이왕이면 할리우드 영화처럼봐주시면 좋겠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캐릭터가 해외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처럼 이순신 장군을 전 세계의 해군, 군인 또는 이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영화로 알려지고 즐겨주면 좋겠다. 다른 나라의 해군 제독처럼 충분히 이순신 장군과 한산대첩은 매력적인 소재"라며 '한산: 용의 출현'의 글로벌한 흥행을 바랐다.
국내외 대작들이 쏟아지듯 개봉하며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여름 극장가다. 박해일은 "7,8월의 극장가는 외계인도 나오고, 비행기 테러도 벌어지고, 배를 타고 전투하고 이정재-정우성의 투 샷도 볼 수 있는 등 자주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이렇게 다양하고 푸짐한 메뉴가 차려져 있으니 관객분들도 뷔페 드시듯 극장에 오셔서 마음껏 즐기시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영화 현장과 극장이 활기를 띠고 새로운 제작도 많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 저 뿐 아니라 모든 영화인들의 바람일 것이다. 저희 영화를 봐주시는 것도 좋지만 다시 팬데믹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든다"라는 진심으로 관객들의 극장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선의 운명을 바꿔 놓은 압도적 승리의 '한산해전'을 그린 '한산: 용의 출현'은 7월 27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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