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수)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서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가 '그리스 로마 신화 도장 깨기'라는 테마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김헌은 자신을 '필로미토스'라고 소개하고 "신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헌은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 최초의 부부라고 할 수 있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이야기다"라고 말하고 "헤시오도스가 '신통기'라는 책에 우주의 탄생과 신들의 역사를 썼는데 이 책에 의하면 최초에 카오스가 제일 먼저 태어났고 그 다음에 가이아가 혼자서 태어났다고 한다. 가이아는 대지의 여신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사랑과 욕망의 남신 에로스, 지하의 남신 타르타로스가 태어났다고 한다. 이 네 명의 신은 혼자 스스로 태어난 원초적인 신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혼자서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산의 신 우레아, 바다의 신 폰토스를 낳았다. 전문용어로 하면 단성생식인 셈이다"라며 김헌은 "가이아는 자신을 세계의 중심에 둔 질서를 세우려고 했지만 하늘의 신 우라노스는 어머니를 딛고 일어서서 땅 위에 군림하는 세상의 천자, 세계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다.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위험한 물질, 원자폭탄 만드는 물질인 우라늄이 우라노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 가이아와 자식을 낳기 시작하면서 최초의 부부가 탄생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DJ 김영철이 "최초의 부부가 어머니와 아들? 인간세상 잣대로 보면 근친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묻자 김헌은 "맞다. 족보로 따지자면 어머니와 아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신화적으로 보면 하늘과 땅의 결혼이다 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되실 거다"라고 답하고 "우리 인간의 윤리로 평가하면 곤란한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헌은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먼저 12명의 티탄 신족이 태어나게 된다. 영어식으로 읽으면 타이탄 신족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자연과 세상을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들을 많이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는 오션의 어원이 된다"라며 12명의 티탄 신족에 대해 소개하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12명도 무시무시한데 더 무시무시한 괴물 같은 신들도 태어난다. 이런 어마무시한 자식들이 태어날 때마다 우라노스는 겁이 났다. 자신이 어머니를 짓밟고 권력자가 된 것처럼 자식들도 자신을 밀어내고 권력을 빼앗으면 어떻게 하나 두려웠던 거다"라고 설명했다.
"자식을 권력과 권위에 대한 도전자, 경쟁자로 생각한 우라노스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라며 김헌이 "자식들을 땅 속에 가둔 것이다. 그런데 땅은 대지의 여신 가이이다. 땅 속에 넣었다는 건 결국 가이아의 자궁으로 넣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갇힌 자식과 어머니는 굉장히 고통스러웠다"라고 말하자 김영철은 "그리스 로마 신화판 '사랑과 전쟁' 같은 느낌이다. 최초의 부부 이야기가 막장끼가 있다. 어마무시하다"라고 감상을 표했다.
이에 김헌은 "잔혹한 측면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첫번째 부부가 이룬 첫번째 가족은 이렇게 가족 폭력으로 얼룩진 불행한 모습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이것은 먼 옛날 신화 속 끔찍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모습 자체가 주변를 둘러보면 우리 가정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의 권위만 앞세우고 자녀를 사랑으로 돌보지 않는 수많은 우라노스들이 지금도 세상 곳곳 수많은 가정에 군림하고 있지 않나 또는 나도 그런 우라노스처럼 군림하고 있지 않나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더 나아가 이 이야기는 새로운 세대를 자신의 틀에 가두고 권위를 내세우는 그런 기성세대의 특징을 신화적으로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영철의 파워FM'은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SBS 파워FM에서 방송되며, PC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BS 고릴라'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iMBC연예 이연실 | 화면캡쳐 보이는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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