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봄이 오듯이, 자신의 연기 인생도 내리막이 있다면 오르막도 있다고 믿는다. '기상청 사람들'로 흥행의 언덕에 올랐음에도, 내리막길을 겁내지 않는 박민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박민영은 iMBC연예와 만나 JTBC 주말드라마 '기상청 사람들'(극본 선영·연출 차영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상청 사람들'은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다.
박민영은 극 중 매사에 똑 부러지는 철두철미함으로 기상청의 총괄 2과를 진두지휘하는 총괄 예보관 진하경 과장 역을 맡았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과장 자리에 오른 캐릭터 설정을 위해 그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는 "기상청과 관련된 자료가 너무 희귀했다. 다큐멘터리 밖에 볼 것이 없었다"며 "치열하게 연구했다. 매일 밤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하나하나 과제를 하듯이 찍었던 작품이자 내게 가장 어려웠던 숙제였다. 무사히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 용어를 일상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흉내 내기 위해서 정말 많이 연습했다. 그간 해왔던 연기들 중에서 가장 힘을 빼고, 딕션도 흘렸다. 전달이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기상청 사람들' 속 박민영의 발성은 시청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특히 극 중 전 남자친구 한기준(윤박)과 싸우는 장면에서,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네가 떠나 스위스 제네바로, 이 개XX야"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는 '사이다 그 자체', '정말 찰지게 욕한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박민영은 "나 역시 시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그 대사를 하려니 슬프더라. 내가 한때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보는 사람은 시원할 진 몰라도 정작 내뱉는 사람은 슬펐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전문 지식 공부도, 욕설 연기도 마다하지 않으며 오로지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존재감을 가득 채운 박민영. 그는 숙제 하는 것 같았던 '기상청 사람들'에서 처럼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박민영은 "쉬운 길은 재미없으니까 항상 도전할 것"이라며 "두려움은 없다. 연기가 가장 재밌다"고 이야기했다. "쉽고 좋은 것만 한다면 달달한 순간을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도전을 해야 완벽한 열매가 탄생하기 때문에 (어려운 역할이 와도) 충분히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도전에 두려움이 없다는 그는 이미 장인의 경지에 이르른 배우이기도 하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 '그녀의 사생활' 등으로 '로코 장인' 수식어를 일찌감치 선점했다.
'장인'답게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자신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알고 있기도 한 박민영. "사람들이 '오글거리거나 불편한 대사를 박민영이 하면 덜 이상하게 들린다'더라. 뻔뻔하게 내뱉는 게 내 장점인 것 같다. 장난도 좋아해서 코미디 장르에 특화된 성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오피스물 불패 기록도 쓰고 있다. "내 나이에 맞게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 박민영은 "어렸을 땐 학원물을 했고, 그 후엔 청춘물을 했다. 지금은 내 나이에 맞는 오피스물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캐릭터와 융화가 잘 돼 좋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싶디. 아마 10년 뒤에는 '내조의 여왕' 같은 작품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꾸준히 연기하길 원한다"는 박민영에게 매 작품을 할 때마다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터. 박민영은 "매번 성공한 적이 않아서 두려움은 없다. '업이 있으면 다운도 있다'는 게 내 가치관이다. 지금 주춤하더라도 다시 열심히 하면 올라갈 수 있고, 반대로 언젠간 내리막을 탈 수도 있다. 감내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니 그냥 도전하는 편"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에서 날씨로 사람의 인생을 설명했듯, 지금까지의 그의 연기 인생을 날씨로 비유해줄 수 있는지 묻자 그는 '사계절'이라고 답했다.
"거의 우리나라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명확하다. 가끔은 가뭄과 태풍, 홍수도 있었다. 내 나이때 겪을 만한 모든 일들을 겪었다. 내 연기 인생은 언제나 안에서 싸우고 있었으니까."
과거를 진지하게 반추하는 박민영에게서 앞으로 그에게 찾아올 연기 인생의 새로운 계절이 더욱 기다려졌다.
작품 속 인물처럼 현실 열정을 불태운 박민영의 '기상청 사람들'은 지난 3일 종영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 후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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