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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안방울린 '학교폭력' 피해자의 아버지, 눈물 멈추고 움직여야 할 때 (유퀴즈)

기사입력2022-04-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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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더 블럭'의 내용 중 '아버지의 이름으로 학교폭력과 싸운 27년' 에피소드의 주인공 푸른나무재단 김종기 이사장의 사연이 화제가 되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대기업 임원으로 잘나가던 시절, 여전히 바쁘게 해외 출장을 가던 날 무심히 건넨 "야! 힘내"라는 말이 아들과의 마지막 대화였다는 그의 덤덤한 고백은 방송을 보던 시청자 뿐 아니라 방송 이후에도 커뮤니티에 회자가 되며 큰 울림을 안기고 있다.

'혼자가 아닙니다 1588-9128 전국 학교 폭력 상담전화'의 자막이 유난히 길게 보이며 시작된 에피소드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고 예방과 치료를 위해 설립된 청소년 NGO인 푸른 나무재단은 현재 학교폭력 예방 교육, 법률 제도 개선을 우한 국제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종기 이사는 사건 전에는 삼성에서 일하며 삼성전자 홍콩법인장을 역임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회사를 관두고 재단을 만들게 되었다.

27년 전 아들이 16살,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걸 겪은 뒤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 폭력 예방 활동에 뛰어들게 되었다는 김종기 이사장은 "아들의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건 자랑도 아니고 너무나 부모로서 힘든 일이다"라며 27년 전을 회상했다.


5층 아파트에서 투신했는데 자동차에 떨어져서 살았던 아들이 다시 걸어 올라가서 또다시 투신해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시청자가 듣기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부모의 심경은 오죽했을까.

장례식장에서도 "왜 아들이 몸을 두 번이나 던져서 그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라는 김종기 이사장은 "영안실에 아들을 때린 가해자들이 나타나 '죽어서 골치 아프게 생겼다'라며 술이 취해 행패를 부렸고, 죽은 아들의 삐삐에 몇 달 동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문자가 계속 왔다. 그 증거들로 인해 그동안 상급생들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며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음을 밝혔다.

김종기 이사장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심지어 가해자들이 아들의 절친했던 친구들을 불러내 심하게 폭행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가해자들을 응징하겠다는 마음으로 가해자들을 만났다고 했다. 복수를 하겠다는 심경으로 아이들을 만났는데 자신 앞에서 벌벌 떠는 아이들을 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고 복수로 악순환 하느니 하늘에 맡기겠다는 심정으로 단체를 운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재단 설립의 배경을 밝혔다.

단순히 재단만 설립한 게 아니라 김종기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전화 상담 창구를 개설, 시민 모임을 출범, 특별법 제정, 국민적인 인식개선까지 이루게 된 힘든 여정을 이야기했다.


구구절절 가슴 아픈 과정이었고, 방송을 보는 모든 시청자들이 엄마, 아빠, 누나, 친구의 마음으로 공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 방송이었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나도 학교폭력 당해봐서 안다.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아팠을지" "너무 울었다. 후원해야겠다" "가슴이 찢어진다"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올라가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학교폭력은 살인이다" "진심 중범죄다. 학폭은 처벌이 무거워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워했던 '학교 폭력' 이슈가 연예계에서 부각된 건 불과 2년 남짓이다. '학폭 가해자' 또는 '학폭 피해자'로만 분류해 비난만 쏟아내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과 영화에서 학교폭력을 조금 더 심도 있고 다양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년심판',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 곧 개봉할 영화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까지. '학교폭력'의 사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법, 사회 시스템, 학교폭력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태도까지, 이전에 우리가 사회범죄를 다루었던 방식으로 학교폭력도 다루어지고 있다. 문화는 사회를 반영한다. 학교 폭력도 그만큼 사회적으로 크고 무거운 담론의 소재가 된 것이다. 그저 아이들의 일이라고,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라고 더 이상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좋은 방송 콘텐츠가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었다면 시청자들은 이제 그 공감과 감동을 사회에 전달할 일이 남았다.

iMBC연예 김경희 | 화면캡쳐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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