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불도저에 탄 소녀' 박이웅 감독 "김혜윤,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능력 빛났다" [인터뷰M]

기사입력2022-04-06 07:0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고, 그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소녀의 거침없는 폭주를 다룬 영화로 데뷔를 한 박이웅 감독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서 선보여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바 있는 '불도저에 탄 소녀'에는 배우 김혜윤이 출연해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가녀리지만 독하고, 무섭도록 집요하게 폭주하는 소녀를 연기한 김혜윤은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 캐릭터에 어울렸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는 그 어떤 배우도 떠올리지 않고 있었다. 제작이 결정되고 캐스팅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추천 받은 배우가 김혜윤이었는데 사실 드라마를 잘 안 봐서 어떤 배우인지 몰랐었다. 그때부터 전작들을 하나씩 봤는데 작품마다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표현해내는 능력이 있더라. 비슷하게 이 연기, 저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굉장한 신뢰가 갔다"며 미팅 전 김혜윤의 이미지를 이야기했다.

기대감을 갖고 만났던 김혜윤은 생각보다 평범했다고 한다. 그는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여고생 느낌이었다. 두꺼운 시나리오와 연필을 들고와서 막 넘기면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과외하는 고등학생과 이야기하는 느낌도 들고 너무 열심이더라. 너무 예쁘거나 뾰족한 상태로 2시간을 끌고 가는 것 보다 이렇게 보편적인 느낌의 주인공이 끌고가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 해줄줄은 몰랐다. 내가 너무 운이 좋았다"라며 김혜윤과의 작업 소감을 밝혔다.

관객이 보기에도 연기를 잘 했고, 감독 입장에서도 배우가 거의 알아서 연기 했다며 만족스러워 했지만 현장에서 감독이 집요하게 끄집어 내고 싶었던 김혜윤의 연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박 감독은 "초반에 교통사고 피해자가 누워있는 병원에 찾아가는 장면을 촬영했었는데 그때 여러번 테이크를 갔었다. 김혜윤이 준비해 온 분노의 강도가 약해서 좀 더 강하게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혜윤은 감정이 너무 세다고, 지금 지르면 나중에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장착된 화가 엄청 많은 아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 촬영때부터 김혜윤이 어디까지 감정을 끌어 올려야 하는지 감을 잡은 것 같더라. 그때 이후로 딱히 이야기 할 것도 없이 촬영이 잘 진행되었다."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치의 분노를 표현하며 폭주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갔음을 이야기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속 김혜윤의 아버지 역할로 등장, 많이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혜영'의 모든 행위의 이유와 배경이 되었던 박혁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박 감독은 "'혜영'이 강한 캐릭터다보니 주변 인물들은 단순해야 했다. 아버지 역할이 너무 기능적으로만 쓰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박혁권을 추천받았다. 박혁권은 굉장히 엉뚱한데 고집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 이미지가 캐릭터에 맞다는 생각이 들어 캐스팅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그러며 "그런데 사실 최종 리딩을 하는 날 까지 만나주지를 않으셨다. 집이 제주도였던 이유도 있었고, 바쁘기도 하셨고, 만날 수 없어서 배역에 대한 이야기도 못했고, 그래서 이 역할을 하고 싶은건지 아닌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최종 리딩때 오셔서 처음으로 대본 리딩을 했는데 약국에서 '혜영'이와 대화하는데 분위기에 짜증이 묻어 있더라. 오랫 동안 딸과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왔고 이제 살짝 그 긴장이 느슨해진 상태라는 느낌이 단박에 오더라. 완전하게 캐릭터를 알고 계셨고, 따로 디릭팅 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특이했던 박혁권과의 작업 과정을 밝혔다.

극중에서 빌런 역할을 한 최회장을 연기한 오만석에 대해서도 박 감독은 이야기했다. "그 연배의 배우 중 호인의 이미지를 갖고 계신분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누가봐도 악역이 아닌, 활짝 웃는 프로필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 인상이 마음에 들어 캐스팅했는데 현장에서 기대보다 훨씬 잘 해주셨다. 유권자 앞에서는 호인이고 약자 앞에서는 악인인 모습을 잘 그려내었다"며 오만석의 연기에 만족감을 표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 속 강력한 치트키는 불도저였다. 건물 2~3층 정도의 높이인 불도저는 크기부터 압도적이었다. 박 감독은 "예전 다른 현장에서 중장비가 주차되어 있는 걸 봤는데 어마어마하더라. 그 장면을 보고 시나리오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여러 설명 할 것 없이 눈으로 보는 걸로 해결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퀴의 지름이 사람 키 만한데, 이 바퀴보다 작은 아이가 이걸 몰고가서 뭔가를 해내는게 이 영화의 핵심 이미지가 될거라는 생각을 했다"며 압도적인 크기와 힘의 불도저와 가녀리고 작은 소녀의 대비만으로도 강렬한 임팩트를 줄 것임을 짐작했다는 말을 했다.

이 영화를 통해 박 감독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그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으려 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려고 문신을 새긴 아이가 끝도없이 실패하는 과정을 보는 영화다. 복수고 단죄를 떠나 이 아이가 이루는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이 아이의 실패의 과정을 지켜보는 이야기다. 다만 되돌아보니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런 사람들을 한번 돌아보면 좋겠다는 바램은 담겨져 있다"며 관객과 공감하고 싶은 부분을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에 '인디애나존스'를 보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고 커서는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의 영화에서 감동을 느꼈다는 박이웅 감독은 "'인디애나존스'와 다르덴 형제의 영화 중간 지점 어딘가에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사건이 벌어지고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좋은 평을 받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관심이 많다는 박이웅 감독은 차기작으로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보험 사기극 '아침바다 갈메기'를 준비중이다. 박인환의 캐스팅이 마무리 되었고 9월경부터 촬영을 시작할 것 같다"며 소개해 기대하게 했다.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현실 폭주 드라마 '불도저에 탄 소녀'는 4월 7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고집스튜디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