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에게 '고스트 닥터'는 더없이 감사한 작품이다. 16년 만에 펼친 코믹 연기는 잊고 살았던 자신의 밝은 내면을 오롯이 되살려냈다. 그리고 되찾은 내면은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 김범은 iMBC연예와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극본 김선수·연출 부성철)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스트 닥터'는 오만한 천재 의사 차영민(정지훈)이 사명감 없는 금수저 레지던트 고승탁(김범)과 서로의 몸을 공유하며 의술을 펼치는 드라마다.
김범이 맡은 고승탁은 극 중 재수와 예의, 눈치까지 두루 없는 '똥손' 레지던트다. 그는 '금손' 차영민과의 영접을 계기로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고승탁의 반짝이는 매력에 이끌렸다"고 밝힌 김범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드라마에서 굉장히 만화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가볍고, 밝고, 반짝이는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밝고 반짝이는 고승탁의 모습과 실제로 닮은 점도 있는지 묻자, 김범은 MBTI 유형으로 싱크로율을 설명했다. 그는 "고승탁은 'E(외향적)'고 나는 완벽하게 'I(내향적)'다. 이 부분이 가장 다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닮은 점이라면, 어렸을 때 철이 빨리 들었다는 점이다. 책임감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과는 별개로, 연기 난도는 상당히 높았다고. 김범은 "전작인 '로스쿨'에 이어 '고스트 닥터'까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려웠다. 전문 용어를 숙지하는 데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대사를 100퍼센트 이해 못 하고 외워야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범은 용어 숙지 외에도 직접 수술을 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도 이야기했다. 그는 "웬만하면 대역을 쓰지 않고 연기하는 편인데, (수술 장면은) 흉내도 못 내겠더라. 촬영 전 실습도 했는데 한 두 달 만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대역의 힘을 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 시국 때문에 자유롭게 병원을 방문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지훈에게 빙의가 되는 모습을 연기해야 했기에, 정지훈의 행동이나 말투도 세심히 관찰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범은 "초반 한 두 달은 정지훈을 현장에서 계속 지켜봤다. 걸음걸이부터 말투, 제스쳐까지 메모했다"고 설명했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하는 빙의 연기는 자칫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한 김범의 완벽한 코믹 연기가 어색함을 말끔히 지웠다. 그는 "내가 진지함을 놓치는 순간 '삼류 코미디'가 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믿음을 갖고 빙의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과거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 이후 16년 만에 다시 등장한 김범의 코믹 연기에 많은 팬들은 반가움을 표했다. 그는 "오랜만에 만화 같은 연기를 해서 재밌었다. 시청자들이 내 우스꽝스러운 부분들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또 다른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다시 해보고 싶다"며 언제든지 코믹 연기 도전에 열려있음을 시사했다.
코믹했던 캐릭터만큼이나 '고스트 닥터'는 김범에게 밝은 면을 찾아준 작품이 됐다. 그는 "나는 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고승탁을 연기하는 동안 내 안에 있던 동적이고 밝은 부분들과 웃음을 찾았다"며 "이젠 장난이 지나친 사람이 됐고, 항상 웃는 사람이 됐다. '나도 이런 면이 있구나'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전역 후인 지난 2020년 '구미호뎐'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데 이어 '로스쿨', '고스트 닥터'까지 매년 쉬지 않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김범은 "작품을 선택할 땐 '내가 캐릭터를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판타지물, 법정물, 의학물까지 소화했는데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다. 언제든지 새로운 장르에 재밌게 도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완벽한 빙의 연기로 1인 2역을 매력적으로 소화한 김범의 '고스트 닥터'는 지난 22일 16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제공=킹콩by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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