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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지인'의 '옷소매', 보물 같던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인터뷰M]

기사입력2022-01-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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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인 PD는 배우만큼 사랑받은 연출자다. 시청자들은 흠잡을 데 없는 연출력을 발휘한 그를 '갓지인'이라 불렀다. 그에게 '옷소매 붉은 끝동'은 보물 같은 순간이었고,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정지인 PD는 iMBC연예와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성덕임(이세영 분)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 이산(이준호)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해 하반기 안방극장 사극 열풍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최종회 시청률은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달성하며 높은 화제성을 불러 모았다. 지난해 열린 '2021 MBC 연기대상'에서는 올해의 드라마상을 비롯해 주연배우인 이준호와 이세영이 각각 최우수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차지했다.

정 PD는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고 이야기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흥행 요인에는 배우들의 호연뿐만 아닌 뛰어난 연출력의 힘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입을 모아 그에게 '갓지인'(갓+정지인)이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


"'갓지인'이라는 호칭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힌 정 PD는 "어느 날부터 현장에서 이준호가 나를 '갓지인'으로 불렀다. 참 부끄럽지만 '살면서 언제 이런 호칭을 들어볼까' 싶었다. 당분간은 즐기기로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거듭 감사함을 밝힌 정 PD. 그는 "조연출들이 시청자 반응 중 웃긴 것들을 내게 전달했다. (그것들을 보며) 한참 즐거워했다. 정신없는 촬영 중에 힘이 났다"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우리 작품 음악 중 하나를 리코더로 연주한 분이다. 듣자마자 폭소했고, 음악감독에게 보냈더니 엄청나게 감동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촬영, 조명, 미술, 음악 등 모든 연출이 완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PD의 연출력에 시청자들은 그를 '사극 장인'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각 분야 스태프들과 사전회의를 여러 달에 걸쳐 해왔다"며 "현대극보다 결정을 훨씬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됐기 때문에 내가 지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사극 경험이 많은 미술감독과 각 미술팀의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스태프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배우진의 호연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 것은 정 PD의 디렉팅이었다. 인물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해석력이 밑바탕이 됐다. 정 PD는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산에게 덕임이 침묵을 택한 이유가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는 권력과 상관이 있다"며 "왕이 된 산은 망설일 이유가 없지만 덕임은 다르다. 덕임이 후궁이 되는 순간, 일상은 송두리째 파괴되며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덕임은 산을 사랑하지만 왕을 사랑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소한의 저항으로 침묵을 택한 것이다. 왕이라는 지위에 짓눌리는 궁녀인 덕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침묵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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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으로만 연기하는 덕임의 감정을 온전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 PD는 "덕임과 산의 바스트 샷이나 투샷을 초반 흐름보다 길게 살렸다. 요즘의 일반적인 호흡보다 좀 더 길게 가져간 건 모험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들과 다양한 해석들을 보면서 어떤 의미로든지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호와 이세영의 완벽한 케미와 호흡은 정 PD에게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연출자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다"며 이준호와 이세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정 PD. 그는 "둘 다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다. 배려심도 많고, 상대방과의 연기 합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장난기 넘치는 두 배우의 케미는 굉장히 대단했다고. 정 PD는 "이준호와 이세영은 리허설 중 장난도 많이 치다가도 촬영이 시작되면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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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열정 넘치는 두 배우의 서로 다른 특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정 PD는 "둘 다 승부욕이 강한 최고의 승부사다. 이세영은 절대 대본에서 손을 놓지 않는다. 뭔가를 잔뜩 적어놓고 리허설 중에도 계속 메모한다.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내가 '오케이'를 해도 다시 찍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호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는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난다.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 묻는 배우"라고 덧붙였다.

이준호와 이세영의 연기 합이 너무나 좋았던 만큼, 다른 작품에서 두 배우가 다시 만나길 원하는 시청자들의 바람도 많았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선 "'갓지인'이 두 배우와 함께 현대극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기도. 이에 정 PD는 "배우와 작품을 하는 것은 운명이다. 이준호, 이세영 배우와의 인연이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며 "사극 분장을 벗은 두 배우를 가끔 현장에서 못 알아봤다. 현대극을 할 경우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잘 안 된다.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다면 다시 즐겁게 작품을 촬영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작품 속 마지막 대사인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처럼, 정 PD에게 '옷소매 붉은 끝동'과 함께했던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그는 "'이런 보물 같은 작품은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보물 같은 순간에 보물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내 마음속의 보물"이라고 강조했다.

완벽한 연출력을 발휘하며 '갓지인'으로 칭송받던 정지인 PD의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 1일 17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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