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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담금질한 신인 배우 배해선 [인터뷰M]

기사입력2021-12-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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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선은 단단한 배우다. 무언가 주어질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스스로를 담금질한 덕분이다. 늘 처음처럼 반짝이며 제 역할에 맞게 모양과 행색을 바꾸고, 일상을 다 바쳐 파묻혀 단련했단다. 초심자의 마음가짐과 고수의 내공을 두루 갖춘 그는 믿고 맡길만한 27년 차 신인 배우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tvN '해피니스'부터 JTBC '구경이',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까지 브라운관과 OTT플랫폼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한 배해선. 욕망 그득한 '해피니스' 속 아파트 동대표, 해사로운 미소를 머금은 '구경이' 속 김혜준의 이모, 노련미 넘치는 '청와대' 속 국회의원까지. 틀면 나오는 친숙한 얼굴이지만, 아무리 겹쳐봐도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는 명연기였다.

'해피니스' 종영을 기점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배해선. 감염병이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 봉쇄된 아파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주민들의 심리와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배해선은 극 중 혼란에 빠진 상황을 이용해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되어 이권을 차지하려는 동대표 오연옥을 연기했다.

배해선은 "고상하고 우아한 투로 좌중에 달콤한 말을 전하다가, 스스로의 야욕에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감추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뱉는 인물"이라며 "목적 의식이 확실하고, 과거가 아주 구린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과하게 말하자면 잠재적 사이코패스다. 그렇다고 외양을 그리 꾸미고 싶지는 않았다. 평범한 얼굴을 한 아파트 동대표가 지닌 소름 돋은 야망. 잘 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연달아 세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다. 촬영 시기까지 겹쳤다면, 연기자 입장에선 여간 고된 작업이었을 터. 배해선은 "우려해주시는 만큼 대단히 촬영 시기가 겹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며 "그렇게 감독이 '오케이(OK)'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역할이 내게 남긴 여운을 털어버리고 다른 가면을 쓸 깜냥도 능력도 없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겸손을 표했다.

배해선이 연기한 인물들은 크기만 두고 재단하듯 셈하자면, 대단한 규모나 분량은 아니었다. 하지만 종국으로 치닫을수록 배해선표 인물들의 존재감은 불어났다. 비결은 하나였다. 그 인물 옆에 꼭 붙어 기웃거려 온 몸으로 부딪히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연구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그는 "서사가 부족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우가 상상해 만들어내고 익혀야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역할을 하는 배우 본인은 기필코 그래야 한다. 한시가 바쁘게 휙휙 상황이 바뀌고 주어지는 현장에서 뭐라도 하나 더 뱉어내려면 꼭 그래야 하더라"고 강조했다.

이어 "작은 역할이라면 남의 대사와 지문이라도 샅샅히 뒤져봐야 한다. 대부분 상황을 통해 인물을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대본 안에 정답이 있는 경우도 있다"며 "항상 전후좌우 맥락을 살피고 이해하려고 한다. 본인이 철저하게 배역을 이해했다면 현장에서 목청이 커진다. 누구보다 '그 역할은 이렇게 행동했으리라'는 확신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역할 크기나 종류에 상관없이 최대한 얼굴을 파묻고 스스로 완벽히 이해해야 마음 편히 연기하는 편이다. 그 역할의 감정에 완전히 지배된 채로 살아가는 거 같다. 사실 완급 조절을 못했을 때에는 너무 심해 몸이 상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배해선은 "종종 원동력이 무엇이냐 묻더라. 낭만적인 원동력을 가지고 살아본 적이 없더라. '멈추지 못해 달린다'고 한다"며 "30대 중반까지는 정말 과도하게 나를 몰아부쳤다. 사람 배해선의 시간이 없었다.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노래하고 대본읽고 소리치며 연습했다"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도가 튼 신념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앞으로 하고픈 역할의 종류를 묻자, 눈을 반짝이며 신인 배우들이나 내놓을 법한 답변을 전한 그다. 배해선은 "정말 최대한 다양한 곳곳에 살고 있는 다채로운 인물들을 힘이 닿을 때까지 많이 많이 연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난 신인이다. 스스로 잔뼈가 굵다는 둥, 연기에 대해 좀 안다는 둥, 말할 때가 아니다. 아직도 연기를 어려워하지 않나"며 "20년 전 뮤지컬 업계에서 나름 전성기를 구가할 때도 그랬다. 스스로의 실력에 갈증을 느꼈고, 텅텅 빈 여백이 보이더라. 그래서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가 무보수로도 일했다"고 전했다.

배해선은 2015년 드라마 '용팔이'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췄다. 그는 "소위 말하는 카메라 앞에서 하는 매체 연기에 뛰어든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연기에 대해 아는 척을 해대겠는가. 할수록 재밌지만 알수록 어려운 게 연기"라며 "아직까지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궁금하다. 호기심이 생기고 욕심이 차올라서 항상 내 시간이 아니더라도 촬영장 한편에서 숨 죽여 구경한다"고 말했다.

연기자 배해선의 최종 목표는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채로 연기하는 배고픈 이들에게 희망이 됐다는 말은 너무나도 가슴 벅차고 책임감을 느낀다. 그런 말을 누군가 나에게 해준다면, 그건 내 일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훈장으로 남을 것 같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가슴 한켠에 꺼지지 않는 횃불은 지켜두며 뜨겁게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iMBC DB | 사진제공=버드이엔티, 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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