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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왕후'→'조선구마사'…역사 왜곡하고 잔혹사 쓴 드라마 [2021총결산]

이슈홈페이지 2021-12-11 07:00
'철인왕후'→'조선구마사'…역사 왜곡하고 잔혹사 쓴 드라마 [2021총결산]
올 한 해 드라마 제작자와 방송사를 벌벌 떨게 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역사 왜곡' 논란이었다. '철인왕후'와 '설강화'는 각각 실존 인물을 희화화, 미화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빈센조'와 '조선구마사'는 무리한 PPL과 역사 왜곡 연출로 누적된 대중의 반중(反中) 정서에 군불을 지폈다. '역사 왜곡' 꼬리표를 달고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 된 비운의 드라마들을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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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이 지라시?" 실존 인물 희화화에 발목 잡힌 '철인왕후'

올 한 해 대중이 드라마의 '역사 왜곡'에 민감해지기 시작한 것은 올 2월 종영한 tvN '철인왕후'부터였다. '코믹퓨전사극'을 표방한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든 중전 김소용(신혜선)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김정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첫방부터 기분 좋게 출발한 '철인왕후',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전국 유료 가구 기준에 따르면 '철인왕후' 1회 방송은 평균 8.0%를 기록했다.

그러나 다음 회차 방송에 이르러 '철인왕후'는 '역사 왜곡'과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다. 극 중 인물이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라고 표현한 부분과 술게임 노래에 종묘제례악을 삽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우리나라 국보임과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고,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 1호이자 유네스코에 최초로 등재된 인류 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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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인 신정왕후를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역사 왜곡'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극 중 신정왕후가 잠자리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거나 온갖 미신에 심취한 캐릭터라는 설정에 신정왕후의 후손들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논란이 가속화되자 '철인왕후' 제작진은 즉각 해명하고 사과에 나섰다. 제작진 측은 "조선왕조실록 관련 대사는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여 문제 된 내레이션을 삭제했다. 그밖에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종영 후 '철인왕후'의 VOD 다시 보기 서비스는 중단됐다. 네이버TV와 클립 영상도 비공개됐다. 그러나 이달 1일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철인왕후'의 다시 보기 서비스가 운영되며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잊힐 때쯤에 스리슬쩍 공개하는 거냐"는 등의 불편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 시국에 중국 비빔밥?" 무리한 PPL 논란 겪은 '빈센조'

'철인왕후'의 후속작이었던 tvN 드라마 '빈센조' 역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엔 중국산 PPL(간접광고)이 문제였다.

3월 14일 방송된 '빈센조' 8화에서는 중국 식품회사가 만든 비빔밥이 PPL로 등장했다.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이 중국 브랜드 상품으로 나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해당 제품은 중국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표기된 채로 등장했다.

당시 국내 누리꾼들의 반중 정서는 매우 높아진 상태였기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김치를 중국 전통 음식으로 주장하고 한복까지 자신들의 전통 의상이라 우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른바 '문화 동북공정'에 대한 국민적 피로와 분노가 한껏 차오른 상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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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시기에 '빈센조'의 중국 PPL을 접한 시청자들은 "국내 드라마에서까지 중국 PPL을 봐야 하느냐", "중국이 비빔밥까지 자기네 음식이라 우길 것이 염려된다"며 '빈센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빈센조' 측은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서비스에서 문제가 된 PPL 장면을 조용히 삭제했다. 이후 주연을 맡은 송중기는 '빈센조' 종영 기념 화상 인터뷰에서 "PPL 논란으로 인해 실망하신 분들이 있다면 주연 배우로서 사과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대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중국 월병이 거기서 왜 나와?" 300억 대작 '조선구마사', 2회 만에 폐지

'빈센조'에서 누적된 대중의 반중 정서는 고스란히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로 이어졌다. 빈센조의 PPL 논란이 터지고 일주일 뒤 첫 방송된 '조선구마사'는 방송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철인왕후'와 '빈센조'가 겪은 논란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파장이었다.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다룬 드라마다. 실제 역사 속 인물이 기이한 존재와 맞닥뜨린다는 상상력 위에 엑소시즘을 가미한 판타지 설정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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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점은 극 중 등장하는 소품과 의상이었다. 양녕대군, 충녕대군 등 실존 인물을 등장시킨 '조선구마사'. 극 중 충녕대군이 서양 사제 일행에 중국 전통 음식인 월병과 피단을 대접하거나 중국풍 가옥이 등장한다는 점이 지적을 받았다. 이외에도 태종이 실제 역사와 달리 무고한 백성을 이유 없이 학살하는 모습으로 그려졌고,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대군을 폄하하는 등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방송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는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이 폭주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게시 사흘 만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결국 '조선구마사'는 3월 26일 폐지를 결정했다. 80%가량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조선구마사'가 투입한 제작비는 약 300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은 더욱 컸다.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극본을 집필한 박계옥 작가의 사과가 이어졌다. 특히 박계옥 작가는 '철인왕후'에 이어 '조선구마사'까지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는 "조선의 건국 영웅분들에 대해 충분한 존경심을 드러내야 했음에도 판타지물이라는 장르에 기대어 안이한 판단을 했다"며 "역사 왜곡은 추호도 의도한 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남긴 점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사죄했다.

'조선구마사'는 올해 가장 많은 민원이 제기된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오명까지 떠안게 됐다. 방심위에 따르면 '조선구마사'와 관련된 민원은 5176건으로 전체 민원 중 51% 이상을 차지했다.

◆"간첩, 안기부 미화?" 방송도 안 한 '설강화'에 들끓는 여론

'역사 왜곡' 드라마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커진 가운데, 시작도 하지 않은 드라마 '설강화'도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오는 18일 첫 방송을 앞둔 JTBC 드라마 '설강화'는 이보다 한참 전인 3월, 미완성 시놉시스가 유출된 것이 '역사 왜곡'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가 주연을 맡은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과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의 시대를 거스른 사랑을 그린다.

그러나 '설강화' 시놉시스에 따르면, 남자 주인공은 남파 무장간첩이며 운동권 학생들을 고문한 안기부 팀장을 '원칙적이고 열정적이며 대쪽 같은 인물', 여자 주인공은 민주화 운동을 펼친 실존 인물 이름과 같았다. 간첩과 안기부 미화라고 생각될 수 있는 대목이었기에 논란이 더욱 커졌다.

'설강화' 역시 '조선구마사'처럼 촬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대상이 됐고, 정부의 답변 기준인 20만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에 정부는 "창작물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창작자, 제작자, 수용자 등 민간에서 이뤄지는 자정 노력 및 자율적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역사 왜곡은 방심위의 심의 대상이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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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강화' 측은 설정 일부를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설강화의 극 중 배경과 주요 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을 모티브로 한다. 군부정권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해명했다.

또한 "극 중 캐릭터의 이름 설정은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하다. 그러나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여주인공 이름은 수정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영초는 영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방송을 일주일 앞둔 오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배우들의 대본 리딩 영상에서는 정해인을 '재독교포 출신의 사연 많은 명문대 대학원생'으로 표현한 자막이 등장했다. 이는 일부 누리꾼들에게 '동백림(동베를린) 간첩 조작 사건'을 연상케 하는 대목으로 지적을 받았다. 1967년 벌어진 '동백림 간첩 조작 사건'은 당시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서유럽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 중 194명에게 간첩죄를 적용했으나 대법원이 단 한 명도 간첩죄를 인정하지 않은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이다.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드라마들이 떠안은 쓰디쓴 비난은 제작자들에게 어려운 숙제를 남겼다.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제작자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일이다. 창작물이기 때문에 극적 허용이 쉽게 용인됐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대중이 미디어에게 요구하는 올바름의 수준은 훨씬 높아졌다. 엉뚱한 고증을 일삼는 '역사 왜곡'은 늘 비평 대상이 된다. 제작자들이 높아진 대중의 수준을 따라가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역사 왜곡' 잔혹사가 다음 해에도 반복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tvN, SBS,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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