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배우 김영재는 최근 tvN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의 검사 김사현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철두철미한 일처리를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인상에 능숙한 사회생활 능력까지 겸비한 유능한 검사. 수상한 분위기를 풍겨 악인이 아닐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의심을 자아내게 하는 인물이었다. 종국엔 후배 황시목(조승우)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반전의 허당기까지 내비쳐 시리즈 마니아층의 애정까지 듬뿍 받았다.
김사현 역할 앞에는 수많은 애칭과 수식이 따라붙었다. '스며들다'라는 동사와 '김사현'이라는 역할명을 합해 '사며들다'라는 극찬까지 생겨났다. 곱상한 외모에 빗대어 '곱상사현'이라 부르는가 하면, 후배 황시목에게 '꼰대짓'을 하는 그를 캡처해 각종 '짤'(재밌는 사진을 일컫는 신조어)을 생산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이는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높은 인기에 대한 반증이다.
김영재는 "뜻깊은 작품에 함께할 수 있을 수 있도록 캐스팅해주신 연출진에게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다. 최고의 스태프,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뿌듯하다. 정말 행복했다"며 공을 돌렸다. 이어 "'곱상사현'이라는 별명도 붙여 사랑 주셨더라. '사며들다'라는 말도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전과 다른 인기를 체감하냐 물으니, 김영재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국 탓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다 보니, 잘 몰라보신다. 외부 보다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요즘"이라고 말했다.
인기를 먹고 자라나는 직업이니, 타이밍이 야속할법하다. 하지만 김영재는 "난 그렇게 캐릭터의 색채가 짙은 배우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진하고 넘치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따로 있다. 일단 나는 절대 아니다. 특히 김사현 역할은 과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영재는 법조인 연기를 위해 법원 공판에 참석해 검사, 변호사들을 보며 느낀 감상을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수많은 인간군상이 있더라. 법조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언변이 뛰어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달변가가 아닌 이들도 있었다. 누군가는 날카롭고, 누군가는 능란했다. 많이 참고하고 기억해두고 이번에 활용했다"며 "김사현은 '비밀의 숲2' 검사들 중 굳이 따지자면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라인에 속한다. 전사를 따져보니 고급 시계나 명품 구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빼고 절제해 외양을 꾸몄다"고 밝혔다.
이어 "내적으로는 '물 흐르는듯한 유연함'이 포인트였다. 굉장히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김사현의 성격을 말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일적으로 융통성이 있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싶었다"며 "평이하지 않게,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정형화된 검사의 모습을 깨고 싶었다"고 주안점을 설명했다.
김영재가 역할 탐구를 위해 방문했던 공판 당시 김사현 검사를 마주했다면, 어떠한 감상을 느꼈을까. 그는 "재판장에서만큼은 날카롭고, 원하는 말과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능숙한 기세를 떨쳤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김영재는 역할 김사현을 사랑했고, 연민했다. 그는 김사현의 유형이 '꼰대'라는 질타에 속상해하며 "재판장을 나오면 전세살이를 걱정하는 평범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꼰대'라고 욕하시더라. '꼰대'가 맞다. 날 때부터 그렇지 않았지만, 엘리트 출신들과 경쟁하기 위해 장착한 무기일 것"이라고 감쌌다.
'비밀의 숲2'는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시즌1의 엄청난 성공 덕분에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출발한 셈이다. 유난히 출연 배우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시즌2에 새롭게 등장할 얼굴은 누구이며, 그 역할을 해낼 배우는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합류한 배우에게는 위험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는 요인이기도 했다.
김영재는 영민하게 비켜 생각했다. 따가운 시선은 잠시 제쳐두고 오로지 제 역할 김사현만 바라본 것이다. 그는 "사실 부담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내 역할에 푹 빠져서 준비하기 바빴다. 열심히 하면 알아봐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과가 나오고 나니 아주 뿌듯한 대목"이라며 웃었다.

'비밀의 숲2' 이수연 작가는 진작에 김영재를 김사현 역할에 점찍어뒀다. 김영재는 "감독님과 첫 만남 당시에 작품 미팅 혹은 오디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김사현 역할에 확정됐다'고 하시더라"며 "드라마스페셜 '마귀'라는 작품을 감독님과 함께해 나를 좋게 봐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작가님께도 이유를 들어보니 '예전에 어떤 드라마를 봤더니, 꼭 한번 같이 하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 비화를 밝혔다. 이렇듯 김영재는 제목도 가물가물한 작품 속 제 역할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해내 연출진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두는 배우인 셈이다.
그는 벌써 20년 차 배우다. 한결같은 태도와 일념으로 쌓아 올린 역할만 수십, 수백 가지에 이르른다. 특히 김사현은 강렬했다. 이미지 고착을 걱정해본 적은 없냐니 "20년 연기해보니 알게 됐다. 어차피 다음 작품을 통해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에 내가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몰라보신다. 그게 나라는 배우의 특장점"이라고 자랑했다.
김영재는 "과장된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역할은 내 그릇에 담을 자신 없으니, 더 잘하는 배우에게 가길 바란다. 대신 나는 일상의 평범함을 담아낼 수 있는 배우다. 살아가는 모습을 내 그릇에 담아 표현하고 싶다. 그런 연기가, 역할이 가장 재밌다"며 "이번에 검사였을 뿐이지, 서점에서 책을 파는 판매원일 수도, 우두커니 서있는 식당 주인이 될 수도 있다. 시청자가 살아가는 모습과 더욱 가까운 배우이고 싶다"며 "일상성의 중요함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현답을 내렸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UL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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