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를 보다 보면 불치병, 복수 그리고 신데렐라 스토리 등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가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영원불멸의 정석처럼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이러한 규칙은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최근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이미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는 주인공 선덕여왕 덕만(이요원 분)에 이어 미실(고현정 분)과 진지왕(임호 분)이 사통하여 낳은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일대 파란을 일으킬 ‘비담’(김남길 분)이 있다.



그런가 하면 SBS 드라마에는 무수히 많은 출생의 비밀이 등장한다. 먼저 월화드라마 <드림>의 이장석(김범 분)이 있다. 장석은 공부 대신 소매치기를 가르친 아버지 이영출(오달수 분)에 대해 친아버지임을 의심하며 부자지간이 아니라는 각서까지 받아냈으나 여전히 둘의 관계는 미궁에 빠진 상태다. 수목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서는 최근 인생의 성공을 일구려는 정우(지성 분)의 아버지 김일환이 자신을 토사구팽한 장민호 회장(전광렬 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스토리 변화의 불씨를 당겼고, 주말드라마 <스타일> 역시 셰프 서우진(류시원 분)이 손명이 회장(나영희 분)의 이복동생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잡지사 ‘스타일’에 큰 폭풍이 몰아칠 것을 예고했다.


그 외에도 얼마 전 종영된 MBC <신데렐라 맨>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쌍둥이가 한 명은 대기업 귀공자로 자라게 되고 또 한 명은 동대문 시장 바닥에서 자라며 그들이 우연히 만나 벌어지는 현대판 ‘왕자와 거지’라는 내용을 다루었고,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에서는 주인공 이강주(채림 분)과 유호남(김승수 분) 사이에 낳은 딸 ‘별이’의 출생을 숨겼으며 이후 별이의 출생의 비밀이 이들의 관계를 얽히고설키게 만드는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이처럼 출생의 비밀은 드라마에서 반전의 소재로 혹은 긴장감을 높이는 소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BS 드라마국 김영섭 CP는 “출생에 관한 이야기는 마치 나와 내 가족의 문제처럼 인식되는 점이 있어 많은 시청자들이 다른 코드보다 가장 크게 공감한다”고 밝혔으며 <드림>의 정형수 작가 역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들끼리 서로의 아픔을 채워주며 도와가는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네티즌들은 각 드라마의 게시판을 통해 “스토리가 너무 빤한 것 같다” “이러다 내용이 막장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냐” 등 우려의 목소리를 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소재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요소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 드라마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출생의 비밀이나 불치병, 복수, 신데렐라 스토리와 같은 진부하고 식상한 장치들로 인해 그저 그런 통속극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작품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참신한 소재의 좋은 드라마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엄호식 기자 | 사진제공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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