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희는 5년 만에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사실 이 작품을 만나기 전 김태희는 걸핏하면 연기력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던 배우 중 하나다. 뛰어난 비주얼과 높은 인기에 가려져 노력의 크기는 과소평가받기 일수였다.
그랬던 김태희가 거듭났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좋은 예다. '하이바이, 마마'는 흐지부지한 결말과 갈피를 잃은 전개 탓에 시청자의 비난을 받은 작품이다. 극중 주인공 차유리(김태희)는 만삭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남편과 딸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고스트가 된 인물 설정이었다.
차유리는 죽은 지 5년 만에 49일간 환생의 기회를 얻어 가족 앞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점은 주변에만 맴돌았다. 다른 귀신들의 사연에 끼어들고, 남편의 새 아내인 오민정(고보결)과 친구가 되는 등 공감대를 얻기 힘든 줄거리만 늘어놓은 것. 차유리는 결국 희망고문만 받다가, 마지막 회에서 딸을 위해 또다시 죽음을 택한다. 환생에 실패한 차유리의 모습에 시청자는 감정 소모라는 결과만 안고, '하이바이, 마마'와 작별했다.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유일하게 피한 이는 김태희뿐이었다. 그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물론, 오열하는 눈물 연기까지 뛰어난 몰입을 보여줬다. 현실과 동떨어져 공감을 사지 못하는 전개와 인물의 행동을 연기력 하나로 누그러지게 한 것이다. 비결은 '모성애'였다. 극중 자신의 역할 차유리가 느껴을 모성애에만 집중했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모성애' 관련 메시지만 골똘히 연구한 덕분이었다.

이하 김태희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Q. '하이바이, 마마'를 끝낸 소감은?
A. 마치 아름다운 동화 같은 한 편의 긴 꿈을 꾸고 난 것 같다. 차유리로 지내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마치 입관체험을 한 것처럼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좋은 드라마로 따뜻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너무나 뜻깊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연기가 그리울 때 만난 좋은 작품이라 신나게 연기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Q. '하이바이, 마마'를 촬영하며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모성애와 가족, 남편,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유리의 밝고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사전에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유리의 톤을 잡았다. 그래서 유리의 감정선만 따라가며 연기했고, 그 흐름이 내가 진짜 유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대본이 진심으로 느끼며 연기할 수 있도록 나왔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는?
A. 1부 엔딩에서 유리가 사람이 되어 강화가 알아보며 스치는 장면이다. 유리가 마지막으로 서우를 눈에 담고 떠나려는 순간, 강화가 나를 보고 놀라 눈을 떼지 못하는데 늘 내 몸을 통과하던 눈이 내 어깨에서 녹는걸 보고 놀라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명대사는 너무 많아서 손에 꼽을 수 없는데 에필로그 내레이션중에 “어떤 고난 속에서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무언가를 먹을 수 있고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으며 숨 쉬고 살아있다는 사실,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알았다”. 앞으로도 내가 힘든 순간이 오면 이 대사를 기억하며 힘을 낼 것 같다.
Q. 이번 작품은 배우 김태희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는지?
A.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너무나 고마운 작품이다. 또한 아이가 생기고 나서 만난 작품이라 모성애에 대해 공감과 이해가 됐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작품이다.

Q. 예상했던 결말과 실제 결말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A. 드라마 마지막회를 본방 보고 나서 며칠 후 다시 한 번 더 봤다. 귀신일 때부터 사람이 되는 순간을 겪고, 그 후 49일 동안을 사람으로 살며 모든 감정을 다 겪은 후에 유리가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죽음을 맞았고, 귀신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5년간 맴돌며 유리가 깨달은 것들은 정말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내 딸, 서우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미 죽었던 내가 다시 죽음을 선택하는 일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감정일지도 모르지만 순간순간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도 결국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게 모성애의 위대함이 아닌가 싶다.
Q.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쳐 다시 연기의 세계에 돌아왔다. 감상은 어떤지?
A. 결혼을 통해 새롭게 경험하는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는 만큼 더 많이 행복하고 더 많이 성숙해지는 것 같다. 결혼이 나의 삶의 희로애락의 폭을 한층 더 깊고 크게 만들어준 듯하다.

Q. 딸 역할 서우진의 성별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연기하는 상대 배우로서 이입은 어땠는지
A. 대본 리딩때 처음 본 우진이가 남자아이라는 걸 알고 봐서 정말 남자아이 같았다. 양갈래머리와 원피스가 좀 어색해 보이는, 표정과 눈빛과 분위기가 내 눈에는 영락없이 남자아이였기에 리딩이 끝나고 감독님과 작가님께 ‘과연 우진이가 여자아이처럼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살짝 내비쳤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고 나니 평소의 우진이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의 우진이가 180도 달라 보이는 것에 깜짝 놀랐다.
추운 겨울에 아침 일찍부터 촬영장에 나와 졸음과 추위를 이겨가며 집중하는 일은 성인인 우리가 하기 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최대한 덜 힘들게 모두가 1순위로 배려해주긴 하지만 본인이 책임감과 인내심이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인데, 우진이는 오히려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며 즐겁게 연기하는 걸 보고 정말 기특하고 예뻐서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서 연기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우진이가 아니었음 정말 어쩔 뻔했을까 생각을 하며 촬영했다. 5살 극중 서우처럼 우진 군도 같은 나이었고 아직 목소리나 태도가 완전히 남자애 같지 않을 때라 여자아이인 서우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잘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정말 차분하고 똑똑하고 책임감과 집중력이 강해서 모든 배우들 중에서 가장 NG를 덜 냈을 정도였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A. 당분간은 가족들에게 잠시 맡겼던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개인의 삶을 충실히 그리고 더 성숙하게 살고 싶다. 또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좋은 작품을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게 기도하면서.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스토리제이컴퍼니,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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