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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터뷰] 박소진, 늦깎이라도 괜찮아

기사입력2020-02-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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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진은 늦깎이다. 남들보다 한발 느리게 아이돌로 꽃을 피웠고, 비교적 뒤늦게 연기 맛을 알았다. 행여 조급해 흔들리진 않을까 걱정하니, 조바심을 다루는 데엔 도가 텄다 호언한다. '걸스데이 출신' 꼬리표는 걸림돌 아닌 경험치로, 나이라는 숫자는 연륜으로 취급한다는 그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박소진은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과 음악 무대가 아닌 연기로 마주했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에서 스포츠 아나운서이자 스포츠 프로그램 '야구에 산다' 진행자인 김영채를 연기한 것. 드림즈 새 단장인 백승수(남궁민)와 신경전을 벌이고, 용병으로 드림즈에 합류하게 된 길창주(이용우)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인물.

그는 "단순한 스포츠 아나운서, 기자, 앵커였다면 역할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 취재까지 하는 저널리스트라는 점은 보기 힘든 직업군이었다. 역할의 서사가 방송에 많이 풀려있지는 않았지만, 야망도 있고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욕심도 부릴 줄 아는 친구였다. 내 안에 무언가를 끄집어내 표현하고 싶어 오디션에 열심히 임했다"고 설명했다.

박소진은 이를 갈고, 프로페셔널한 김영채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는 "아나운서들이 모음을 발음할 때 특유의 느낌을 연구했다. 뉘앙스를 따라하고 연습했다. '스포츠' 아나운서이기에 너무 딱딱한 분위기는 풍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 점에도 유의했다"며 "틈만 나면 뉴스를 틀어두고 무작정 중얼거렸다. 하다 보니 인물과 채널 차이도 크더라. 많은 것들을 참고하고 뭉개 섞어 연습했다"고 전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야구라는 소재 탓에 마니아층이 유난히 두터웠던 '스토브리그'. 시청자들은 작품에 몰입했고, 선수와 구단주 속 인물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그들에게 딴지를 거는 김영채는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얄미운 역할을 마침맞게 해낸 박소진은 본의 아니게 미움을 샀다. 시청자는 역할과 실제를 혼동해 배우까지 욕했고, 박소진은 처음 겪은 반응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대사가 조금 세지만 미움을 받는다는 상상은 못 했다"며 "초반에는 반응이 조금 아프기도 하더라. 화면에 김영채만 나오면 짜증이 난다는 분들도 계시더라. 내 역할을 나까지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속상하기도 했다. 김영채는 일을 숙명으로 여기는 프로다. 자신의 몫을 다 한 것"이라고 대변했다.

얄미운 연기를 해 미움을 사는 것은 다시 말해 배우의 연기가 합격점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각의 배우들은 이러한 반응을 즐기며 간혹 연기에 살을 더하기도 한다. 박소진은 아니었다. 그는 "중반부터는 절대 댓글을 살펴보지 않았다. 반응의 호불호를 떠나, 내가 역할을 흩트릴까봐 걱정됐다. 연출자가 의도하고 바라는 김영채에 나의 심기가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결과는 호평일색이었다.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을 꼽아달라니, 박소진 대신 역할로 기억해주는 이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란다. 그는 "연기가 좋아 물밑에서 연극, 웹드라마 등 갖은 노력을 했었다. 이번 작품은 나에게 전환점이 되는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작품 속 나의 역할을 누군가의 뇌리에 심었다는 것만큼 뿌듯한 지점은 없다"고 단언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냉정히 비교해 박소진이라는 아티스트에게 아직 '걸스데이'의 잔상은 짙게 남아있다. 그는 "꼬리표라는 표현들을 쓰시더라.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일절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앞으로 박소진이라는 배우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 도구 정도로 여기려 노력한다. 나를 지켜보는 이들의 머릿속에 꼬리표가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 예상 밖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좋지않나싶다"고 긍정했다. 이어 "다만 알려진 이름이라고 안일한 태도를 취한다고 오해하시면 속상하다. 이미 알려졌기에 몇 곱절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장담했다.

연기 경력만 따지자면, 신인이다. 서른네 살의 나이를 보자면 늦깎이 신인인 셈이다. 그는 "나이는 무시할 수 없다. 좋은 의미로 무시할 수 없는 게 나이다. 연륜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나"라며 생각에 잠겼다. 이어 "걸스데이 데뷔 초반 서른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에는 조급했고, 초조했다. 지나고 나니 왜 그랬나 싶다. 지금은 무언가를 행하는 것에 있어 조바심은 방해 요소라는 것을 알게 된 나이다. 그걸로도 충분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소진은 요즘 천천히 걷는 연습 중이다. 주변을 살펴 무엇인들 제 것으로 만들어 어디서든 써먹기 위함이다. 그는 "걸스데이 활동 당시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어린 생활을 해야 했다. 아이돌 타이틀을 지녔으니 당연한 이치였다. 연기를 도전하고서 가장 막막했던 부분이 그 지점이었다"며 "요즘은 최대한 주변을 둘러본다. 아이들, 아저씨, 아주머니 모두를 유심히 살펴보고 언젠가는 따라 해 봐야지 생각한다"고 자랑했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눈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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