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2NE1 박봄이 외치는 말 “Don't touch my ****”, 산다라 박이 잘하는 성대모사는 ‘간장**’. 답은 바로 건강식품, 게장. 두 문제를 모두 맞혔다면 당신은 분명 <2NE1 TV>를 즐겨보는 ‘해적 TV 중독자’일 것이다. 그러나 부끄러워 마시길. 빅뱅의 G드래곤도 “네, 저 2NE1 빠예요”라고 급작스러운 커밍아웃을 했으니.
지금 방송계는 소녀들과 사랑에 빠졌다. 가요계뿐 아니라 방송도 소녀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들은 지상파 버라이어티에 게스트로 출연할 뿐 아니라 케이블에서는 그룹명을 내건 자기 방송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지상파에 게스트로 출연해서는 카메라를 뺏어오기 힘들지만 ‘내 방송’만 가지고 있다면 멤버들이 돌아가며 얼마든지 매력을 뽐낼 수 있다. 그중에서도 <2NE1 TV>가 시청률 2%를 넘기고 <헬로우 베이비> 역시 시청률 1.56%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는데, 소녀들의 케이블 점령은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은 아니다.
지금은 아메리카 점령을 위해 투어버스를 타고 있는 원더걸스는 데뷔 전 MTV <원더걸스>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활동할 때에는 <원더 베이커리>를 통해 빵 만들기에까지 도전했었다. 생계형 아이돌 카라 역시 얼마 전 종영한 <카라의 메타 프렌즈>에서 절친을 찾았고 소녀시대는 Mnet <소녀 학교에 가다>를 통해 데뷔했으며 같은 방송사의 <팩토리 걸>을 통해 잡지사 에디터로 변신한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도 빠질 수 없다며 신인 포미닛까지 MTV를 통해 <포미닛 다큐>를 선보인다고 한다. 총 20개의 에피소드로 매회 4분만 방송된다고 하니 이 프로그램은 ‘4분’이라는 것 자체가 컨셉이라면 컨셉이겠다.
그러나 이전 방송들이 리얼리티를 표방은 하나 아이나 동물을 키우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해보는 등 정해진 기획대로 움직였던 것과 달리 현재 방송 중인 <2NE1 TV>는 그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 소녀시대의 <헬로우 베이비>가 그동안 진행됐던 ‘아이돌 리얼리티’의 교과서라면 <2NE1 TV>는 그 교과서에 아이들이 장난으로 낙서한 책 같다. 이는 방송 기획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룹 간 개성의 차이이기도 한데, 소녀들의 개성에 따라 방송 포지셔닝도, 시청 포인트도 다른 것이다.
<2NE1 TV>는 YG TV?
2NE1은 참 이상한 그룹이다. 기존 여자 아이돌과 다르게 예쁜 척을 하지 않고 중성적 매력을 내뿜어서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의 스케쥴표를 보면 ‘노래하는 방송’을 제외하고는 스케쥴이 거의 없다. <2NE1 TV>의 재미는 거기서 온다. 미니 앨범을 발매하고 노래가 연이어 1위를 차지한 것 외에는 입증된 바 없는 신인 그룹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방송된다고 했을 때, 과연 저걸 누가 볼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신인이 YG의 기대주라고 한다면 사정이 다르다.
<2NE1 TV>는 다른 버라이어티에서 한 번도 노출된 적 없는 2NE1 각 멤버의 캐릭터를 알아가는 재미와 더불어 YG 식구들이 총 출동해 2NE1을 소개하는 재미도 선사한다. 궁금했던 회사 곳곳의 모습을 보여주고 양 사장님과 지누 이사, 프로듀서 테디가 출연해 YG의 에피소드를 전해준다. 2NE1이 응원을 가는 형식으로 빅뱅이나 구혜선과 같은 YG 대표 스타들도 볼 수 있다. 심지어 7월 30일 방송에는 <빅뱅 TV>를 통해 빅뱅의 일본 숙소까지 보여주는 빅재미를 선사했으니 시청률이 2%를 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양 사장이 어떻게 이렇게나 방송에 회사를 노출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4회, 5회까지 보고 나면 이 방송이 철저히 YG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대중이 보고 싶은 것의 교집합을 쫓고 있으며 ‘청모자 양 사장님’ 역시 꽤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5편에서 양 사장님은 “제가 서태지와 아이들 때 귀여움을 담당했었는데”라고 하기도 하고 “저 <2NE1 TV>의 팬이에요”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자신이 기획한 여성 그룹의 팬이라는 말이 아니다. Mnet이 만든 <2NE1 TV>의 팬이라는 말이다. 방송사는 시청률 잘 나와 좋고, 기획사는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발랄하게 이미지 메이킹 해줘서 좋고, 가수는 인지도가 생겨서 좋고, 팬들은 평소엔 절대 볼 수 없는 가수의 소속사 안까지 볼 수 있어서 좋다. 아! 아름다운 사위일체다. 
또한 카리스마 작렬할 것 같던 ‘여자 빅뱅’ 2NE1의 멤버들이 사실은 수줍음 많고 귀여운 소녀들이라는 것도 의외의 재미가 있고, 네 명의 소녀들이 연습실에서 장난치고 놀면서 밤새 연습하다 지쳐 잠드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제공한다. 그녀들이 보통의 신인 그룹과 다르게 가요 프로그램 출연 외에는 연습, 연습, 연습만을 계속하고 있는 것 역시 <2NE1 TV>의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PD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시키지 않고 연습을 하고 잠을 자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그저 따라가기만 한다. 기존의 캐릭터가 없었던 2NE1의 매력을 시청자에게 강요하지 않기 위해 자막까지 자제하는 건조한 시선이 오히려 아이들의 자연스러움을 돋보이게 한다.
이 프로그램의 컨셉이라고 하면 ‘해적 TV’라는 것인데 해적 TV라 하면 전파 방해를 통해 정규 송출 방송을 뚫고 등장하는 방송이다. 그래서 일부러 중간중간 영상을 지지직거리게 하고 7월 15일에는 오후 6시에 하던 방송이 갑자기 밤 12시에 하기도 했다. 전파가 불안정하던 과거에나 있었던 해적 TV의 감성만 살짝 방송 위에 얹어놓은 느낌이다. 지금 우리들이 산다라 박이 개그 센스가 넘친다는 것, 박봄의 별명이 멍봄이고 의외로 어리바리하다는 것, 카리스마 리더 CL의 별명이 ‘씨에루’라는 것, 막내 공민지가 가장 어른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기실 <2NE1 TV>의 힘이 크다. 패셔너블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2NE1의 개성처럼 방송 역시 해적 TV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고 자유롭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2NE1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오버스럽지 않고 또 하나의 웰메이드 마케팅 수단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연습, 연습을 거듭하는 소녀들이 <2NE1 TV> 밖 무대에서 레이저 광선 눈빛을 마구 발사하며 노래를 갖고 노는 모습 또한 꽤나 감동적인 것도 사실은 <2NE1 TV>의 영향임을 부정하진 않겠다. 김송희 기자 | 사진제공 Mnet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