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푸터(고객센터 등) 바로가기

[TV톡] '가시나들'·'유퀴즈'의 일반인 활용법

기사입력2019-05-24 19:00
  • 트위터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링크 복사하기

한때는 가족, 여행, 먹방 등이 예능의 트렌드였다. 하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리얼리티를 표방한 채 너도나도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가족 이야기에 염증을 느낀다. 또 그들만 즐겁고, 시청자들에게는 박탈감을 안겨주는 여행 예능도 식상해진지 오래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든 빠지지 않았던 먹방도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키워드를 제외하면, 볼 만한 예능이 몇 개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방송은 물론이고, 새로 시작하는 예능들마저 연예인이나 그들의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그 과정에서 여행을 가거나 요리하고, 음식을 먹는 모습을 담기에 급급하다. 설사 제작비를 조금 더 들여서 그 배경을 해외로 옮겨간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런 와중에 단비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파일럿 예능으로 MBC 주말 프라임 시간대를 꿰찬 '가시나들'과 시즌제로 따뜻한 계절 다시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그 주인공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예능화시키기 어려운 일반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아주 모험적인데, 따뜻한 감성 속에 적절한 웃음을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가시나들'은 경상남도 함양에 사는 다섯 할머니들의 한글 교육 과정을 담는다. 배우 문소리가 선생님으로 나섰고, 장동윤, 최유정, 우기, 수빈, 이브 등 20대 짝꿍들이 일대일로 할머니들의 수업과 일상을 함께 한다.


이 프로그램은 기획의도대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할머니들의 한글 교육에 1차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육 방식에서 벗어난 자유분방한 할머니들의 모습이 소소한 웃음도 안겨준다. 하지만 '가시나들'이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주는 건, 다양한 연령대의 출연진들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배움의 범주를 넓혔기 때문이다.


한글을 당연하게 배웠던 세대 입장에서는 편하게 읽고 쓰며 살아온 일상이 할머니들로 인해 새삼스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감사함을, 누군가는 안타까움을, 누군가는 소중한 가족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할머니들로부터 배우는 점도 많다. 파와 양파를 구분하는 법, 진달래를 따서 먹는 법, 한 명도 못 받은 사람 없게 음료수 챙겨주며 마음을 나누는 법 등 단지 글로 쓸 수 없었을 뿐, 세월만큼의 깊이가 담긴 할머니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울림을 준다. 이처럼 누가 선생님이고, 누가 학생이고 상관없이 한글 그 이상으로 배움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모든 과정은 짜놓은 각본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할머니들의 진정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또한 일반인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한층 더 진하게 담은 채 돌아왔다. 화려한 기교나 연출은 방송 틈새로 밀어두고, 우리 주변의 흔한 동네와 그 동네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봄 날씨만큼이나 한층 푸근해진 변화다.


그러면서도 사연을 구걸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매력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많은 부분 MC 유재석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무조건 진지하고 감동적인 인생사를 듣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프로그램 자체는 '퀴즈'라는 형식을 띄고, 참가 희망 여부를 먼저 물은 뒤, 이 과정에 참여한 이들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핵심. 퀴즈 단계를 간소화하고, 틀린 사람을 위한 선물 또한 다채롭게 마련한 최근의 변화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 비록 생선 슬리퍼나 닭다리 쿠션 등 받자마자 내동댕이 쳐지는 선물들도 많이 숨어있지만, 퀴즈와 함께 어느새 훅 스며든 '자기'들의 매력에 참여하는 이들도, 보는 이들도 편안하게 웃을 수 있다.


함께 시골살이를 하며 한글을 공부하고, 어느 골목을 거닐며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과 퀴즈를 푸는 것. '가시나들'과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경험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고 있다. 편의상 '일반인', '비연예인'이라고 통칭했지만, 한 명 한 명 자신만의 드라마를 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두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성공 요인. 강렬한 캐릭터나 자극적인 미션, 유명 인사들의 일탈 없이도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iMBC 김은별 | 화면캡쳐 MBC, tvN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