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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박희순 "중간이 없는 영화계, 작고 예쁜 영화에 대한 오기와 사명감 같은게 생긴다"

기사입력2019-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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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선 굵고 강렬한 남성 영화에서 주로 만났던 박희순을 오랜만에 색다른 캐릭터로 만났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의 ‘준호’를 통해 난생 처음으로 춤도 노래도, 쉴 새 없이 뽀뽀하는 사랑꾼의 모습을 공개하며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박희순은 “원래 집에서 하던 모습”이라며 애써 수줍음을 가렸다. 요 근래 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멀티캐스팅이었던 데다가 자신이 주인공도 아니었기에 인터뷰 하지 않았다던 박희순과의 희귀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Q. 언론시사 때 배우들이 기자들과 같이 영화를 봐서 신기했다. 배우들 자리에서 웃음 소리가 크게 들렸었는데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

A. 저는 기자분들의 반응이 더 궁금했는데 배우들이 더 크게 웃더라. 다들 즐겁게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더 좋아졌다. 감독님이 어떻게 표현할지, 후반작업을 어떻게 할지 궁금한 게 많았다. 특히 어항씬 같은 장면들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는데 환상적으로 나왔더라. 대본에는 ‘어항에서 부부가 춤을 춘다’고 나와 있었는데 감독이 사진을 전공했고 촬영 전에 여러 사진을 많이 보여주셨다. 처음에는 물 속에서 촬영이 가능하냐고 했는데 진경이 수영을 못해서 다른 아이디어로 진행하게 되었다. 유럽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넉넉한 예산이 아니어서 시도를 못한 게 있고 그런 게 좀 아쉬웠다.

Q. 진경씨와 춤 추는 장면도 그렇고 스킨십 장면이 정말 많았다. 연기 할 때 혹시 쑥쓰럽지 않았나?
A. 진경과는 춤 연습을 통해서 동작을 어떻게 하자는 걸 많이 의논 했고 스킨십의 경우 안무를 계속 하다 보니까 저절로 스킨십이 되어서 연기할 때 어색함이 없었다. 우리 영화가 15세 관람가다. 직접적인 노출은 없었고 안무를 한다는 느낌으로 배드씬을 소화했다. 사전에 연습을 했고, 춤에서 보여지는 스킨십들은 움직임이나 동작으로 느껴지면 야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처럼 배우들도 동작이 안무라고 생각하고 했었다.

Q. 안무 연습은 많이 하셨나? 박희순 배우가 춤추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동안 '마녀' '1987' '남한산성' '브이아이피' 등 강렬한 모습들을 주로 보여주시다가 이렇게 말랑하고 사랑이 넘치는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시니 같은 사람 맞나 싶더라.
A. 집에서 뜬금없이 술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면 춤을 춘다. 영화 속의 모습처럼 나도 집에서는 요리도 하고 혼나기도 하고 죄를 용서 구하기도 하고 그런다. 영화의 모습과 비슷하게 집에서도 순종적이다. 영화를 통해 저의 발칙함이나 섹시함을 보셨다고도 하시던데, 제 안에 그런 모습이 조금 있기는 했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드러내거나 표현해 본 적은 없어서 이런 작품, 캐릭터를 통해 나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 있었다.
남성성이 강조되는 역할도 평소에 내가 안 하는 행동들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위주로만 작품이 들어오니까 다른 역할에 대한 갈증이 생겼는데 원래 밝고 코믹한 걸 좋아한다. 연극 할 때는 밝고 코믹한 걸 많이 했었는데 영화는 쎈 걸 많이 하다 보니 기회가 안 오더라.



Q.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가?

A. 우리 영화가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간에 제작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면 얼마든지 선을 넘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투자 쪽에서 19금으로 가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배우들과 감독은 가족 영화기에 19금을 넘지 않겠다는 게 확고해서 중간에 중단되었었다. 배우들은 그 사이에도 계속 만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끝까지 이탈하지 않고 같이 작품을 할 수 있었다. 평범한 가족 영화였으면 선택 안 했을 것이다 ‘가족 영화’ 라는 게 착하고 심심한 영화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내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건 발칙하고 기존에 없던 시도였고 적정 선 안에서 모두가 불쾌하지 않은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갈 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대사를 통해 짐작해 보면 적정 수위를 가늠할 수 있었고 감독님을 만나고 나니 확고하게 수위를 넘지 않고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 가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결정했다.

Q. 오랜만에 여성 감독님과의 작업이었다. 분위기는 어땠나?
A. 여자 감독들은 더 디테일하고 섬세한 게 있다. 작품에 대해 의견도 더 나눌 수 있고 작품 이야기를 더 편하게 하게 되더라. 영화 자체가 사랑스러운 영화기 때문에 영화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라지더라.

Q. 이야기가 아역배우의 시선과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아역배우 이고은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추시나? 아역배우들과 일 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
A. 제 노하우인데 아이들하고 연기할 때 아이라고 생각하면 더 안 좋더라. 아이가 더 굳고 연기가안 나와서 보통 성인배우와 연기 하는 것처럼 동료 배우로 대하면 반응이 잘 나온다. 더 정성들여서 제대로 연기를 해야 반응이 잘 나오더라. 아역과 연기 할 때 내가 안 찍히는 부분도 더 열심히 최선을 다 하면 아이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오더라. 디렉팅의 경우도 성인과 하는 대화처럼 ‘나는 여기서 이렇게 할 건데, 넌 어떻게 할꺼야?’ 라고 물어보지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이고은은 아역계의 김연아라고 할 정도로 프로 정신도 있고 근성도 있고 예의도 바르고 마음씀씀이가 이쁜 배우다. 누구 하나라도 힘들어 하거나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위로해 주고 안아주고 가더라. 어른인데도 이고은의 그런 모습이 감동스럽고 힘이 되더라.

Q. 큰아들 ‘철원’을 연기한 장성범 배우는 어땠나? 영화 속에서 너무 웃겼는데…
A. 장성범은 우리나라의 20대 중에 가장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다. 굉장히 많은 작품을하고, 많은 걸 해냈는데 저평가된 느낌이 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많이 회자가 되면 좋겠다. 영화의 개봉을 못 보고 해병대에 입대했는데 다녀오면 더 잘될 것 같다.


Q. 황우슬혜와도 함께 하는 장면이 많았다. 두 분 모두 그림도 촬영 전에 배우셨나?
A. 같이 배웠다. 저는 그림 그리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주로 폼 위주로 연습을 했고, 황우슬혜는기초부터 제대로 배웠다. 진짜로 그림을 잘 그리더라. 선생님이 저는 거의 신경을 안 쓰고 황우슬혜만 가르쳤다.


Q. 작품 속에서 애정 표현이 많아서 실제 아내인 박예진이 질투하지는 않았나?

A. 전혀 질투하지 않는다. 어제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하고, 집에서 하던 짓을 영화에서도 했다며 자기한테 로열티 내 놓으라고 하더라. 연기에 대해 서로 지적하거나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내가 자신 없어 하는 걸 너무 잘 알고, 개봉을 앞두고는 너무 떠는 걸 알기 때문에 위로를 하지 지적은 하지 않는다.

Q. 상남자 이미지여서 작품 개봉을 앞두고 떤다는 게 상상되지 않는다. 이렇게 작고 아기자기한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A. 원래는 이런 작고 아기자기하고 밝고 코믹한 쪽을 더 좋아하는데 기회가 없는 것도 있고, 이런 영화일수록 예산이 적다 보니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영화계가 중간이 없는 게 안타깝다. 하고 싶은 작품은 항상 있지만 나한테 제안 들어온 것 중에 골라야 하다 보니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류의 영화가 하고 싶을 때 그런 게 들어오면 예산이나 환경은 크게 따지지 않고 마음에 있던 장르의 작품은 시도를 하는 편이다. 어떤 영화들에는 투자사들이 100억도 퍽퍽 주면서 예쁘고 행복한 영화에는 돈을 안 주더라. 그래서 꼭 성사시키고 해 내고 싶다는 오기와 사명감이 생기더라. 그래서 이번 ‘썬키스 패밀리’도 했던 거고, ‘히치하이크’라는 5천만원짜리 예산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 작품의 경우 노 개런티에 주인공도 아니고 형사역이라 내가 할 이유가 없었는데 대본을 읽어보니 너무 좋더라. 예전 작품 ‘혈투’의 막내 스탭이 입봉하는 작품이었는데 작품도 너무 괜찮았고 서포트를 해주려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참여했었다.

Q. 한국영화를 위해 좋은 생각으로 살아가시는 것 같다. 얼마 전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 새로운 낙원’에서도 공룡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기 스펙트럼인데 혹시 앞으로의 작품에서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가?
A. 슈퍼 히어로를 연기해 보고 싶다. 한국 영화가 다양해 지는데 슈퍼히어로 물만 나오면 꼬리를 내리더라. 그래서 한번 해 보고 싶다. 한국형의 코믹한 슈퍼히어로면 더 좋겠다.

Q. 이번 영화 ‘썬키스 패밀리’가 관객에게 안겨줄 메시지는 무엇일까?
A. 성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라는 걸 이야기 하고 싶다. 성은 감추고 숨길수록 더 음성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의 대화,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면 이상한 짓을 안 하겠지… 이 작품을 통해 뭘 얻어가기 보다 이걸 보는 시간 내내 미소 짓고 행복했으면 싶다. 영화를 통해 뭘 얻어 가는 게 아니라 영화 보는 시간 동안 행복하면 그냥 그 자체로 소중한 것 아닌가?

Q. 영화 ‘썬키스 패밀리’ 이후의 차기작은 무엇인가?
A. 4년만에 드라마를 찍고 있다. 1월부터 작업해서 현재까지 하고 있고 4월 5일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 이라는 작품이고, 예전에 비해서 환경이 많이 좋아졌더라. 밤샘과 쪽대본도 없고 거의 영화 찍듯이 촬영을 하고 있다. ‘썬키스 패밀리’의 아역은 김연아급이었는데 ‘아름다운 세상’의 아역들은 거의 어벤저스 급이다. 굉장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 (주)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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